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물결, 퀴어 레인보우’ 등 더 폭 넓어진 영화 섹션
작가와의 만남, 교복 파티 등 이목 이끄는 다채로운 행사

지난 4월 9일부터 16일까지, 신촌에 있는 아트레온 극장은 떠들썩한 축제 분위기였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아트레온 극장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신촌 지하철역부터 영화관까지 펄럭이는 영화제의 포스터와 극장 주변에 떠들썩하게 모여 있는 많은 사람들이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축제 분위기를 돋궜다.
1997년을 시작으로, 올해 11회를 맞은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23개국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 여성영화제이다. 개막작 제니퍼 팡 감독의 <반쪽의 삶>을 시작으로 성 소수자, 10대 여성의 정체성, 여성의 노동 등 다양한 주제의 영화들이 총 105편 상영됐다.


상영 영화들은 ‘새로운 물결’ ‘퀴어 레인보우’ ‘걸즈 온 필름’ ‘천 개의 나이 듦’ 등 다양한 주제의 섹션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새로운 물결’ 섹션에는 세계여성영화의 최신 경향을 소개하자는 취지를 담아 <아녜스 바르다의 해변> <보더라인> 등 신예 감독들의 장편영화들이 소개됐다. 또 ‘퀴어 레인보우’ 섹션에서는 캐나다, 대만, 독일, 폴란드 등 다양한 나라들의 퀴어 영화가 상영됐다. ‘걸즈 온 필름’과 ‘천 개의 나이듦’ 섹션에서는 각각 10대 소녀와 중장년층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 연령과 세대의 경계를 넘어 소통하려는 영화들이 상영됐고, ‘오픈 시네마’ 섹션에서는 남성 감독이 여성보다 더 세심한 감성으로 제작한 <중매보다 연애> <뷰티풀 크레이지> 등의 여성영화 4편이 선보여졌다. 특히 ‘새로운 물결’ 섹션은 여러 섹션들 가운데 가장 많은 매진작을 배출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번 영화제의 수석 프로그래머 권은선 씨는 ‘새로운 물결’ 영화들의 강점에 대해 신인 감독들의 신선한 영화의 연출 방식과, 여성의 삶, 욕망 등 다양한 주제들의 심도 있는 해석을 언급했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것 외에도 다양한 부대 행사에 참여해 영화제를 즐길 수 있었다. 특히 아트레온 극장 1층에서 열린 ‘열린 광장 열린 무대’ 행사에서는 지나가던 사람도 흥미를 가질 만큼 매력적인 공연들이 펼쳐졌다. 4월 10일에는 연령, 성별, 복장에 관계없이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자는 취지로 교복 파티 행사가 열렸다. 이 날 파티에는 영화 <여고괴담 5>의 김조광수 감독과 주연배우 5명이 교복을 입고 참여해 파티의 흥을 더했다. 또 11일에 진행된 행사에는 ‘엄마를 부탁해’의 신경숙 작가가 초대됐다. 신 작가는 엄마의 삶에 대해 관객과 진솔한 대화 시간을 가졌는데, 도중 몇몇 관객들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이 외에 북밴, 해피밴드, 베이지 등 여러 가수들이 초청돼 일주일 내내 영화제를 더욱 풍요롭게 했다.
원활한 영화제의 진행 뒤에는 총 100여명의 자원 봉사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아트레온 극장 앞에서 기념품 판매를 담당하던 문효림(경기대, 국제통상학과)씨는 “작년 여성 영화제 때는 홍보부서에서 활동했는데, 올해는 여성 영화제 내부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어 이렇게 참여하게 됐다. 작년보다 섹션도 더 다양해지고 영화 관람 관객도 늘어나는 등 여러 모로 발전해가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이번 여성영화제는 총 3만 7500명의 관객을 모으고 88%의 높은 객석 점유율을 보였다. 이 중 많은 관객들이 여성이었지만 남성들의 참여도 활발했다. 또 관객들의 연령대가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다양하게 분포돼 있었고, 한국인 외에 많은 외국인들이 영화제를 찾아 ‘세상과 여성의 소통’을 목표로 했던 영화제를 더욱 빛냈다. 영화제에 참여한 한 남성 관객은 “여성의 인권에 대해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영화배우 안성기, 신민아, 임권택 감독 등 많은 영화인들도 개ㆍ폐막식, 감독과의 대화 등에 참여했으며 특히 영화배우 공효진씨는 심사위원의 자격으로 영화제를 함께 했다.
성황리에 끝을 맺은 제 1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누가 이 영화제를 보고 소수들만을 위한 영화제라고 했는가? 성별, 나이, 국적을 불문한 많은 이들이 이 영화제를 보기 위해 모여들었다. 여성주의 문화 소통의 장이 되고자 했던 영화제의 목표를 충분히 이룬 셈이다. 2010년, 제 12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열린다. 1년 뒤 여성 영화제는 얼마나 발전해 있을까? 그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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