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기자 곽민영(화학 98 졸)

 
   

“드라마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 보신 적 있나요? 그 드라마에서 기자 역할을 맡은 박진희는 취재를 하기위해 하루 종일 고군분투를 하죠. 마치 제 이야기 같아요” 동아일보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곽민영(화학 98졸) 동문이 진지하게 말했다. “취재를 거부하는 사람에게 말을 해 달라고 졸라야 할 때도 있고, 내가 쓴 기사로 인해 어떤 사람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사를 써야하죠” 올해로 기자 생활 12년째가 된 곽 동문은 ‘기자는 어려운 직업’이라고 단언한다. 하지만 그는 기자 생활이 힘들어도 기자라는 직업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기자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매력적인 직업이에요. 만일 기자가 사회문제를 기사로 다뤄주면 그 소재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기업이나 관공서에서도 문제의 개선점을 찾으려 노력하죠”

 

전공인 화학보다 신문이 더 좋아

 그가 기자라는 직업에 흥미를 갖게 된 것은 1996년이다. 3학년 2학기 본인의 진로를 고민할 때였다. 그는 전공인 ‘화학’보다 ‘신문’에 더 빠져들었다. 전공서적을 읽는 대신 매일 발행되는 주요 일간지를 읽고 또 읽었다. “1학년 말에 영어공부나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영자 신문사인 ‘숙명 타임즈’ 국제부에 들어갔어요. 그냥 기사 쓰는 것도 힘든데, 영어로 쓰려니 더 힘들었죠. 하지만 이게 생각보다 재밌더라구요. 그러다 편집장까지 하게 됐어요” 우연히 시작한 동아리 활동을 통해 관심분야를 찾은 그는 경제ㆍ경영학등 다양한 학과의 원론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기자가 되기 위해서는 다방면에 관심을 가질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곽 동문은 국제부 전문기자가 되고 싶다고 결심하고 영어공부도 열심히 했다. “교내 영어원에서 제공하는 ‘AP 네트워크 받아 적기’ 수업을 들었어요. 엄청난 양의 스크립트를 외우고 쓰기를 반복했죠. 수업을 들을 때는 힘들었지만 종강 후에는 영어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됐어요” 곽 동문은 숙명 타임즈 임기가 끝나던 시기에 홍규덕(정치외교학 전공) 교수님을 찾았다. “교수님이 기자 지망생 스터디를 만들었다고 추천해 주셔서 가봤죠. ‘언론사 준비반’이었는데 그게 명언재의 시초였죠. 제가 1기인 셈이에요” 당시 ‘언론사 준비반’에서는 한 신문사 차장에 의해 기초 글쓰기 교육과 신문 읽기 스터디가 진행됐다. 곽 동문과 친구들은 방과 후 수업에 꾸준히 참여하며 언론인의 꿈을 키워나갔다.


준비반 학생들은 열심히 공부하며 언론사 취직을 준비했지만 주변인들의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당시 학생들 사이에서 언론사에서는 서울대학교 출신만 뽑는다는 소문이 돌았고, 실제로 숙대출신 기자는 전무한 편이었기 때문이다. “제가 기자를 준비한다고 했을 때 선배와 동료들 모두 힘들 거라며 고개를 저었죠. 하지만 왠지 오기가 생겼어요. 도전하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가치가 있잖아요?” 96년 말부터 언론사 취직 준비를 시작한 그는 99년이 돼서야 세계일보에 입사했다. 시험에서 스물 다섯 번 넘게 떨어지고 난 후 얻은 결과였다. “99년 세계일보에 입사한 후 정치부, 사회부 기자로 일했어요. 이후 2002년부터는 동아일보에들어오게 됐죠. 동아일보에서는 국제부, 경제부를 거쳤고, 현재는 오피니언팀에서 근무하면
서 특별기획팀 기사<‘아이와 출근해요’-부제 출산이 짐이 되는 사회>를 쓰고 있어요”

 열정적인 취재로 '이달의 기자상' 받기도

곽 동문에게 취재현장은 언제나 흥미진진한 곳이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즐거웠던 시절은 2001년 말부터 2002년 초까지 정치부 기자로 일할 때였다. “그 당시는 남북회담전성기였어요. 정부 주최 회담이 수십 번 이어졌는데 외교ㆍ통일ㆍ행정부 및 정당이 저의 주요 출입처였죠. 그 때 기사를 참 많이 썼어요. 힘들고 바빴지만 정치인이 하는 말 하나하나가 중요하게 여겨졌기 때문에 그걸 기록한다는 점이 재밌었죠” 그에게는 정치부 기자로 활동할 때 말고도 기억에 남는 때가 또 있다. 정치부기자 생활을 마치고 특별기획취재팀 1기의 구성원으로 발탁됐을 때이다. 그는 팀원들과 함께하는 작업이 즐거웠다고 한다. “하나의 소재를 가지고 여러 사람이 함께 취재 하는 게 특별기획취재였어요. 우리 팀은 모두들 바쁘게 움직였어요. 그 결과 <3당 정치자금 회계조작실태 추적실사>와 <반부패가 곧 국가경쟁력>이라는 제목의 기획기사로 한국기자협회가 수여하는 ‘이달의 기자 상’을 받기도 했죠”


