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된 자본시장, 자본시장 통합법

자본시장통합법(이하 자통법)이란 정부가 14개로 나뉘어 있는 금융시장 관련 법률을 하나로 통합하고 금융상품에 대한 사전적 제약을 철폐해 모든 금융투자회사가 대부분의 금융상품을 취급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을 말한다. 이 법에 따르면 은행 및 보험을 제외한 자본시장의 금융기업 간의 겸영을 허용해 한국판 골드만삭스 등과 같은 대형화ㆍ겸업화된 투자은행(IB)의 출현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의도에서 나온 것이다. 미국의 골드만삭스는 2006년 1분기 순이익이 24억 8천만달러에 달했다고 발표했는데, 분기 실적으로는 월스트리트 역사상 최대 규모였다. 이는 우리나라 40여 개 증권사들이 지난 9개월 동안 벌어들인 순이익보다도 큰 금액이었던 것이다.

 


 

2009년부터 2월부터 시행된 자본시장통합법의 주요 내용



◇ 투자자 보호 : ‘금융상품 설명 의무’가 도입된다. 따라서 금융투자회사는 상품 투자를 권유할 때 상품 내용과 위험 등을 투자자가 이해하도록 설명하고, 설명 내용을 투자자가 이해했음을 확인하는 서명을 받아야 한다. 특히 일반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투자목적ㆍ재산상태ㆍ투자경험 등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투자를 권하는 적합성 원칙이 세워졌다. 이런 설명 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중요 사항을 빠뜨려 손해가 발생했을 경우 금융투자회사가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 따라서 자통법의 시행으로인해 은행 창구 직원의 “추천펀드 상품입니다. 어서 가입하세요”라는 말은 듣기 어려워질 것이다.


◇ 다양한 금융상품 등장 : 금융기관들은 일정 요건만 충족된다면 소비자의 수요에 맞춘 다양한 상품을 개발해 판매할 수 있게 됐다. 날씨ㆍ재난ㆍ실업률ㆍ범죄율ㆍ거시경제 변수ㆍ이산화탄소 배출권 등을 기초자산으로 다양한 위험에 대비한 파생상품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아울러 투자 대상과 기간을 무제한 변경할 수 있는 혼합자산펀드도 출현하게 된다.
또한 다른 금융권 업무도 병행할 수 있게 돼 다른 금융기관으로의 송금이나 자금이체가 가능해진다.


◇ 판매권유자 제도 도입 : 금융회사를 직접 방문하지 않더라도 집이나 사무실 등을 방문하는 판매권유자를 통해 금융투자상품을 살 수 있게 된다. 정부는 판매권유자를 증권투자상담사 등 증권 관련 자격증을 가진 사람으로 한정하고, 이들이 불완전 판매로 투자자에게 손실을 끼친 경우 위탁한 금융투자회사에도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다.


◇ M&A 등은 수시공시 유보 : 기업 경영상 비밀 유지가 투자자 보호보다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사안에 한해선 일정 기간 공시를 미루는 ‘수시 공시유보제도’가 도입된다. 인수·합병(M&A) 관련 사항이 우선 검토 대상이며, M&A 협상이 진행되는 도중 이러한 사실을 밝히는 공시를 하게 되면 협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자통법 시행 이후에는 문제점이 발견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은행업이나 보험업의 경우 획기적인 규제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은 가운데 자통법의 규정에 따라 부분적으로 영업행위 및 투자자보호 규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로써 전문가들은 은행이나 보험기업이 영업에 어려움을 겪거나 규제를 준수해야 한다는 부담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금융업종별 겸영 확대로 금융산업의 무한경쟁을 통한 경쟁력 강화와 금융서비스의 질이 개선되겠지만 이와 대조적으로 동시에 금융시스템 불안정이나 금융소비자 피해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또한 자본시장통합법 발효를 계기로 자본시장 규제 완화에 따른 금융투자회사의 영업기회 및 활동범위 확장으로 글로벌 투자ㆍ금융회사들이 국내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경우 국내시장 진출이 확대될 것이라고 한다. 이에 국내 금융투자회사들이 경쟁 환경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할 경우 ‘윔블던 효과(Wimbledon Effect)’가 발생할 수 있다. ‘윔블던 효과’란 쉽게 말하면 주객전도(主客顚倒)의 상황을 말하는데, 개방된 시장을 외국계가 석권하는 상황을 뜻한다. 실제로 한국은행의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의 경우 1986년 금융빅뱅 이후 자본시장이 급성장 했으나, 증권사의 90%, 대형 투자은행의 50%가 외국계 금융기관에 피인수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국내 투자은행의 경쟁력은 어느정도일까? 신한ㆍ우리ㆍ하나은행 등은 증권사ㆍ자산운용사ㆍ카드사 등을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어 투자회사로 나아갈 자질은 갖춰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투자은행들은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위에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으므로, 전문가들은 “시급히 국내 투자은행의 경쟁력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물론 자통법 시행으로 투자은행들이 성장하면 자본시장이 든든해 질 전망이지만, 이에 따라 발생할 금융시스템의 리스크 증가에 대한 대비를 강화해야 할것이다. 지난 2008년 미국의 투자은행인 리먼브라더스 등이 리스크를 감당하지 못해 파산한 것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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