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우리 공예 - 나전칠기

오색찬란하게 빛나는 엄마의 보석상자. 무지개빛이라고 설명하기엔 신비하고 영롱한 색에 넋을 놓고 바라본 적이 있는가? 동물들과 꽃, 아름다운 곡선무늬들이 어우러진 모습은 동양미. 나전칠기를 알아보자.
나전, 나전칠기는 조개껍데기를 박아 장식하는 기법과 그로 인해 만들어진 공예품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장롱, 함, 반짇고리 등의 가구나 물품을 장식할 때 가장 보편적인 나전칠기를 사용해왔다. 나전칠기의 큰 틀인 칠기의 역사는 멀리 삼국시대부터이다.
경주에서 출토된 목심칠가면, 채화칠이배 등 칠공예품은 모두 삼국시대 칠공예의 양상을 전해주는 유물들이다. 삼국시대 칠공예품 속 기법은 중국 한·육조시대 양식의 영향을 받았음을 보여준다.


 고려시대에 이르자 주황색의 복채를 한 대창을 박아서 장식하는 대창복채법과 뿔을 사용한 화각장기법은 한국공예의 독자적인 칠기법의 등장으로 칠기공예는 크게 성장해 절정기를 이뤘다. 고려문헌 ‘동국문헌비고’에 따르면 고려가 요나라에 나전칠기를 예물로 보냈다는 기록이 있다. 또한 현재 외국의 여러 박물관과 미술관에 전시돼있는 나전들은 명품중의 명품으로 고려시절에 만들어진 것이다.


고려시대에 비해 조선시대의 칠기는 거칠고 소박했지만 소탈한 자연관이 담긴 민중적 조형감각 기법으로 민속공예로 정착됐다. 이 후 강점기시절에는 어렵게 명맥을 이어오던 칠기공예는 광복과 함께 다시 부흥했다. 특히 칠기 분야 중에서도 예부터 지금까지 쉼없이 주목받고 발전해온 분야가 바로 나전칠기다.


예부터 나전칠기로 이름난 곳은 바로 항구도시 통영이다. 통영나전칠기가 유명한 것은 이 지역 전복, 소라, 조개껍질의 모양과 색깔이 화려해 전국 최고품 가치를 지니기 때문이다. 통영에서는 이러한 특색을 살려 초등학교 방과후 수업으로 나전칠기만드는 법을 가르치고 있기도 하다. 최소 3개월이 지나야 하나의 공예품으로 탄생하는 나전칠기. 그렇다면 나전칠기는 어떻게 탄생하는 것일까?


우선 도면에 근거해 홍송, 춘향목 등의 고사목으로 뼈대를 제작하는데 이를 백골이라고 한다. 백골 바탕에 사포질을 해 백골 전체를 매끄럽게 한 후에는 생칠*을 묽게 배합해 백골에 칠이 충분히 스며들 수 있게 바른다. 이 공정은 생칠이 백골에 스며들어 수분흡수를 방지하고 다음 칠공정에서 접착을 강화시키기 위한 것으로 자그마치 7시간의 건조시간을 필요로 한다.


기본적인 준비가 끝나면 백골 목재의 톱밥에 호칠*을 반죽해 곡수를 만든다. 사포질을 하고 난 뒤 나무를 이음새이나 홈, 틈 자국을 곡수로 메운 후에도 건조시켜 조각도 혹은 사포로 면을 고르게 한다. 다음으로 생칠과 쌀풀 혹은 보리풀을 1:1의 비율로 반죽해 호칠을 만들어 백골 바탕에 주걱으로 바른다. 그 위에 베를 올려 편편하게 주걱으로 고른 다음 호칠을 베 위에 바르고 건조시킨다.


1차 골회 바르기부터가 본격적인 공정으로 접어드는 순간이다. 골회*를 주걱으로 베눈이 보이지 않게 바르는데 가로, 세로로 돌려 가면서 엷고 고르게 반복하면서 바르고 건조시킨다. 토분대신 숯가루와 혹은 기와, 토관 등을 분쇄해 고운 분말을 만들어 생칠과 혼합해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때는 물을 사용하지 않는다.


1차로 골회를 바른 면이 건조되면 연마용 숫돌로 건조된 1차로 골회를 바른 면에 물을 줘가면서 가볍게 갈아 수평으로 만든다. 이 후 한 차례 더 골회를 바르고 갈고 난 뒤, 통풍이 잘되는 실내에서 수분이 완전히 제거 될 때까지 완전히 건조시킨다.


