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대운하 사업이 국민적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이후, 지난해 10월부터 ‘2009 희망 프로젝트 4대강 살리기 사업(이하 4대강 사업)’을 추진해왔다.  이는 ‘낙동강, 한강, 영산강, 금강’ 유역의 생태 복원과 홍수 방지, 수질관리 등을 위해 시작된 다목적 사업이다. `지난 1일 ‘대한하천학회’와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은 ‘4대강 현장 답사’를 진행했다. 이번 답사에는 SBS ‘물은 생명이다’ PD와 중앙일보 기자 등 11개 언론사 소속 언론인과 5개 대학신문기자가 참여했다.  답사단은 ‘4대강 사업’이 추진되는 4개의 강 중에서 낙동강과 남한강 일대를 찾았다.

답사단이 처음으로 들른 곳은 예천의 ‘내성천’이다. 이 강은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강으로 꼽힌다. 마을을 360도 휘감아 흐르는 강이 고운 모래와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냈다. 답사단을 이끈 수원대학교 이원용(도시ㆍ부동산개발학)교수는 “댐과 보 등이 설치된 다른 강에서는 모래의 흐름이 자연스럽지 못한 반면, 인간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내성천은 모래 유입이 자연스럽게 진행되고 있다”며 “모래가 충분히 유입된 덕분에 아직까지 넓은 모래사장이 유지될 만큼 강의 원형이 잘 보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성천을 따라 계속 걷다보니 드넓은 모래사장이 나왔다. 햇빛을 받은 모래는 계속해서 반짝였고, 그 위에 서있던 갈대는 한가롭게 흩날렸다. 내성천 습지 주변에서는 종종 고라니와 새, 삵의 발자국도 발견됐다. 답사단 원 중 한명이 노래를 흥얼거렸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강에 직접 발을 담갔더니 발등위로 모래가 사르르 흩날리는 것이 느껴졌다. 이 교수는 “4대강 사업으로 영주댐이 준설돼 모래 유입이 차단 된다면, 이곳도 뭍으로 변하게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달 전 버드나무 무성하던 '구담습지', 지금은 모래만 남아

 

  왼쪽: 3월에 촬영된 구담습지  
 
                      오른쪽: 4월에 촬영된 구담습지  

 <제공=내일신문 남준기 기자>

 

 

 

우리나라 강의 모래는 흔히 ‘금모래’라고 한다. 안동대학교 정기영(지구환경학과)교수는 “우리나라 모래는 정수효과에 탁월한 석영과 장석, 운모로 구성돼 있다”며 “도시에서 배출된 폐수가 모래 강변을 지나면서 정화된다”고 했다. 그런데 4대강 사업이 진행되는 곳곳에서는 강바닥과 주변습지의 모래톱을 파헤치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모래를 파낸 자리 위에 ‘보’를 건설해, 홍수와 가뭄의 피해를 막는다는 계획이 4대강 사업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구담보(위 사진 참조)’ 역시 마찬가지 였다. 구담교를 경계로 양분 된 강에서도 포크레인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한달 전만해도 버드나무 군락이 무성했던 ‘구담습지’에는 나무 한그루 없이 모래만 흩날렸다. 버드나무를 걷어낸 자리위에는 ‘생태공원’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10년 간 우리 강을 연구해 온 내일신문 남준기 기자는 한숨만 내쉬었다. 남 기자는 “경북 안동시 하수처리장에서 배출된 하수의 BOD*가 6㎎/ℓ 정도인데, 이 곳 습지를 거치면서 BOD 1~1.2㎎/ℓ 로 낮아질 정도로 수질이 깨끗해진다”며 “구담습지를 파헤치는 것은 자연의 정화능력을 부수는 행위이다” 라고 말했다.

사실, 정부가 발표한 ‘낙동강 살리기 사업’의 ‘마스터 플랜’에 따르면 낙동강에는 8개의 보만 세워질 예정이었다. 원래 이 계획에 ‘구담보’는 없었다. 구담교 위에 서있던 마을 주민은 “공사에 대한 설명을 들은 적이 없는데, 어느 날부터 갑자기 습지를 파헤치는 공사가 시작됐다”며 “공사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지 못해서 답답하다”고 했다.

