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4일, 프랑스로의 여정이 시작됐다. 우리는 비행기에 올랐고, 인천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열 두 시간을 넘게 날아 샤를 드 골 공항에 착륙했다. 바로 전 주 까지만 해도 유럽 대륙이 한파로 꽁꽁 얼어붙었는데, 날씨는 한풀 꺾여있었다. 프랑스에서의 일정이 시작됐다.

탐방단의 첫 번째 방문지는 ‘Theatre national de l'Opera-Comique(국립 희극 오페라 극장, 이하 오페라 코믹)’이었다. 오페라 코믹은 1714년 지어졌다. 그때 당시에는 비극적인 오페라가 주류를 이뤘다. 오페라 코믹은 이런 유행에서 벗어나 가벼운 희극적 오페라만을 상영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이탈리아 오페라의 대응할 순수 프랑스 희극 오페라를 공연할 극장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대표적으로, 오페라 코믹에서는 비제의 ‘카르멘’이 역사적인 초연을 가졌다.

 

탐방단의 다음 방문지는 ‘Musee du Louvre(루브르 박물관, 이하 루브르)’였다. 루브르는 1793년 개관한 이래 프랑스를 비롯한 여러 나라의 작품을 전시하며 파리를 대표하는 상징이 됐다.

 

지난 2007년 우리나라에서는 ‘루브르 전’이 열렸다. 이처럼 루브르는 세계 여러 나라에 박물관 콘텐츠를 수출한다. 이런 해외전시를 포함해, 루브르는 매년 파리에서 850만 명, 해외에서 350만 명이 관람하는 전 세계에서 가장 입장객이 많은 박물관이 됐다.

 

탐방단은 여기서 크리스토프 모넹(Christophe Monin, 루브르의 재정담당) 국장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루브르는 현재 정부 보조를 50%만 받고, 나머지는 입장료, 스폰서 등을 통해서 충당하고 있다.

 

루브르 박물관의 대표적 스폰서 국가는 일본, 미국, 대만이며, 우리나라의 경우 대한항공과 삼성이 대표적 메세나*로서 지원을 하고 있다. 특히 대한항공은 전시 작품 해설용 PDA 지원을 조건으로 루브르 박물관에 한국어 안내 서비스를 프랑스 박물관 최초로 도입했다.

 

모넹 국장은 “글로벌 기업은 수익 사업뿐만 아니라 인류 보편적 가치인 문화를 세계 공통으로 누리기 위해 문화 산업을 지원한다”라며 “루브르는 각국에 문화 콘텐츠를 수출하면서 기업과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재정적으로도 지원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말한 루브르의 해외전시는 루브르의 재정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전시가 개최되는 나라의 ‘문화의 민주화’를 위해 도움이 된다. 프랑스는 국가 차원에서 전국적으로 문화 시설을 세워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문화란 상류층만이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누릴 권리가 있는 것으로 간주하고 그 ‘민주화’를 위해 정부차원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이다. 대도시가 아닌 경우에는 문화생활을 할 기회가 거의 없는 우리나라와는 반대다.

 

실제로 루브르 박물관은 지역 경제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프랑스 랭스 지역에 일종의 박물관 분점을 낸다. 이를 통해 랭스 지역에 문화시설을 확충하고 문화 역량을 키우는 것과 동시에 경제적 발전도 함께 꾀하고 있다. 또한 프랑스 밖으로도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에 루브르 명칭을 30년 간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해, 문화의 국제적 평등에도 기여하고 있다.

 

루브르의 경영 방식을 살펴보면서 우리나라의 박물관과 비교하게 됐다. 우리나라의 박물관은 대부분이 국립 박물관이며 개인 소유의 박물관은 그 규모가 매우 작다. 따라서 국가 재정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편이며, 박물관 자체의 콘텐츠 자체의 변화도 전무한 편이다. 이번 방문은 우리나라 박물관과 나아가 우리나라 문화산업이 나아갈 길을 제시했다.

 

다음으로 탐방단은 ‘Maison de la culture du monde(세계 문화의 집, 이하 문화의 집)’을 방문했다. 문화의 집은 이름 그대로 세계 문화를 프랑스에 알리는 비영리기구이다. 1982년부터 시작된 세계문화의 집은 유네스코 산하 기구로, 유럽연합(EU)의 재정지원을 받아 운영된다.

세계 문화의 집이 가지는 특별한 점은 바로 프랑스인 혹은 프랑스에 거주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타국의 무형문화재만을 홍보하고, 보존한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해서, 서양 문화를 제외한 다른 나라의 무형문화재를 DB화 해 보존하고 연중 내내 공연을 통해 알리는 일을 맡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을 흔히 쓰고는 한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문화 산업은 자국의 문화를 다른 나라에 알리는 데 치중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세계문화의 집은 타국에 프랑스의 문화를 알리는 데 힘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소외되고 사라져가는 다른 나라의 문화를 가져와 보존하고 알리는 데 힘쓴다.