기자를 본인의 천직으로 여기고 바쁘게 움직이는 곽 동문. 그러나 그에게도 직장과 가정을 병행하는 일은 힘들다. “현재 여섯 살, 일곱 살인 아이 둘이 있어요. 출산 후 2년 동안은 정말 힘들었죠” 요즘도 곽 동문의 수면시간은 하루 4시간이 채 안될 때가 많다. 그러나 그는 직장 및 사회 전반에서 육아문제를 돕기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음을 설명하며 “의지만 있으면 워킹 맘으로 살아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직장과 육아를 함께 하는 게 어렵다고 ‘애나 보지 뭐’ 하시는 분들 계신데, 사실 애만 보는 게 더 힘들어요” 엄마인 곽 동문은 단순한 워킹 맘이 아니다. 그는 현재 우리학교 언론정보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으며 ‘발전하는 워킹 맘’이 되려 노력하고 있다.

 

"언론인 꿈꾼다면 종이신문 읽으세요."

현재 우리 학교에는 곽 동문같은 언론인을 꿈꾸는 학우들이 많다. 그런 후배들에게 곽 동문은 본인의 진로를 신중히 고민하라고 조언한다. “언론인으로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에요. 언론인을 꿈꾸는 후배라면 본인이 정말로 그 직업을 선호하는가 생각하세요. 단순히 폼나고 싶어서 언론인을 꿈꾸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잘 판단했으면 해요” 곽 동문은 언론시험에 도움이 될 만한 구체적인 방법으로 ‘신문 읽기’를 꼽는다. 그는 특히 인터넷 기사 보다는 ‘종이신문’ 읽기를 추천한다. 인터넷 상에서는 내용의 우선순위 구분 없이 흥미 위주의 기사가 메인으로 제공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신문은 다양한 분야의 소식을 한 번에 다뤄준다는 점에서 좋은 교재에요. 인터넷에는 연애생활을 소개하는 글과, 사회현안을 소개한 기사가 섞여서 나오죠. 또한 기사가 너무 많아서 그것을 접하는 개인은 어떤 기사가 중요한지 알기 어려워요. 즉, 정제 되지 않은 글이 많다는 거에요. 이런 것들을 가려서 읽으려면 기존에 발간되던 종이신문을 활용하세요”

 

목표를 세우면 인생범위도 넓어져

언제나 열정적인 곽 동문은 ‘취집’이라는 말을 싫어한다. “요즘 여대생 중에 ‘취업을 시도하다가 안 되면 시집을 가버리면 된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구요. 도전해 보지도 않고 처음부터 ‘결혼’이라는 탈출구를 생각하면 안돼요. 취집하려면 고등학교 졸업 후대학에 진학하지 말고 차라리 요리학원을 갔어야죠” 그는 목표를 설정하면 행동력이 커지고 상상력과 창의력이 생겨 개인이 경험할 수 있는 인생의 범위도 넓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런 그가 후배들에게 바라는 것은 ‘마녀가 되라’는 것이다. “학교에 가보면 지극히 공주들만 모여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아요. 우연히 얻게 되는 행운을 바라거나 남들이 떠먹여 주기만을 바라죠. 얌전한 공주가 되려하지 말고 악바리 근성을 가진 ‘마녀’가 되세요” 더불어 그가 후배들에게 주문하는 것은 도전정신이다. “바라는 일이 있으면 무조건 돗자리를 펴세요. 돗자리 펼 자리를 가리면서 시간을 버리지 마시구요”


도전을 좋아하는 곽 동문은 언론사 시험이라는 도전을 통해 얻은 기자라는 직업을 너무나도 좋아한다. 그 때문에 고된 생활까지도 재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기자 생활 정말 힘들죠. 하지만 저는 너무 재밌어요. 10년 이상했지만 아직도 기자라는 직업은 매력적이에요. 미래는 확실하지 않지만 아마도 계속 ‘기자 질’을 하고 있지 않을까요?”

저작권자 © 숙대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