예술공정은 자개 붙이기에서 시작된다. 미리 준비된 줄음질의 자개를 붙이거나 끊음질을 한다. 줄음질의 경우에는 자개 앞면에 아교*를 바르고 면에 붙인 다음 약 80도로 가열한 인두로 자개 위를 눌러 부착시킨다. 끊음질의 경우에는 칠면에 아교 혹은 칠을 바르고 그 위에 상사 자개를 끊어 붙여나간다.


다음으론 풀 빼기과정이 이루어진다. 자개 위에 붙어 있는 종이(반지)와 자개주변에 붙어있는 아교를 60~80도 정도의 더운 물을 솔에 묻혀 문지르면서 깨끗하게 씻어낸다. 이 때 더운 물을 오래 사용하게 되면 자개가 떨어지기 쉬워 빠르게 아교를 제거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자개가 떨어져나간 부분이 있는지 세밀히 확인해 교정하고 자개 주위의 아교가 남아 있으면 깨끗하게 씻어내야 한다. 완전히 건조되면 생칠이 자개사이에 잘 스며들게 바른 후 건조시키고 이전과 같이 골회를 자개의 두께와 같은 높이로 바르고 건조시킨 후 한차례 더 실행한다.


골회갈기와 같은 방법으로 숫돌 갈기를 하면서 자개문양이 선명하게 나타나도록 간다. 만일 골회 면이 고르지 않으면 홈 메우기를 하고 건조시켜 갈아 맞춘다. 이 후에는 칠을 묽게 해 엷게 바르고 칠 건조장에 넣어 건조시키는 공정을 세 차례 반복하는데 이를 초칠-중칠-상칠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사이사이에는 숫갈기로 칠면을 갈아 맞춘다. 마지막 상칠 과정에서는 여과지로 칠을 거르고 상칠용 귀얄(솔)로 바른 뒤, 칠 건조장에 넣어 건조시킨다. 충분히 건조됐는지를 확인하고 나서, 자개위에 덮인 칠을 칠 긁기 칼로 긁어낸다. 다음엔  마감용 숯으로 상칠면을 물갈기를 해 칠면을 갈아 맞춘다.


자개의 빛을 더 아름답게 하기 위해 미세한 토분에 종자유(콩기름)를 혼합해 반죽을 만들어 탈지면 혹은 모포에 묻혀 칠면을 고루 문질러 광을 낸다. 그리고 자개살넣기를 통해 줄음질된 자개 문양에 새의 깃털과 같은 미세한 부분을 음각으로 선조각을 한다.


마무리공정에 접어들면 상급용 생칠을 묽게 해 솜에 묻혀 칠면을 가볍게 문질러 바른 후 탈지면 혹은 박지로 생칠이 칠면에 거의 남아 있지 않게 문질러 낸다. 마지막 건조 과정이 끝나면 전에 실행한 광내기법을 이용해 마감광을 내며 마무리하면 아름다운 나전칠기가 탄생한다. 이렇게 복잡하고 까다로운 공정과정 때문에 나전칠기를 만들어내는 나전장인들의 대부분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돼있다.


현대 한국의 나전장들은 ‘전통’을 고수하는 것을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더 이상 나전칠기는 ‘옛 것’의 표상이 아니다. 나전장들은 마우스, 휴대폰고리, 다이어리표지 등 현대인의 물품을 나전칠기로 만들어 내는가 하면 구스타브 클림트와 같은 유명 외국인 작가의 작품을 나전칠기를 통해 다시 그려내기도 했다. 이러한 우리 한국나전장들의 기발한 도전은 우리나라의 나전칠기가 세계 어디서나 ‘으뜸’이라는 칭호를 얻게된 이유를 설명해준다.


복고주의가 부상하면서 나전칠기는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다. 서구문명에 이끌려가던 젊은이들은 다시 우리 것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이에 맞추어 지난 8월에는 나전칠기를 좀 더 알리기 위한 ‘한국나전 근현대작품전’이 열리기도 했다. 천년을 걸쳐내려온 우리 공예가 전 세계적로 뻗어나가 중국의 도자기처럼 하나의 국가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대해본다.


*생칠 : 정제하지 않은 옻나무의 진
*호칠 : 생칠과 쌀풀의 혼합물
*골회 : 고운 분말인 토분에 물을 조금씩 넣으면서 반죽한 것에 생칠을 1:1로 배합한 것
*아교 : 짐승의 가죽, 힘줄, 뼈 등을 진하게 고아서 굳힌 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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