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만 명. 2005년 우리나라에서 임신중절 수술에 의해 희생되는 태아의 수다. 이는 같은 해 태어난 신생아 수의 80%에 달한다. 그만큼 임신중절 수술이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임신중절 수술이 이 숫자만큼 결코 쉽거나 편리한 것은 아니다. ‘생명을 제거’하는 수술이 어떻게 간단하게 끝날 수 있겠는가.

 

임신중절 수술은 일반적으로 임신 시기에 따라 그 방법이 다른데, 임신 10주까지는 진공흡입술을 사용한다. 진공흡인술은 칼이 달린 흡출 튜브를 삽입해 자궁벽의 태반을 긁어낸 뒤 태아와 태반 조직들을 흡입하는 방법이다. 자궁 입구를 강제로 열고, 진공청소기의 흡출력보다 29배나 더 강한 압력을 가해 진공흡입 한다.
임신 10~16주에는 절단에 의한 제거수술이 이루어진다. 수술 8~12시간 전 수분을 흡수하면 비대해지는 ‘라미니리아’와 같은 약물을 주입해 자궁입구를 확장한다. 그 다음 자궁 경부에 집게를 넣어 태아와 태반을 뜯어낸다. 이 때의 태아는 자기 힘으로 생존할 수 없지만 완전한 인간의 형태를 갖추고 있어 몸체를 따로따로 잘라 꺼낸다고 한다. 이 수술이 더욱 충격적인 것은 태아의 절단된 몸체를 맞추어보아 자궁 내에 남아 있는 부분이 없는가를 확인한다는 것이다.
임신 20주가 넘으면 요소나 소금물 등을 주입해 태아를 사망시킨 뒤 ‘프로스타글란딘’과 같은 호르몬으로 분만을 촉진한다. 그러나 이 방법은 시간이 오래 걸릴 뿐 아니라 심각한 후유증을 유발하기 때문에 현재 대부분의 나라에서 금지하고 있다.
한편 자궁이 기형이거나 다른 인공유산 방법에 실패한 경우 자궁을 절개해 태아를 꺼내는 자궁절개법이 있다. 그러나 이는 일반적인 임신중절 수술은 아니다.

이와 같은 임신중절 수술에는 많은 부작용과 후유증이 따른다. 하복통과 요통, 월경 불순 뿐만 아니라 자궁의 상처로 인해 다음 임신 때 유착태반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태반의 일부나 전체가 자궁벽에 붙어있어 인공적으로 태반을 제거해야 하는데, 심할 경우 산모가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또한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굳게 닫혀있던 자궁을 강제로 열 경우 유산, 조산을 유발할 확률이 높다. 여러 번 중절수술을 받았을 경우에는 자궁내막조직의 일부가 변형돼 수정란의 착상이 어려워져 영구 불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중절 수술 이후 임신을 할 경우 자궁 외 임신으로 사망할 확률이 2배, 중절 수술을 두 번 이상 받았다면 위험성은 4배로 높아진다. 미국에서는 중절수술이 합법화 된 후 자궁 외 임신이 30%나 증가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중절 수술로 나팔관에 염증이 생기면 이것이 곧 자궁 외 임신을 초래하는데, 이는 전체 산모사망의 12%를 차지할 정도로 위험하다.
임신중절 수술로 산모가 겪는 심리적, 정신적 피해도 엄청나다. 한 조사에 따르면 45%에 달하는 여성이 자기비난, 식욕장애, 분노감 등의 정서장애에 시달리며, 자살할 확률은 보통 사람보다 9배나 높게 나타났다. 성평등 상담소 관계자는 “낙태로 인해 신체적인 후유증을 겪을 수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정서적 후유증이 더 심각할 수 있다”며 “낙태된 태아와 부모님에 대한 죄책감, 남자친구에 대한 원망을 비롯해 낙태를 하게 된 자신에 대한 자책감과 학업과 일에 집중하기 어려움 등 일상적인 생활이 힘들어 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혹여 낙태로 인한 정서적 후유증을 겪고 있다면, 교내 성평등 상담소(순헌관 509B, 710-9021)에 개인상담을 신청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따라 임신 중절 수술을 받았다면, 다음과 같은 점에 주의해야 한다. 수술 후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해서 곧바로 일상생활을 시작해서는 안 된다. 임신을 유지하기 위해 준비를 갖추었던 신체가 임신이 종결된 상황에 억지로 적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술 3일 정도 까지는 차가운 바람을 쐬지 말고, 수술 4~5일 후부터 항상 따뜻한 물로 간단하게 샤워만 한 뒤 안정을 취하는 것이 좋다. 또 산후조리와 마찬가지로 미역국을 섭취하면 유해한 콜레스테롤이 줄어들고 혈액순환에도 도움이 된다. 임신중절 수술 후에는 자궁이 깨끗해져 임신이 쉬워질 수 있으므로 한 달 정도는 성생활을 삼가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에서는 ‘낙태죄’를 정해 임신중절 수술을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별도로 특별법을 만들어 낙태의 허용한계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낙태는 음성화 된 채 그 통계를 쉽게 추산할 수 없을 정도로 흔한 일이 됐다. 낙태. 쉽게 내뱉을 수 있는 단어처럼 가벼운 수술이 아님을 기억하자. 건강한 몸을 위해서는 신중하게 임신을 계획하고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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