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에 따라 다른 행동하는 침팬지

눈 깜빡여 환영 표현하는 고양이

동물들도 사람과 대화가 통한다

 

인간과 동물 사이의 교감에 대한 정확한 원리는 없다. 많은 연구와 사례가 ‘통할 수도 있다’라는 가능성을 증명할 뿐이다. 대부분의 동물학자는 동물의 행동과 감정을 사람이 파악하는 것이 ‘교감’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사람이 강아지의 행동과 눈빛을 보고 ‘배가 고프구나’ ‘놀아달라고?’와 같은 판단을 하는 것이 교감의 출발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반대로 동물이 사람이 느끼는 감정을 이해한다는 사실은 의심이 가기도 한다. 과연 동물도 상황과 대상에 대해 생각하며, 감정을 가지는 것이 가능할까?

야생 침팬지 연구에 평생을 바친 동물연구가 제인구달의 실험은 동물의 사고력을 증명하는 대표적인 예다. 제인은 침팬지에게 혼자서 먹을 수 없는 많은 바나나를 주고 침팬지의 행동을 관찰했는데, 이 침팬지는 자기만 아는 곳에 바나나를 숨겨 놓고 조금씩 꺼내 먹었다. 놀라운 것은 다른 침팬지들이 바나나를 찾자 손가락으로 엉뚱한 방향을 가리켜 무리를 따돌린 뒤 혼자 바나나를 꺼내 먹었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동물도 상황에 따라 생각하고 다른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펜실베니아대 수의학과 교수 제임스 서펠은 저서『동물, 인간의 동반자』에서 “기본적인 심리적 기제와 반응이 동일하다면, 동물도 인간과 유사한 고통과 불쾌감을 경험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동물학자 마리안 도킨스는 논문 「동물의 마음과 감정」에서 동물과 인간의 감정표현이 비슷하다는 것을 밝히기도 했다. 논문에 따르면 복잡한 뇌의 작용에 따라 일어나는 인간의 감정을 동물의 감정과 동일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몸짓ㆍ행동ㆍ표정으로는 일정부분 교감이 가능하다고 한다. 심장 박동 등의 신체 변화나 특별한 행동으로 감정을 드러내는 방식은 인간이나 동물이나 비슷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고양이가 눈을 두 번 깜빡이는 행동은 ‘환영’을 뜻한다. 실제로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하이디가 난폭한 고양이를 보며 눈을 두 번 깜빡이자, 고양이도 똑같이 눈을 깜빡이며 온순하게 바뀌었다. 고양이가 ‘환영’이라는 긍정적인 뜻을 받아들인 것이다.

동물의 감정은 교미행동에서도 드러난다. 동물권리옹호가 조나단 밸컴은 저서 『즐거움, 진화가 준 최고의 선물』에서 “동물의 교미행동이 단순한 번식 목적이 아니라 접촉의 즐거움을 때문이라는 사실이 여러 관찰과 조사를 통해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 예로 ‘피그미침팬지’라고도 하는 보노보는 어느 때나 즐거움을 위해 성관계를 하는 동물로 유명하다. 보노보는 아프리카 콩고에서만 서식하며 인간과 유사한 형태론적 특징, 행동양식을 보이는 동물이다. 때문에 일부 인류학자들은 보노보를 인류와 영장류의 가장 근접한 공통조상으로 여기기도 한다.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흔히 동물의 감정을 ‘느낌’으로 안다고 이야기한다. 3년째 강아지 두 마리를 키우는 김문기(23)씨는 “나의 기분에 따라 강아지도 기분이 변한다는 것을 느낀다”며 “내가 침울해져 있으면 강아지도 기운이 없고, 내가 웃으면 강아지도 밝게 행동한다”고 말했다.
한편 하이디가 출연한 프로그램에서는 주인이 무심코 던진 부정적인 말의 영향을 받아 난폭해진 동물들도 있었다. 교감이 꼭 언어를 사용하는 의사소통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이러한 상황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오랫동안 인간은 동물이 복종의 대상이라고 여겨왔다. 사람과 동물 사이에는 도덕성과 같은 ‘이성’이라는 차이가 존재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인간과 동물의 차이를 ‘도덕성’으로 나눈다면 말 못하는 어린아이의 고통을 무시하는 것 못지않게 동물이 겪는 고통을 무시하는 일도 도덕적으로 정당화 될 수 없을 것이다. 인간은 유일하게 생각하고 감정을 느낀다는 우월감으로 동물과의 교감을 무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것, 이 가능성을 인정하는 것이 바로 교감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동물과 교감 시작하기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리디아 히비(Ldia Hiby)는 저서『동물과 이야기하는 여자(Conversations with animals)』에서 동물과의 대화가 마음을 열면 누구나 가능한 것이라고 말한다. 말하지 못하는 아기와 대화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단지 확인할 방법이 없어 ‘느낌’으로 남을 뿐이다. 리디아 히비가 말하는 동물과의 교감을 시작하기 위한 간단한 방법 몇 가지를 소개한다.

1. 동물의 시선에 맞춰라
‘동물의 시선’이란 동물들이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같이 보고 느끼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작은 개가 볼 수 있는 시야는 낮아서 식탁다리, 의자다리, 사람 발 등을 볼 수 있을 뿐이다. 큰 개는 싱크대 위, 식탁 위도 보고 사람의 얼굴도 가까이서 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동물의 시선에 맞춰 그들이 보는 세상을 이해하고,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2. 동물의 시간 개념을 이해하라
동물의 시간 개념은 1차원적이다. 동물은 5분과 5시간의 차이를 알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아무리 짧은 시간이라도 그들의 곁을 떠났다가 돌아오는 것은 동물 입장에서는 그들의 시간 흐름을 깨는 것이다. 집을 비울 때는 동물에게 ‘빨리 돌아온다’는 말을 반복적으로 해 안심시키는 훈련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엄마가 잠깐만 눈에 보이지 않아도 우는 아이와 같은 분리불안 장애를 가질 수도 있다.

3. 긍정적인 말이 효과적이다
동물과 대화하기 위해서는 부정적인 말보다 긍정적인 말투가 훨씬 효과적이다. “하지마!” 보다는 “이렇게 해!” 라고 하는 것이 좋다. 리디아 히비는 함께 사는 동물들에게 “안 돼!”라고 말한 뒤 긍정적인 말로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알려준다고 한다. “안 돼!”라고 말한 뒤 “조용히 해!”와 같은 방식으로 반복적으로 훈련하는 것이다. 동물들은 일반적으로 긍정적인 요구에 더 많이 응답한다.

4. 애니멀 커뮤니케이터의 대화법
리디아 히비와 같은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는 동물과 대화할 때 어떤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고 한다. 예를 들어 강아지에게 ‘좋아하는 음식이 뭐니?’라고 물으면 커피향이 연상된다는 것이다. 동물의 답변은 인간이 미처 느끼기도 전에 휙 지나가버리므로 순간의 느낌을 놓치지 않으려 온 정신을 집중한다. 리디아 히비는 이것이 신비한 능력이 아니라 반복적인 훈련과 연습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능력이라고 말한다. 동물에 대한 마음을 열고 끊임없는 집중 훈련을 거친 결과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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