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3.8 발간 1192호

프랑스의 문장학자 미셀 파스투로는 “색(色)은 자연적 현상이 아니다. 색의 역사는 곧 사회의 역사이다”고 규정한 바 있다. 예로부터 사람들은 상징적인 의미가 담겨있는 색에 대해 고유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 점에서 색은 하나의 기호이며 사회적 상징이다. 오늘날 서양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색을 꼽으라면 ‘블루(Blue)’가 단연 1위란다.

각국의 국기, 도시 문장, 유럽연합기, 나토기, 그리고 국제연합기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서양인들의 블루에 대한 선호가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물론 블루가 처음부터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유럽사회에서 블루는 원래 중세 중반까지 빨간색-하얀색-검은색의 3색 체계에 밀려 사회적·상징적으로 미약한 편이었다. 그런데 블루에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한 것은 성모마리아였다.

12세기 유럽사회에서 블루는 예수의 죽음을 슬퍼하는 성모마리아의 비탄과 애도를 상징하는 색으로, 이어 왕과 제후의 색으로서의 권위와 도덕성을 획득했다. 성모마리아 숭배와 더불어 블루는 ‘충성’을 상징했기 때문에 유럽의 여러 왕실에서 가장 선호하는 색중의 하나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새로운 사회질서에는 그에 맞는 새로운 색의 질서가 필요하듯 이후 16세기 종교 개혁기에 블루는 청교도의 윤리를, 18세기 프랑스혁명과 낭만주의 시대에는 자유ㆍ이성ㆍ진보ㆍ빛ㆍ꿈ㆍ낭만을, 그리고 오늘날에는 세계의 평화와 안정ㆍ중립ㆍ합의ㆍ자유ㆍ개방을 상징하는 색으로서 그 의미가 더욱 풍부해졌다.

지난 2월 우리학교는 새로운 비전과 목표, 핵심전략과 10대 전략과제, 40대 핵심주제를 중심으로 하는 ‘SMU 블루리본 프로젝트’를 선포한 바 있다. 2017년 창학 111년의 장·단기 목표로 민족적 긍지로 새로운 미래 인재를 창조하고 세계화 역량을 갖춘 명품 인재로 육성하는 대학이라는 비전과 목표를 내세우며 숙명 컬러 강화 전략인 ‘블루(BLUE)’와 대학 경쟁력 강화 전략인 ‘리본(RIBBON)’, 즉 블루리본을 핵심전략으로 채택했다. 이번에 선포된 블루리본 프로젝트를 지켜보며 문득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된다”라고 싱클레어에게 읊조렸던 데미안의 말이 떠오른다.

이번 블루리본 프로젝트가 지난 한 세기동안 숙명을 부화시켰던 ‘알’을 깨고 새로운 르네상스를 열게 될지, 아니면 과거 숙명의 ‘알’에 안주하게 될지는 이제 우리에게 달려있다. 숙명의 상징, ‘블루’의 변신이 기대된다. ‘블루’의 미래에 희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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