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9일 로이터 통신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세계 최대이자 사우디아라비아 최초의 4년제 여자대학교가 설립된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슬람교의 발상지로 이슬람교 최대의 성지인 메카가 있으며, 세계 최대 산유국이기도 하다. 29일 압둘라(Abdullah)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은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프린세스 누라 빈트 압둘 라흐만 여자대학교(Princess Noura bint Abdul Rahman University for Girls)’ 기공식에 참석해 여학생 4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세계 최대의 여대를 2010년까지 완공하겠다고 밝혔다. 몇 년 전부터 추진해왔던 이 계획은 2년제 대학을 마친 여성들이 계속해서 자신을 현대화하고 계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며, 엄격한 ‘남녀 분리주의’ 때문에 일반 대학에 갈 수 없는 여학생들을 위해 의학, 약학, 경영학, 컴퓨터 공학, 언어학 등의 전공을 개설할 것이라고 한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종교단체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슬람 여성들의 교육 및 취업 확대에 저항해왔다. 그런데 지금까지 종교적인 이유로 여성의 지위나 처우문제에 매우 보수적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가 여성교육 및 취업의 확대를 통해 ‘현대화’와 ‘성장’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포부는 현재 서서히 진행되고 있는 이슬람 세계의 내적 변화를 잘 드러내주는 뚜렷한 증거다.

지정학적으로나 문명사적으로 볼 때 중동지역은 동양과 서양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해왔다. 오래전부터 아부다비, 두바이를 중심으로 중동을 문명 간 대화와 교류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들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슬람의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강 건너 불구경만 할 수는 없는 입장일 것이다. 세계 최대의 여대를 설립함으로써 이슬람 여성을 포함한 전 세계의 여성을 한 데 모아 현대식 여성교육의 메카로 거듭나려는 야심은 눈여겨 볼만하다.

따라서 현재 이슬람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같은 변화가 우리의 미래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과감한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지금까지 미국 중심의, 또는 선진국 중심의 대외협력 및 교류관계에서 더 나아가 앞으로 새로운 문명의 빛을 밝히게 될 중동, 그리고 심지어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지역으로까지 눈을 돌려야할 때가 왔다. 과거의 ‘제3세계’가 미래의 잠재력을 갖춘 ‘엘도라도(El Dorado)’가 될 날도 멀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존의 틀을 넘어서서 우리 대학의 미래를 위해 새로운 ‘엘도라도’에 대화를 걸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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