 

"'보'가 건설되면 낙동강은 강이 아닌 고인물이 가득찬 욕조처럼 변할 수 있어"

 

 <제공=대한하천학회>

이튿날 도착한 상풍교 아래에서는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공사가 바쁘게 진행되고 있었다. 육중한 포크레인 6대가 강바닥을 파내고 있었는데, 그 위로 누런 흙탕물 띠가 흘렀다. 공사가 진행되지 않는 유역의 물이 푸른 색을 띄고 있는 것과 대조되는 광경이었다. 남 기자는 “강 바닥을 파낼 때 흙탕물이 흐르는 것을 막아주는 ‘가물막이’의 일부가 유실됐다”며 “이를 보수하지 않고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흙탕물의 농도가 더 진해지고 있다”고 했다. 계속해서 흙탕물이 흐르면 강 속의 모래는 독이 될 수 있다. 강을 떠다니는 모래가 어폐류의 표면에 달라 붙어 생물의 호흡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주보’ 건설현장에서도 공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강 위에 8M 높이의 콘크리트 기둥 2개가 세워져 있었는데, 직접 보니 그 규모가 훨씬 커보였다. 공주대 정민걸(환경교육학) 교수는 “국제법상 6M 이상의 구조물은 ‘댐’으로 분류되므로, 낙동강의 설치물은 사실 ‘보’가 아닌 ‘댐’이다” 라며 “댐이 완공되면 낙동강은 강이 아니라 고인물이 가득찬 욕조같이 변할 수 있다”고 했다. 구역별로 설치된 댐이 강의 흐름을 차단하면 낙동강의 수질 악화를 초래 할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토목사업이 이뤄지기 전에는 ‘환경영향평가’가 선행돼야 하지만, 4대강 사업은 그 평가를 제대로 실시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환경영향평가’는 설계안이 마련된 상태에서 실시돼야 하는데, 정부가 설계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환경영향평가를 치러냈기 때문이다.

여주환경연합의 이항진 국장은 “부실한 환경영향평가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야생동물의 생존이다”라며 “공사 지역에서 살던 야생동식물은 급작스러운 사업추진으로 삶의 터전을 잃었다”고 했다.

 

멸종위기에 처한 단양 쑥부쟁이 "우리 죽이지 마세요" 

 

 사진 이희오 기자 

답사단이 마지막으로 도착한 ‘여주 바위 늪구비’에서는 갈 곳 잃은 야생동물의 처지가 뚜렷이 보였다. 이곳은 멸종위기에 처한 식물 ‘단양 쑥부쟁이(아래 2번사진 참조)’의 주요 군락지다. 그러나 성급한 환경영향평가를 기반으로 공사가 진행된 결과 이 지역의 ‘단양 쑥부쟁이’는 자취를 감췄다. KBS 정창화 기자는 “단양 쑥부쟁이를 보전하기 위해 대체 서식지가 마련됐다지만, 아무리 살펴봐도 그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며 “‘단양 쑥부쟁이’ 대부분이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죽은 것 같다”고 말했다. 덩달아 ‘단양 쑥부쟁이’를 먹고 살던 고라니의 사정도 어려워졌다. 실제로 공사장에서는 포크레인 사이로 고라니가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공사장에서 만난 담당자는 “단양쑥부쟁이는 새로운 서식지에 그대로 옮겨 심었다”며 “원래 단양 쑥부쟁이가 잘 보이는데, 오늘 따라 눈에 띄지 않는다”고 했다.

답사에 참여한 박수택(SBS) 기자는 “4대강 사업이 시작된 이후 주변 생태계 파괴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며 “이번 탐사로 우리 강 보존에 대한 절실함이 한층 깊어졌다”고 토로했다. 다른 참가자들 역시 4대강은 우리세대의 소유물이 아니라, 지키고 보존해야 할 대상이라고 입을 모았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4대강 사업’은 국민의 견해가 찬성과 반대로 뚜렷이 양분되는 정책으로 꼽힌다. ‘4대강 사업’이 심각한 환경파괴만을 가져온다고 평가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4대강 사업’이 80년대 산업화 과정에서 무분별하게 파괴된 강 생태계를 복원할 뿐 아니라, 홍수 예방 및 수자원 확보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고 평가하는 의견도 있다.

4대강 사업은 그 범위가 매우 넓고 해당되는 공사지역도 많아 일일이 사업효과를 평가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적어도 기자가 다녀온 ‘4대강 사업’ 지구에서는 심각한 환경파괴가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SBS 박수택 기자는 “올해 UN이 정한 ‘생물 다양성의 해’를 맞아 전 세계 곳곳에서 강을 자연 상태로 되돌리는 활동이 펼쳐지고 있다”며 “우리가 ‘4대강 사업’의 발전모델로 삼고 있는 미국과 독일은 현재 댐을 철거하고 재자연화공사를 하고 있는데, 우리의 ‘4대강 사업’은 이러한 추세와 역행하는 사례라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강은 인간의 짧은 생애로는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오랜 진화의 시간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이러한 강을 2년 만에 정비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처럼 보인다. 진정으로 우리 강과 국토를 위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온 국민이 차분히 고민해봐야 한다.

 

*BOD: 물 속의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할 때 사용하는 산소의 양을 의미하며, 물의 오염된 정도를 표시하는 지표로 사용된다. mg/ℓ로 표시되는데 그 수치가 낮을 수록 물이 깨끗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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