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출가외인이니 친정일에는 상관하지 말아라’라는 말을 들어봤는가. ‘출가외인’이란 흔히 결혼한 딸을 일컫는 말이다. 이는 결혼을 하면 딸은 우리 가문의 사람이 아닌 시댁 가문의 사람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됐으며 이는 가족제도 안에서의 딸에 대한 가부장적인 사고방식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종중’이라는 단어는 가문과 유사한 의미이나 조상의 묘를 관리하는 책임과 제사를 지내는 일을 위한 모임이며 덧붙여 친족 간의 친목을 다지기 위해 모이는 집안의 공동체 전체를 의미한다.

지난 2005년 자신들의 가부장적인 ‘종중’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일명 ‘딸들의 반란’이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이 문제는 용인 이씨와 청송 심씨의 가문의 땅이 속해있는 경기도 용인 일대 개발돼 종중이 부동산을 매각하며 시작됐다. 두 집안 종중의 남성들은 종원의 자격을 후손 중에서 20세 이상 성인 남자로 제한해 수백억대의 부동산 매각 대금을 나눠 가졌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결혼한 여성자손들은 재산분배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 두 가문의 여성자손들은 중중에 2000년 2월과 4월에 ‘종중회원확인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용인 이씨 출가 여성들은 ‘종중은 성년 남자로 구성된 집단’이기 때문에 종중의 행위가 부당하지 않다는 재판부의 판결을 받아 1심과 2심에서 패소했다. 2003년 12월, 딸들은 다시 대법원에서 공개변론을 했다. 그들은 “남성만을 종원으로 인정한 기존의 판례는 가족관계 내에서의 민주화와 남녀평등을 명시한 법정신에 어긋난다”고 하며 여성도 종원으로 인정받아야함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그 결과 2005년 7월 21일, 대법원은 종중회원확인소송에서 여성의 종원 인정에 대한 기존판례를 뒤집고 여성에게도 종원 자격을 인정하며 출가한 여성들의 손을 들어줬다. 다음해인 2006년에 대법원의 판결에 종중은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다시 재상고를 했으나 딸들의 승리는 번복되지 않았다. 여성자손들에게 승소판결을 한 대법원은 경제성장, 여성의 사회참여 증가 등으로 사회의 성평등에 대한 인식이 성숙했음을 판결이유로 밝혔다. 남성만을 종원으로 인정한 관습이 이제는 변화할 때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여성계는 2005년 이 판례의 의의에 대해 여성 종원이 이제까지 분묘, 제례 등을 비롯한 가족의 전통적인 권리에서 배제됐지만 이제는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보장받게 됐다고 평가한다. 특히나 여성들에게 확보되지 못했던 권리인 재산권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큰 성과로 본다. 한편으로는 여성 종원들이 제례 등 마땅히 종중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부담도 지게 됐다.

여전히 이 판례에 대해 일부 유림층과 종중의 남성들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여성의 종원 지위를 인정하면 가문의 의미가 퇴색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한 규모가 큰 종친회의 경우에 여성의 지위를 인정하면 조직의 범위가 더욱 확대되고 재산분배와 제사주관 시 분쟁이 늘어 종친회 운영에 큰 혼란이 생길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더불어 이 판례를 두고 “여성들이 종원으로서의 의무는 다하지 않고 재산권과 같은 경제적 권리만 챙길 수도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존의 관례를 뒤집은 이 판례를 두고 많은 여론은 일명 ‘딸들의 반란’이라고 일컬었다. 그러나 반란은 특정 집단이 기존의 세력을 전복할 목적으로 벌이는 행위라는 뜻으로 반란을 벌이는 집단의 행위가 부정적이고 정당치 않음을 은연중에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자손들의 행위는 반란, 음모가 아니라 후손으로서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한 것이다. 이 판례를 ‘딸들의 권리 찾기’라고 양성평등적 시각에서 다시 이름 붙여보는 것은 어떨까.

 

저작권자 © 숙대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