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보다 작가의 생애가 더 유명한 경우, 게다가 그 생의 결말이 자살인 경우는 흔치않다. 여기 그런 특별한 경우의 대표적인 작가가 있다. 바로, 버지니아 울프이다. 영국의 소설가 이자 비평가였던 신여성 버지니아 울프는 현재까지 다양한 문학작품과, 영화 등의 모티프가 되고 있다. “한 줄도 쓸 수 없을 때까지 글을 쓰겠다”고 말한 울프의 투철한 작가정신과 글쓰기를 향한 집념은 후에 많은 작가들이 쓴 평전집의 소재가 되기에 충분하다. 소설과 영화로 재탄생된 그녀의 삶을 살펴보자.

-영화‘The hours’
평화롭고 따사로운 6월의 어느 하루를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는 1923년, 1951년, 2001년이라는 3개의 시간에서 벌어지는 일상을 교차해 보여준다. 이 영화는 1998년 출간된 마이클 커닝햄이 쓴 ‘The hours’를 모티브로 한다.

소설 ‘The hours’는 실제 버지니아 울프의‘댈러웨이부인’이라는 소설에 바탕을 두고 만들어졌다. 원작 소설의 내용을 바탕으로 두 명의 가상 인물과 실제 버지니아 울프의 삶, 그리고 버지니아 울프의 실제 작품이 잘 버무려 있는 소설인 것이다. 커닝햄의 ‘The hours’는 모든 생은 서로 연관이 있다고 믿었던 버지니아 울프의 사상과 그에 따른 생을 작품 속에 그대로 투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소설에 바탕을 두고 만들어진 영화 ‘The hours’는 사실과 픽션을 결합한 *팩션(faction)영화의 일종이다. 영화 ‘The hours’에는 버지니아울프의 생전 삶 그리고 그녀가 실제로 집필한 ‘댈러웨이부인’이라는 사실적 요소들과 서로 다른 시기에 울프와 비슷한 삶을 살았던 두 여인의 이야기라는 픽션 요소들이 섞여있다. 얼핏 세 명의 인물은 서로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는 듯 보이지만, 각자 처한 상황과 그에 따른 감정 묘사를 통해 버지니아 울프가 살았던 삶을 다른 두 여인이 다시 한 번 사는 듯 한 느낌을 준다.

영화 속 세 명의 여인들은 모두 다 남성 의존적인 삶을 살아가는 종속적인 여성이 아닌 자율적이고 주체적인 여성으로 그려지고 있다.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에 궁금증을 가지고 그 의미를 찾으려 노력하는 신여성의 모습이 그려진 것이다. 이런 삶은 바로 울프가 평생에 걸쳐 원하던 삶이었고, 결국 영화 ‘The hours’는 울프의 삶 그 자체를 그린 것이다.


-책 ‘버지니아 울프, 시대를 앞서간 불온한 매력’
버지니아 울프와 관련해 쓰여진 다양한 책들 중에 그녀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끔 쓰여진 몇 권의 책이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나이젤 니콜슨이 쓴 ‘버지니아 울프, 시대를 앞서간 불온한 매력’이다. 기존의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는 정신질환과 자살이라는 두 단어로 이미지화  돼어 있다. 하지만 ‘버지니아울프, 시대를 앞서간 불온한 매력’에서는 어둡고 우울한 이미지의 울프뿐만 아니라 그 강인함 뒤편에 있는 독창적인 예술성이나, 시대를 앞서간 페미니스트로서의 일면도 보여준다.

게다가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울프의 삶뿐만 아니라 그녀의 내면까지도 상세히 표현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그가 버지니아 울프에 대해 이토록 자세하고도 정확하게 쓸 수 있었던 이유인데 그 이유가 작가가 버지니아 울프의 유일한 여자 애인인 비타의 아들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집안에 남아있던 울프에 대한 기록들과 작가 자신이 기억하는 경험과 추억을 떠올려 울프를 생생하게 그려냈다. 동시에 작가는 객관적인 관점 역시 견지하며 울프의 작가로서의 면모뿐 아니라 철학까지 모두 그려낸다.

이 책의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버지니아 울프 작품들의 배경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버지니아 울프의 모더니즘 문학 대표작 ‘댈러웨이부인’, ‘세월’등을 비롯해서, 동성 애인이었던 비타를 향한 버지니아 울프의 사랑과 관심이 들어있는 ‘올랜도’ 등에 얽힌 생생한 에피소드들이 들어있다. 이점은 신선하게 그려진 버지니아 울프의 인간적인 면모들은 무미건조하고 과장된 글쓰기에 지루함과 부담감을 느꼈던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20C 문학계에서 의식의 흐름 기법을 개척한 신여성작가 버지니아울프에 관한 작품들은 이외에도 무궁무진하다. 울프의 작품너머에 있는 그녀의 철학들을 이해하고 싶다면 소설 혹은 책을, 원작 소설의 독창적인 구성을 빠르고 경쾌한 화면으로 느끼고 싶다면 영화를 추천한다. “추행과 폭력이 없는 세상, 성차별이 없는 세상에 대한 꿈을 간직한 채, 저는 지금 저 강물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버지니아 울프가 자살 전, 마지막으로 남긴 유서내용이다. 죽는 순간까지도 세계의 평화와 사회 속 여성평등을 외쳤던 한 여류작가의 간절한 바람. 그녀의 기구하고도 매혹적인 삶을 살펴보고 싶다면 그녀와 관련된 다양한 작품들을 접해보자. 

 
*팩션(faction)영화: 팩션영화는 사실과 허구가 섞여 만들어진 영화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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