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징의 손실과 치유의 마법
지난 금요일, 우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을 바라보며 깊은 애도를 표했다. 불과 2년전까지 우리나라 정치권력의 정점인 대통령의 지위를 누리다 고향마을에 정착한 한 개인은 ‘권력은 응시되는 존재’라는 오랜 틀 속에서 그가 그토록 애써서 보이고자 했던 도덕적 이미지의 훼손을 겪으며 고통스러운 삶을 스스로 마감했다. 하지만 그의 죽음은 놀라운 추모 열기 속에 개인으로서가 아닌 사회적 관계 속에서 생성된 집단의 이미지희구와 이와 관련된 가치에 대한 성찰을 요구한다. 혼란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급격한 이미지의 훼손과 변이는 실제로 로마의 전형적 인물상은 모두 고유의 가면, 소품을 지니듯이 특히나 권력자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다. 집단적 이미지는 역사적 맥락 하에 사회적 필요라고 하는 투사막에 기억으로 유도투사되는 과정으로 만들어진다. 즉 투사막의 종류에 따라 같은 내용도 전혀 다른 모습으로 재구성되어 전달된다.
오열하는 추모객과 가족을 보면 노 전 대통령의 추구한 가치가 그들에게 동감을 받고 있다고 짐작된다. 그러나 역시 대립하는 사회적 모습은 마치 서로 다른 문화들이 무엇을 가치 있고, 아름답고 중요하다고 정의하는지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것과 같다. 상대적 가치주의를 주장하기 보다는 우리가 희구하는 어떤 가치지향을 공론화해야 한다. 물질적 상징보다는 인간적인 삶으로 돌아가자고 주장했던 그의 가치지향점은 현실 정치역학의 한계 속에 멈추었지만 각각의 국민이 바라보는 개인적 해석의 상징으로 전환됐다. 데이비드 그로버는 “가치란 특정행위가 더 큰 사회적 총체성에 통합되는 과정에서 행위자에게 의미있는 것으로서 인식되는 방식”이라고 정의했다.
‘책임은 누구에게도 없다’ ‘집단적 정치 행동속에 세계와 인간의 변화는 더 이상의 가능성이 없다’ ‘개인적 차원에서는 소비자로서 내리는 결정자체가 바람직한 민주주의 형태이다’라는 통념에 대한 도전은 개인들의 가치에 대한 태도에서 시작된다. 미와 쾌락은 무엇보다 자아가 넓은 세계로 자신을 확장하고 다른 사람과 교류를 가로막는 장애물을 극복하는 것과 관련한 가치이다. 치유를 위한 기술로서의 마법이 필요하다. 창의적 과정을 통한 사회적 가치의 소통이 마법적 힘으로 개인들의 아픔을 치유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김세준(문화관광학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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