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다시금 촛불을 맞이한 경찰의 태도는 초강경 일변도였다. 지난달 30일부터 사흘간 경찰의 원천봉쇄 속에서 이뤄진 ‘노동절ㆍ촛불문화제 1주년 집회’에서 체포ㆍ입건된 사람은 총 221명이며 이들은 전원 기소될 예정이라고 한다. 더구나 연행된 사람들 중에는 시위에 참여하지 않은 시민들도 있었다. ‘명동 밀리오레 앞에서 친구들과 걸어오다 연행됐다’ ‘일을 하다 잡혔다’ ‘하이서울 페스티벌 행사장 나왔다가 끌려갔다’는 이들의 말을 들어보면 현장에서 경찰 진압의 무질서함을 추측해볼 수 있다.


지난 5일 경찰청 관계자는 한 일간지를 통해 “2명 이상이 모이면 집회다. 교통통제가 된 상황이라도 깃발을 들거나 구호를 외치면 집회로 간주한다. 신고가 안 되면 당연히 불법집회이고 야간 집회는 무조건 불법”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불법집회를 정의하는 방법에 있다. 우리나라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로 집회의 합ㆍ불법 여부를 규정하는데, 이때 경찰에게 집회의 생사 여탈권을 부여하는 것은 정부 비판적인 집회에 대한 사전검열을 가능하게 한다.

헌법은 집회의 자유를 민주주의 구현의 핵심 가치로 보호하고 또 우월적 위치로 인정하고 있으며 이와 더불어 제21조에서 집회, 결사의 허가제를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현행법상 경찰에 집회를 신고하는 것은 공중질서유지를 목적으로 한 ‘정보 전달’이 목적이지 경찰이 집회를 승인하거나 금지하도록 하기 위함이 아니다.


그런데도 경찰은 집시법 5조 ‘공공의 안녕과 질서에 위협을 끼치는 집회와 시위는 금지할 수 있다’를 근거로 번번이 집회와 시위를 금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집회의 개최 여부가 경찰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결정될 여지가 있기 때문에 용어만 ‘허가’를 사용하지 않았을 뿐 현행법이 ‘허가제’와 다르지 않은 ‘위헌적인 조항이다’는 비판도 있다.


물론, 집회가 폭력으로 일관되거나 불순한 목적을 갖고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폭력시위 근절을 표방하며 집회의 자유와 권리는 마치 경찰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하위 가치인양 통제하려다보니 ‘공권력이 도를 넘어섰다’는 비판이 나오지 않을 수 없겠다. 법을 알고 집행한다는 정부와 경찰은 부디 헌법의 가치부터 바로알고 집회 현장에서도 국민을 보호하고 존중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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