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국가 중 국력순위 10위권, 국민소득 1인당 2만 달러를 향해 가는 선진국. 2010년 대한민국의 세계적 위치다. 그러나 한국의 미군기지촌은 아직 이러한 명성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기자는 지난 호 여성 면에서 ‘케네스 이병의 윤금이 살해사건’에 대한 기사를 쓰며 기지촌 여성의 열악한 삶에 대해 알게 됐다. 90년대까지 윤금이와 같은 우리나라 기지촌 여성들은 기본 인권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한국에 주둔한 미군들을 상대했다.

윤금이 사건 이후 18년이 지난 지금, 이제 그 자리는 외국인 이주 여성들이 메우고 있다. 이 여성들의 현실은 국적만 바뀌었을 뿐 예전 모습 그대로다. 돈을 벌기 위해 우리나라로 온 이들은 미군에게 술과 웃음을 파는 클럽에서 일한다. 그들이 받는 기본급은 70만 원 정도로 매우 적다. 팔아야하는 할당량을 채우려면 성 접대까지 해야 한다. 또한 많은 기지촌 여성들이 미군과 동거한다. 이들은 합법적인 부부가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결혼을 해도 남편이 미국으로 몰래 떠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도망간 미군 남편을 찾아주는 프로그램이 있지만 절차와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에 실효성이 크지 않다. 불법체류 신분으로 숨어 지내는 이들 중 상당수는 마땅한 거처가 없어 시민단체가 마련한 쉼터에서 지낸다.

6ㆍ25전쟁 60주년이 됐지만 ‘양공주’들의 비극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일본, 독일의 경우도 미군이 오래 주둔했지만 미군기지 옆에 기지촌이 활성화돼 있는 곳은 우리나라밖에 없다. 기지촌 클럽에서 접대부로 일하며 미군 남편을 만났다가 버림받은 외국인 아내와 자녀들. 겉으로는 외국인들 사이의 문제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이 만나고 헤어지게 된 구조적 기반은 결국 한국 사회가 만든 것이다.

높은 국력 순위, 국민소득만이 대한민국의 국격(國格)을 보여준다고 말할 수 있을까. 진정한 나라의 품격은 소외된 자의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는 것에서부터 드러난다. 그러나 현재 기지촌 여성의 목소리는 ‘그들만의 이야기’로 남겨져버린다. 소외된 여성들의 목소리는 피지도 못한 채, 그들이 품었던 ‘코리안 드림’과 함께 사라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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