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 25일, 민주당 전당대회 첫 날. 1만 8천여 명의 청중들 앞에 선 미셸 오바마(Michelle LaVaughn Obama, 이하 미셸)가 입을 열었다. “여러분도 아시듯, 버락은 여러분의 배경이 어떠하든, 심지어 여러분이 어느 정당에 속해 계시든 개의치 않습니다. 그건 버락이 이 세상을 보는 방식이 아닙니다. 그는 미국에 대한 우리의 약속, 우리 아이들의 미래에 대한 약속이 우리를 하나로 만든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연설이 끝난 후, 감동받은 표정의 청중들은 그녀에게 환호를 보냈다. 연설은 성공적이었다. 그녀가 이 연설을 통해 ‘평범한 미국인’ 버락 오바마의 이미지를 전달하려 했던 진심이 통한 것일까? 버락 오바마는 미국 대통령에 당선 됐고, 그녀는 ‘퍼스트 레이디(Frist Lady)’가 됐다.

미셸은 시카고의 흑인 빈민가로 유명한 사우스 사이드(South Side) 출신이다. 그녀는 프린스턴대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하버드대학교 로스쿨을 나온 유능한 재원이기도 하지만, 인종차별을 피할 수는 없었다. 미셸은 이방인 취급을 받는 학생이었다. 그녀가 프린스턴대학교에 입학했을 때, 룸메이트의 어머니는 흑인과는 방을 같이 쓸 수 없다며 대학 본부에 수 개월간 탄원서를 제출했다. 때문에 사회학 전공인 미셸은 인종 차별에 관심을 갖고 인종 갈등에 대해 연구했고, 흑인의 정체성에 관해 졸업논문을 쓰기도 했다. 또한 미셸은 시카고대 의료센터 지역업무담당 책임자로 근무하며 지역사회의 흑인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일했다. 그녀는 흑인들이 병원에서 정당한 서비스를 받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했으며, 병원 측에서 흑인 여학생을 피실험자로 이용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러한 미셸의 행동들은 훗날 오바마가 흑인 유권자들의 지지를 다지는데 효과적으로 작용한다. 많은 흑인들은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의 혼혈인 버락 오바마가 백인 조부모에 의해 양육됐다는 점 때문에 그가 자신들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흑인 주류 사회에 가까운 배경을 가진 미셸은 버락 오바마에게 부족했던 흑인 사회와의 연결고리를 제공할 수 있었고, 이는 대선에서 오바마가 흑인 유권자 90% 이상의 표를 획득하는 원동력이 됐다.

 

한편, 이번 대선에서 미셸의 활동은 오바마의 지지율 상승에 긍정적이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녀는 단독으로 ‘래리킹 라이브’ ‘데일리 쇼’ ‘더 뷰’ 등의 TV 토크쇼에 출연해 오바마의 인간적인 면모에 대해 이야기했다. 아이를 키우는 여성 노동자 계층의 표심을 잡기 위해 직접 뛰어다니기도 했다. 이렇게 미셸이 선거의 전면전에 투입된 것은 오바마 캠프의 요구 때문이었지만, 그녀의 행보는 다른 대통령 후보의 부인과는 달랐다. 맥케인의 부인 신디가 유세장에서 박수를 치는 등의 소극적인 행동만 보여준 것과 반대로, 미셸은 적극적이었던 것이다.

 

가난한 흑인 서민 가정에서 태어난 그녀의 인생은 쉽지 않은 과정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주어진 상황에 굴하지 않고 벽을 뛰어넘어 자아를 실현했다. 의사소통센터 신희선 교수는 “미셀은 커뮤니티 문제에 관심을 갖고 사회운동단체인 ‘공공연대(PA)’를 통해 인종, 계급, 연령과 상관없이 공동체를 이끌어 갈 리더를 양성하는 시민운동에 오랫동안 몸담아 왔다”며 “그동안 사회적 약자에 대해 미셸이 보여준 진지한 관심과 적극적인 모습은 의례적인 퍼스트 레이디의 역할이 아니다”며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에 대해 지적 전문성과 따뜻한 관심을 가진 대통령의 가장 가까운 동지로서 버락 오바마가 통합의 리더십을 펼치는데 의미있는 영향력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녀는 버락 오바마에게 경선 출마 조건으로 금연을 제안한 섬세한 아내이자, 유세를 위해 외박하는 것을 일주일에 이틀로 제한할 정도로 두 딸에 대해 가정적인 엄마이기도 하다. 또한 오바마는 미셸에 대해 “난 종종 모르는 것을 미셸에게 물어본다”며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의지하는 사람 중 하나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녀는 오바마의 정치적 결정에 참모진 못지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정도의 적극성을 가지고 있으며, 조리있는 연설자로서 역량도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셸이 새로운 ‘퍼스트 레이디’로서 주목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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