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학도 숙명인

 숙명에는 어린 학우들 속에서도 꿋꿋이 자신의 공부를 즐기는 늦깎이 학우가 있다. 홍보광고학을 전공하고 있는 최양희(언론정보 08)학우는 초등학생 아들을 둘이나 기르며 광고회사에 다니고 있는 워킹맘이다. 최 학우는 실무위주의 교육과정이 마음에 들어 숙명여대에 오게 됐다고 한다. 

최 학우가 다시 공부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주위의 반대가 심했다고 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도 다시 대학생이 되겠다는 최 학우의 생각을 이해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족과 직장동료들은 대부분 대학원에 진학할 것을 권고했지만 최 학우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대학원에서 깊이 있는 공부를 하는 것보다 어린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었던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최 학우는 “광고의 특성상 젊은 사람들의 트렌드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대학생들의 문화를 읽을 수 있고 그들의 새롭고 창의적인 생각을 배운다는 점이 대학원이 아닌 대학교를 선택하게 된 계기”라고 말했다. 

 “어떤 계기로 다시 학업을 시작하게 됐나요” 기자의 질문에 최 학우는 웃으면서 “중어중문학과를 전공했었어요. 그런데 광고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하게 되니 전공이 언론정보학부가 아니라서 힘들더라고요. 기초지식이 필요한 부분들이 있어서 공부를 좀 더 하고 싶어서 언론정보학부를 오게 됐어요.”라고 대답했다. 언론정보학부의 전공과목을 공부하기 위해 2년 동안 편입을 준비했다는 최 학우. 

그럼 최 학우가 들었던 강의 중에 어떤 강의가 가장 인상적이었을까, 그녀는 많은 강의가 인상적이었지만 국제문화커뮤니케이션 강의가 그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교수님께서 국제문화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원론적인 얘기를 해주시면서 왜 이런 국제문화들이 형성됐는지를 교수님이 만드신 프린트를 나눠주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이 강의는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볼 수 있게끔 해주는 수업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솔직히 국제 문화를 알아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냥 한국, 일본, 중국의 문화만 알면 되지 않을까 했어요. 그렇지만 이 강의를 들으면서 큰 국제문화를 볼 수 있어서 많은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데 훨씬 도움이 됐어요.” 그녀는 다시 공부를 시작하게 되면서 어설프게 모든지 다 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원론적인 공부를 하면서 모르는 부분들을 배우면서 겸손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최 학우는 언론정보학부를 다니면서 어려운 점에 대해 묻자, 자신이 흥미 있어 하는 일을 다시 처음부터 세세하게 배우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어려운 점은 없다고 했다. 오히려 최 학우는 학교생활이 즐겁다며 대학원을 안 가고 대학교를 다시 들어온 게 정말 잘 한 일이라고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런데 어린 학우들과도 잘 어울리는 최 학우는 요즘 학생들이 예전 학생들과는 다른 점이 있다고 했다.

“제가 학교 다닐 때는 1,2학년 때 공부를 거의 안 했어요. 그리고 복수전공이나 부전공이 활성화돼 있지 않아서 하는 사람이 드물었죠. 그런데 숙명여대를 다니면서 정말 깜짝 놀랐어요. 다들 복수전공이랑 부전공을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최 학우는 예전에는 복수전공을 하는 사람이 전공수업을 들으면 바로 복수전공자임을 알았지만 요즘은 과모임에 자주 가지 않으면 어느 학과 학생인지도 전혀 모르겠다고 했다.

최 학우는 이런 현상이 숙명여대의 면학 분위기를 만들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제가 수업 듣기 10분전에 꼭 강의실에 도착하는데요. 자리 쟁탈전이 장난이 아니더라구요. 예전에는 서로 강의실 뒤로 가서 수업을 듣고는 했었는데 근데 지금은 서로 앞에 앉겠다고 하더라구요. 바람직한 현상이죠.” 

끝으로 최 학우는 학우들에게 많은 경험을 하라고 충고했다. “대학교 4학년 동안에는 어떤 실수를 해도 용서가 되고 방황을 해도, 심지어 타락을 해도 용서가 될 수 있는 시기에요.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연애도 해보고 실연도 당해보고, 친구들과 싸워도 보고 희노애락이 다 있는 그런 대학생활을 하면서 많은 경험을 쌓았으면 좋겠어요.”

 

저작권자 © 숙대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