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는 주제로 원고를 부탁받았을 때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글을 쓰기위해 모니터 앞에 앉은 지금 나는 무슨 말을 써야 좋을지 몰라 한참을 고민하고 있다. 간단한 주제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우리 엄마를 떠올려보니 오만가지 생각이 떠오르며 쓰는 한글자 한글자가 조심스러워진다.

내가 아주 꼬마였을 적 내 기억 속 엄마는 누구보다 기운 센 대한민국 아줌마였다. 시장에서 과일이며 야채, 생선 등 일주일치 식량을 한손가락에 몇 개씩 겹쳐들어도 끄떡없고, 언니와 내가 싸우기라도 하는 날이면 호랑이 같은 얼굴로 어김없이 회초리를 드셨다. 내가 조금 더 자라 교복을 입을 때에는, 호랑이 같던 엄마는 없었다. 늦은 밤 독서실에서 돌아오면 소파에서 졸다 잠이 덜 깬 얼굴로 딸을 맞이하던 엄마만 생각난다. 대학입학 후 머리가 좀 크게 된 나는……. 동아리다 알바다 연애다 밖으로만 나돌던 내 대학생활에서 언제부턴가 엄마는 뒷전이었다. 밖에선 친구들하고 하루 종일 잘도 떠들면서 왜 집에만 들어가면 퉁명스러워지는지. 남자친구랑은 영화 개봉하기가 무섭게 찾아다니면서 왜 엄마랑은 드라마 보는 한 시간도 허락하기 힘든 건지.

오늘 아침 문득 밥상을 차리던 엄마의 손을 보니 언제 생겼는지 검버섯이 잔뜩 덮여있었고 두 어깨는 예전보다 많이 작아져있다. 마음 한구석이 시큼해진다. 돌아오는 어버이날에는 엄마랑 볼 영화표를 미리 예매해야겠다. 엄마가 좋아하시는 치킨에 맥주도 한잔 해야겠다. 숙명의 모든 딸들아, 그동안 잊고 있던 우리의 엄마를 찾아오자. 친구에게 보낼 수많은 문자 중 한 통만, 오늘은 엄마에게 전송해 보는 것은 어떨까. 단돈 20원, 경제가 불황인 요즘 우리의 엄마를 찾는 현상금으론 썩 괜찮은 대학생 맞춤할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박소은 (인문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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