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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를 뛰어넘은 아름다운 열정
고수정 기자  |  smpgsj76@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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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9.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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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학기, 학점 4.3만점으로 전체 수석을 한 김경민(교육 07) 학우. 교정 어디에서나 맹인안내견 ‘미담이’와 함께 있는 모습의 그는 시각장애인이다. 중간고사를 앞둔 지금, 김 학우는 정신없이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제가 다른 학생들보다 읽는 것, 쓰는 것, 자료 찾는 것 등이 느려요. 다른 학생들은 2시간이면 끝낼 과제를 저는 7시간이 걸릴 수도, 일주일이 걸릴 수도 있거든요”라고 말한 그는 오늘도 열심히 공부한다. 따스한 봄날 시각장애라는 불편 속에서도 학업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는 그를 만나봤다.

숨은 조력자 ‘키다리 숙명인’
김 학우는 책을 사서 바로 볼 수 없기 때문에 도우미 학우들이 일일이 교재를 컴퓨터로 타이핑 해줘야 한다. 도우미 학우들의 노력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그는 책을 읽고 또 읽는다. 그는 전체 수석의 공로를 주변 사람들에게 돌렸다. “제가 열심히 하지 않으면 주변 분들의 도움을 저버리는 배은망덕한 행동을 하는 격이 되잖아요? 이러한 상황들이 제가 열심히 공부 할 수 있도록 힘을 북돋아 줬던 것 같아요.”

김 학우에겐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수업이 있다고 한다. Andrew Bruce 교수의 ‘고급영어 읽기와 쓰기’ 수업이다. 많은 교재를 사용하는 수업의 특성상 원서를 타이핑 해줄 도우미 학우들이 부족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Andrew Bruce 교수로부터 메일이 왔다. 메일에는 그를 위해 타이핑해줄 봉사자를 구했다는 말과 함께 다음 주 교재 분량의 파일이 첨부되어 있었다. 김 학우는 “그 메일을 받고 눈물이 다 났어요. 저의 고민을 듣고 진심으로 도와주고자 하셨던 교수님께, 그리고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한 학기 동안 타이핑을 해주신 그 분께 감사하다는 말씀 꼭 드리고 싶네요”라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김 학우의 대학생활에서 맹인안내견 ‘미담이’는 빼놓을 수 없는 존재이다. 김 학우는 맹인안내견 ‘미담이’와 처음 만난 날을 떠올렸다. 평소 동물을 무서워 한다는 그는 안내견은 짖지도, 물지도 않는다는 말에 용기를 내어 분양받게 됐다. 2007년 2월 13일 훈련사 선생님과 함께 그를 찾은 ‘미담이’는 상상 속 안내견과는 달랐다. 김 학우는 “애교쟁이 미담이가 제게 다가와 꼬리를 흔들고 점프를 했으며 뽀뽀까지 했었어요”라며 기억을 되새겼다. 하지만 그는 ‘미담이’와 함께 한 첫날 밤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방 한켠에서 곤히 자는 미담이가 언제 갑자기 제 침대로 올라와 저를 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러나 ‘미담이’에 대한 김 학우의 애정과 사랑은 하루가 다르게 커져 지금은 자신의 일부와도 다름없는 소중한 존재라고 말했다.

‘현재’를 소중히 하는 진정한 행복
‘비장애인이 못하는 것은 안 하는 것이거나 실수이지만, 장애인이 못하는 것은 장애인이기 때문에 못하는 것이다’라는 일반적인 편견을 깨고 싶다는 김 학우. 그는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특정 신체부위 이외에는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그에겐 꿈이 있다. 이는 미국의 시각장애인을 위한 개별 정부기관에서 특수교육 석사를 마친 후 일하는 것이다. “미국 시각장애인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의 한국시각장애인들에게도 많은 기회를 주고 싶어요.” 그는 현재 모교인 국립서울맹학교에서 시각장애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한편 김 학우는 시력이 남아있던 어렸을 때는 눈을 완전히 낫게 해달라고 기도했고, 13세에 눈을 완전히 실명한 뒤에는 어렸을 때만큼이라도 보이게 해달라고 기도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이렇게 영원히 바라기만 한다면 평생 불행 하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비로소 그는 행복이란 현재를 감사하게 생각할 때 찾을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덧붙여 김 학우는 자고 일어나 눈 앞에 보이는 벽, 천장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누구의 도움 없이 방을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아느냐고 묻는다. 그는 “현재 우리가 가진 것에 감사하고 거기서 행복을 느끼면 삶이 더 넉넉해질 거예요”라고 조언했다.

학기 초가 되면 많은 대학생들은 ‘책값이 비싸다, 책이 무겁다’라며 불평을 한다. 김 학우는 그 때 마음속으로 생각한다. “그렇게라도 책을 사서 누구의 손도 거치지 않고 바로 읽을 수 있어 좋겠다”라고. 자신의 상황을 부정하지 않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그. 남들과 다른 것을 인정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무한히 노력하는 그. 현재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하고 이에 행복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김 학우의 말이 학우들 모두의 마음속에 새겨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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