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71호 사회부 기획기사 ‘학교 앞 하숙집 실태’를 취재하며 기자는 잠시나마 하숙생활을 체험했다. 학교 앞에서 하숙을 하는 친구의 도움을 받아 하숙집이 밀집된 지역을 안내 받고, 내부로도 들어가 볼 수 있었다. 하숙집을 방문하면서, 또 하숙생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됐는데, 하숙생들이 가지고 있는 한두 가지의 불만들이 대개 ‘외로움’에 기인한다는 점이었다.


어린 시절 기자는 청춘 시트콤을 보며 하숙에 대한 환상을 기르곤 했다. 친구들과 한 집에서 생활하고 한 데 모여 수다를 떨고 우정을 나누는 모습. 그러나 그런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대부분의 하숙생들은 함께 사는 하숙생들과 갈등을 겪고 있었다. ‘옆 방애가 너무 시끄러워요’ 혹은 ‘옆 방 언니는 사소한 문제에 너무 예민하게 반응해요’ ‘누군가 내 물건을 자꾸 건드리는 것 같아요’ 등 모두 사람이 원인이었다.


그들이 호소하는 외로움은 어쩌면 스스로가 야기한 것일지 모른다. 실제로 취재를 하다 보니 1년이 다 되도록 옆 방 하숙생과 말 한마디, 인사 한 번 나누지 않는 하숙생들이 많았다. 또, 식사 시간에 집에서 함께 밥을 먹을 때도 서로 낯은 익지만 대화 한마디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런 환경 속에서 어느 누가 외롭지 않을까.


‘잠만 잘 분’이라는 전단 광고지를 학교 앞 담벼락에서 종종 본다. 하지만 집은 단순히 잠만 자는 공간이 아니다. 집은 고달픈 하루를 끝마치고 돌아온 이에게 묵묵히 기댈 곳을 내어 주는 위안의 공간이다. 이런 곳에서조차 서로를 날 선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면, 과연 그 곳에서 하숙생은 편히 쉴 수 있을까. 하숙생에게 진정한 안식처는 상실된 것일까?


서로 기본적인 예의는 지킨다는 전제 하에 서로를 가족이라고, 공동체라고 생각하며 친밀하게 다가가 보자. 비록 아무 연고 없이 모인 사람들일지라도 한솥밥 먹는 가족으로서 상대를 따뜻하게 바라본다면 아마 그 외로움이 조금은 사라질 것 같다. 오늘 저녁 옆 방 언니에게 밥 맛있게 먹으라는 인사 한마디 건네 보는 것은 어떨까.

저작권자 © 숙대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