김세아(안양예술고등학교)

5월의 나무

잔바람에도 바싹 마른 소리로
온몸 흔드는 느티나무.
할머니 목소리가 들린다.

투명한 빛살에 곱게 머리 빗는 나무
할머니 뼈를 품고 자라는 나무가
연두빛 여린 잎을
햇살 아래 펼쳐 말리다
할머니가 소녀처럼 부끄러운 햇살
가슴에 접어둔 이야기를 펼치며
오월 하늘에 번져나간다
초록색 수의 입은 할머니
긴 그늘을 만드신다

할머니 무르팍같은 나무그늘.
둥글게 뻗어나온 가지를 붙잡고
곤한 잠에 들고싶다
봄나무로 다시 태어난 할머니,
내 바람벽같은 나무가 되신다
산실바람에 해묵은 상처를 털어내는
할머니 목소리가
오래도록 오월 하늘을 감싼다

그리움으로 나무 되신 할머니
세상을 향해 부드러운 그늘을 펼친다
봄이 끝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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