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뉴스에서 북한의 식량난을 연일 보도했다. 영양실조에 걸린 북한 아이들의 모습에 수많은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다. 90년대 후반 북한의 수많은 주민이 아사했고, 많은 사람이 ‘살기 위해’ 탈북을 시도했다. 이것이 기자가 기억하는 ‘북한’의 첫 인상이었다.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북한을 생각하면 핵위협, 빈곤, 독재 그리고 탈북자를 떠올린다. 그런데 묻고 싶다. 이와 같은 북한의 이미지가 생기게 된 ‘맥락’을 알고 있냐고. 6ㆍ25전쟁까지 거슬러 올라가기 어렵다면 비교적 최근이라 할 수 있는 식량난, 북한의 NPT 탈퇴, 화폐개혁에 대해서 어느 정도나 알고 있냐고 말이다. 사실 20대와 대학생들은 이와 같은 북한의 단편적인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에 그쳐있다. 즉, 대학생들은 지금의 북한의 문제들이 발생하게 된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 ‘북한 읽기’를 시도해 본 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우리는 북한과 관련된 최근의 정세와 굵직한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 이유는 우리 사회가 북한과 태생적으로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여있으며, 지금 ‘북한’이 붕괴될지도 모르는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지난 해 북한에서 시행됐던 화폐개혁은 물가폭등과 주민들의 반발을 초래하며 실패했다. 김정일의 건강이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고, 이와 같은 혼란 속에서 군부와 주민의 폭동이 생겨날 가능성도 높다. 국제사회는 지금의 위태로운 북한을 걱정에 가득 찬 눈길로 보고 있다. 북한의 붕괴가 자국에 미칠 정치ㆍ경제적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동북아 평화에 있어서 북한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으며, 북한이 어떻게 행동할지 예측 불가하기에 더욱 주의를 기울인다.

그러나 북한과 가장 밀접한 관계에 놓여있는 우리 사회의 태도는 미ㆍ중ㆍ일의 태도와 상당히 대비를 이룬다. 정부는 최근 북한의 동태에 대해 아무 반응 없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주한 미군사령관 월터 샤프는 지난 24일 “북한 내 급변 사태 발생을 염두에 둬야 한다”라며 한ㆍ미가 모든 가능성에 준비해야한다고 했다. 여ㆍ야권과 언론계에서 북한 붕괴 시를 고려해 정부차원의 대책을 발표하자는 목소리를 냈지만, 정부는 공식입장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또한 대학생들은 오늘날 북한의 위기에 대해 ‘너무 익숙해져서 이제 놀랄 것도 없다’며 무관심한 태도를 내비친다.

북한과 우리 정부는 서로 피할 수 없는 끈으로 연결 돼 있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낙관적으로 생각하면 우리는 가장 가까이에서 북한의 상황을 읽을 수 있는 자리에 있다. 그리고 전후세대인 대학생들은 북한에 대한 경제ㆍ정치적 문제를 보다 실용적으로 또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정부와 대학생들에게 ‘북한 읽기’를 권하고 싶다. 급박한 북한의 정세를 읽고 그 속에서 정부는 합리적인 전략을 취하길, 대학생들에게는 북한이 주는 과거ㆍ현재ㆍ미래의 시사점을 고민해보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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