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실의 유물은 황실 학교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지난 6일 행정관 영상회의실에서 후암미래연구소 차길진 대표의 유물 기증식이 있었다. 차 대표가 우리 학교 박물관에 유물을 기증한 것은 2008년 12월에 이어 두 번째이다. 처음 기증 당시 차 대표는 조선의 마지막 황태자인 영친왕의 의례용 복식과 일본에서의 생활모습을 담은 사진첩을 기증했다. 이번에 기증한 유물은 대한제국의 고종황제와 순헌황후, 순종황제와 순종효황후, 영친왕과 이방자 여사의 모습이 담긴 황실사진 3점과 3ㆍ1운동 당시 제작된 접이식 휴대용 태극기이다.

 

차 대표는 올해 초 열었던 대한제국 구명시식(救命施食)*에서 익명의 독지가*로부터 이번에 기증한 황실 유물과 태극기를 얻었다. 차 대표는 “유물들을 공개하지 않은 채 간직하고 있던 한 익명의 기증자가 제가 열었던 구명시식 행사를 보고 ‘저 사람 이라면 이 유물들을 믿고 맡길 수 있겠다’라고 생각해 전달해줬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얻게 된 유물을 차 대표가 우리 학교에 기증하기로 결심한 데는 우리 학교가 황실에서 지은 학교라는 이유가 컸다.

-지난 번 영친왕 유물기증에 이어 우리 학교에 유물을 기증한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어떤 물건이든지 제자리가 있고 또 그 자리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기증한 유물들은 모두 황실과 관련된 유물이라 할 수 있는데 숙명여대는 최초의 여성사학으로서 황실에서 설립한 학교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친왕 유물을 기증한 것 또한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또한 이번 유물 기증식은 올해 초 ‘아듀! 대한제국’을 주제로 열었던 대한제국 구명시식의 마무리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한제국의 전통성을 세워야 하는 역사적 사실에 숙명여대도 황실 학교로서 그 역사적 의미를 함께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기증한 유물 중 가장 중요한 의미가 담긴 유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1919년 3ㆍ1운동에 사용됐던 것으로 휴대하기 쉽게 접이식으로 제작된 태극기입니다. 크기는 작은 물품이지만 그 의미는 전 민중의 염원을 담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일제치하의 상황을 반영해 도포자락에 넣을 수 있는 크기로 제작된 태극기는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3ㆍ1운동당시 수십만 명이 동참해 태극기를 들었지만 전쟁이나 여러 상황 때문에 거의 사라져 보관하고 있는 경우가 드물었습니다. 이 유물은 당시 우리 민중들의 굳은 의지와 그들의 마음을 대변해 주는 귀한 유물이라 볼 수 있습니다.”

-기증하신 유물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바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관람객들이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더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유물들을 단순히 태극기 혹은 고종황제의 모습이 담긴 사진으로 보는 시선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의 관계가 존재하듯이 유품들을 통해서 그 이면의 것들을 봤으면 합니다. 예를 들어 태극기를 보며 대한제국을 위해서 목숨 바쳤던 사람들과 보이지 않는 애국자들의 숨결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태극기가 그 당시 상황에서 민중들에게는 어떤 상징성을 지녔을지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차 대표가 기증한 유물은 우리 학교 박물관 상설전시장에 영친왕 유물과 함께 전시될 예정이다.

*구명시식(救命施食):제례 의식의 일종으로 영혼의 원한을 풀어주는 것을 문화적 형식으로 승화한 것이다.
*독지가(篤志家):다른 이들을 위해 자선 사업이나 사회사업에 물심양면으로 참여해 지원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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