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동안 과제에 지친 나는 여유가 생겨 일요일 모처럼 TV 앞에 앉았다. 무심코 채널을 돌리다 ‘가장 추운 겨울’이라는 시사 프로그램을 봤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진 요즘, 매서운 칼바람이 불어오는 겨울에 여든은 돼 보이시는 할머니께서 장갑도 끼지 않은 채 폐품을 주우러 수레를 끌고 다니시는 장면과 함께 이야기가 시작됐다. 할머니께서는 폐품을 팔아 생활비를 버시는데 몇 시간 동안 힘겹게 돌아다니며 얻은 수입은 단돈 천 원이었다. PD는 할머니께 “이 돈으로 무엇을 하실 거예요?” 라고 묻자 할머니께서 말씀하시길 “이 돈 모아 세금 내야지”라고 하셨다.

폐품 팔아 힘겹게 모은 이 돈을 세금으로 내신다는 할머니의 말씀에 교묘한 방법으로 세금 납부를 회피하는 고액체납자들이 떠올랐다. 또 추운 날 나이 드신 할머니께서 천원을 벌기 위해 돌아다니시는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해졌다. 5천 원이면 할머니께는 큰돈인데 밥보다 비싼 5천 원짜리 커피를 사먹었던 나 자신을 돌아보니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할머니의 집은 언뜻 보기에도 허름해 보였다. 지붕은 썩어 기울고 벽도 허물어져 있는 상태지만 집수리는 엄두도 못 내신다. 이 추운 날 연탄값을 아끼려고 맘 편히 연탄을 쓰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 노인연금 8만 원, 폐품 판돈 10만 원, 이렇게 한 달 18만 원이 할머니의 생활비 전부지만 한 달 15만 원 방값을 내고 나면 할머니 손에는 3만 원 남짓이 남는다고 한다. 부양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도 되지 못하고 부양가족인 자식들 또한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렇게 고된 삶 속에서 할머니는 저녁마다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이웃 노인의 집에 가셔서 밥을 지어 주시고 청소를 해주신다. “움직일 수 있을 때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에게 봉사해 주는 것”이라고 하시는 할머니의 말씀에 난 또다시 눈시울이 붉어지고 나 자신을 자책해 본다. 몸이 편치 않은 할머니께서도 남을 위해 봉사하시는데 난 뭘 하는 건지……. 잠시 재미를 위해 본 TV 프로그램이 나에게 큰 의미를 안겨 줬고 반성의 기회도 됐다. 한푼 두푼 작은 돈이라도 아끼고 나보다 힘든 사람을 도우며 현재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겠다.

박선영(문헌정보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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