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마약 중독은 화학적 문제일까, 아니면 환경적 문제일까. 의학계의 주장에 따르면 마약 중독은 ‘화학적’ 반응이다. 중독은 몸에 들어간 약물 때문에 일어나는 생리적인 변화일 뿐이라는 것이다. 또한 거의 모든 마약 중독 실험은 ‘인간이 저항하기 어려운 물질이 존재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실험 동물들은 대부분 죽음에 이를 때까지 약물을 투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약 중독에 이와는 다른 시각으로 접근한 실험이 있다. 1981년, 브루스 알렉산더 박사는 공동연구자 로버트 코움, 패트리시아 헤더웨이와 함께 기존의 실험 결과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알렉산더 박사는 마약 중독이 ‘화학적’ 반응이 아니라 ‘환경적’ 반응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마약 중독자들이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약에서 손을 떼지 못하는 이유가 환경적 요인에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알렉산더 박사는 먼저 약물중독이 환경적인 영향에 민감하다는 가설을 세우고, 하나의 실험을 진행한다. 실험 대상은 인간과 가장 비슷한 신경계를 가지고 있는 쥐였다. 그는 쥐를 두 그룹으로 나눴다. A그룹은 비좁고, 비위생적이며 답답한 공간, B그룹은 넓고, 안락하며 풍부한 먹이를 갖춘 곳에서 살게 했다. 그 후 각 그룹마다 정상적인 물과 헤로인이 포함된 물을 함께 주었다. 몇 달 동안 각 그룹의 쥐들을 관찰한 결과, 스트레스가 많은 공간에 있었던 A그룹의 쥐들은 쉽게 헤로인에 중독됐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B그룹이었다. 이 쥐들 역시 헤로인이 포함 된 물을 마셨지만 양이 적었고, 나중에는 거의 찾지 않았던 것이다. 아무리 물을 달게 만들어도 소용없었다. 결과적으로 A그룹의 쥐는 B그룹의 쥐보다 헤로인이 포함된 물을 16배나 더 마셨다.

이에 대해 이 실험의 반대자들은 “금단현상이 너무나 괴롭기 때문에 한 번 중독된다면 마약을 지속적으로 복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알렉산더 박사는 이 결과를 토대로 좀 더 세밀한 실험을 계획한다. 그는 B그룹의 쥐들에게 57일 동안 강제로 헤로인을 투여했다. 그리고 다시 보통 물과 헤로인이 포함 된 물 두 가지를 제공했다. 그러나 B그룹의 쥐들은 이미 중독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헤로인이 든 물을 정기적으로 선택하지 않았다. B그룹의 좋은 환경이 영향을 미친 것일까. 중독된 쥐들은 스스로 금단증상을 참아가며 보통 물을 찾는 양상을 보였다고 한다. 결국, B그룹의 쥐들은 마약에 이미 중독이 됐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영구적이지 않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이 실험을 통해 알렉산더 박사는 “금단 증상이 존재한다 해도 언론의 보도처럼 강하지 않으며, 금단 증상을 겪는다고 해서 약물을 반복적으로 복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아쉽게도 이 실험은 유명 과학저널 『사이언스』나 『네이쳐』로부터 게재를 거부당한다. 쥐를 통한 겨우 한 가지 실험 방법으로 모든 약물 중독자를 일반화 시킬 수 없다는 논리였다. 또한 이들은 이 논문이 사람들에게 마약이란 인간이 충분히 통제할 수 있는 낮은 수준의 물질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고 여겼다. 그리고 이것이 곧 마약의 남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실험이 과학적으로 정확하게 중독의 인과관계를 증명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의 실험은 우리에게 한번쯤 약물 중독자들의 주변 상황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그가 ‘마약중독’이라는 인간의 행동에 품었던 의문은 다음과 같은 결론으로 끝맺었다. 약물에 중독될 수밖에 없는 불안한 환경, 사회적 보호와 관심에서 소외된 현실은 정말 아무 영향이 없었을까. 그럴 가능성이 있다면 그들이 약물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환경에 적응하며 살 수 있게 도와주는 사회적 제도와 관심이 필요하지는 않은가.

브루스 알렉산더는 마지막으로 말했다. “만일 우리가 파이프로 파괴적인 행동을 했다면, 그것은 파이프 안에 우리가 저항할 수 없는 본질적인 본성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처럼 파괴적인 활동을 하는 것 외에 더 나은 대안을 찾지 못한 환경적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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