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지난 1185호 여성면에서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에 대한 기사를 썼다. 당시 이 사건은 가장 큰 화제로 떠올랐고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그러나 그 당시 언론은 사건의 진실을 그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성폭행과 같은 직접적인 표현은 자제했고, 여성단체의 성명은 보도하지 않았으며 검찰이 발표한 내용만을 실었다. 또한 사설은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를 촉구하기보다는 검찰의 발표대로 사건이 무마되기를 바라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이는 바로 군사정권의 언론통제수단인 보도지침 때문이었다. 보도지침이란 제5공화국 당시 문화공보부가 정권에 불리한 내용은 보도하지 말라며 언론사에 은밀히 전달한 지시사항이다. 당시 보도지침을 무시했던 동아일보의 편집국장은 담당 기자와 함께 연행돼 구타를 당했다고 한다. 바로 이것이 80년대 중반 한국 언론의 적나라한 실상이다.

물론 보도지침은 6월 항쟁 이후로 사라졌다. 그렇다면 과연 현재의 언론은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울까. 지난 3월, 삼성 뇌물 사건과 관련된 사건에서 청와대 대변인의 말이 구설수에 올랐다. 그러자 YTN <돌발영상>에서 이와 관련된 보도를 했다가, 청와대 측의 수정요구에 의해 영상이 바로 삭제됐다. 또한 미디어법 논란이 있을 때 MBC <뉴스데스크>는 중징계를 받았고, 앵커는 회사 경영진에 의해 교체됐다. 앵커가 클로징 멘트에서 정책에 대한 비판적인 논평을 했다는 것이 주요한 이유였다.

이와 같은 사례를 보면 미국의 상원의원이었던 조셉 매카시의 몰락이 떠오른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50년대, 조셉 매카시는 자신과 정치적 입장이 다른 사람을 공산주의자로 몰아 처벌하는 선동정치를 했다. 대다수의 언론은 이것이 잘못된 줄 알면서도 권력이 두려워 반기를 들지 않았다. 그러나 CBS방송국의 <See it Now>는 달랐다. 이들이 제작한 프로그램은 선동정치가 잘못됐음을 알렸고, 결국 매카시는 몰락했다. 우리나라에서도 <See it Now>처럼 올바른 길을 가는 고집스러운 언론의 파수꾼을 만나보고 싶다. 권력을 자유롭게 비판하는 언론을 만나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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