 

특히 인상 깊은 점은 프랑스에 우리나라의 문화도 많이 소개했다는 것인데, 우리는 여기서 우리나라 판소리를 소개한 책을 발견할 수 있었다. 쎄씰 펠리시에(Cecile Pelissier, 문화의 집) 담당자는 한국 공연과 그에 대한 관심도가 어떠했냐는 탐방단의 질문에 “한국 공연은 이미 수차례 매진된 적이 있고, 프랑스 현지의 한국인 교포들뿐만 아니라 프랑스 인의 관심도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이 뿐만 아니라 세계문화의 집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문화 체험 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펠리시에 담당자는 “이러한 프로그램은 프랑스 문화부의 요청으로 이루어진 실질적 실습의 한 형태이며, 많은 학생들이 이곳에서 타국의 문화를 직접 느끼고, 체험하면서 보다 폭넓은 문화를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탐방단은 도핀 대학(Universite PARIS-Dauphine)의 문화 매니지먼트 학과(Management des organisation culurelles)의 ‘문화 시설(Les equipements culturels)’ 수업을 참관했다.

 

도핀 대학교는 프랑스에서 문화 매니지먼트 학과를 두 번째로 창설했다. 실제로 현장에서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강의를 통해 전문성을 넓힐 수 있도록 했으며, 그렇지 않은 일반 학생들에게도 산학 협력을 통해서 실무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문화 시설’ 과목은 문화시설을 계획하고 세우며, 이를 운영하는 것에 대한 과목이다. 한 지역에서 문화시설을 세울 때, 어떠한 틀과 구조ㆍ기능으로 문화시설을 세우고 계획해야 하는가를 연구한다.

 

실제로 프랑스와 우리나라의 문화시설을 비교하면 ‘문화시설’을 연구해야만 하는 필요성에 대해 알 수 있다. 대표적으로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은 버려진 기차역을 개조해 미술관으로 변신시켰다. 프랑스는 이렇게 전국의 문화 시설을 세우면서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기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기존의 시설을 활용하기 보다는 새로 지어 올리는데 너무 많은 비용을 쓰고 있다. 바로 이점이 우리나라와 프랑스 문화 정책의 또 다른 차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탐방단은 ‘Cite de la musique(이하 음악 도시)’를 방문했다. 이 음악 도시가 위치한 지역은 원래 100년 넘게 유럽 최대의 소 도살장과 가축거래소였다. 그러나 1979년 미래형 복합 문화 도시 조성을 위한 미테랑 대통령의 ‘10대 계획’의 일환으로 이곳에 21세기형 복합 문화 도시 공원이 조성됐다.

 

음악도시는 세계적인 건축가 크리스틴이 건축했는데, 1,200 석을 갖춘 음악홀과 전 세계 음악을 들어볼 수 있는 멀티도서관, 음악 박물관을 갖추고 있다.

 

멀티도서관에서는 수 십대의 컴퓨터로 전 세계의 음악에 관한 자료를 검색할 수 있고, 직접 들어볼 수 있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에도 이미 여러 명의 학생들이 도서관을 방문해서 이용하고 있었다.

 

다음으로 둘러본 음악 박물관은 약 3천여 점의 악기를 보유하고 천여 점의 악기를 전시하고 있다. 서양 악기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다양한 악기 소리를 입장할 때 나눠주는 헤드셋과 오디오로 들어볼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각 악기마다 번호가 부여되는데 이 번호를 보고 오디오에 입력하면 그 악기에 대한 설명과 연주곡을 함께 들을 수 있다.

또한 음악 도시에서는 저렴한 가격으로 프랑스 사람들에게 악기를 가르쳐주고 있다. 프랑스가 가지고 있는 문화의 중요성에 대한 생각을 단순히 정리하고 보존하는 것을 넘어 이제는 직접 실행하고 전파시키는 데 집중하는 점이 인상 깊었다. 권지선(인문 08) 학우는 “그들이 강조하는 문화의 민주화, 그 힘은 바로 이런 곳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하철에서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부터 루브르 박물관에서 자유롭게 전시된 그림을 모작하는 사람들까지. 7박 8일간의 탐방기간 동안, 프랑스인 누구나가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문화를 향유하고 있는 점이 내심 부럽게 느껴졌다. 이러한 문화적 발전이 있기까지는 정부의 아낌없는 지원이 있었다.

현재 우리나라도 문화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자신의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것을 넘어 모든 문화는 평등하고 존중받아야한다는 생각 아래에서 각각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보존돼야 한다. 그것이 바로 프랑스 문화가 집중하고 있는 분야이며, 앞으로 우리나라 문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 하겠다.

 

메세나*(Mecenat) : 문화예술·스포츠 등에 대한 원조 및 사회적·인도적 입장에서 공익사업 등에 지원하는 기업들의 지원 활동을 총칭하는 용어.

저작권자 © 숙대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