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속 신문 ① 경제난

9월이 오면 국채권에 투자한 외국인들이 채권이 만기될 때, 돈을 모두 회수해 우리나라에 심각한 달러난이 닥칠 것이라는 ‘9월 위기설’이 한창이었다. 그러나 막상 9월이 되자 눈에 띄는 위기는 일어나지 않았고, 단순히 루머에 불과했다는 견해가 우세했다. 그러나 9월의 위기설은 ‘대한민국’이 아닌 ‘미국’에서 터졌다.


9월 15일, 세계의 금융중심인 미국의 월스트리트가(이하 월가)가 완전히 무너진 것이다. 158년 역사를 가진 투자은행이자 증권회사인 리먼브라더스가 파산을 신청하고, 미국 투자은행인 메릴린치는 불과 이틀만에 BOA(Bank of America)에 경영권을 넘겼다. 또 세계 최대 보험사인 AIG가 부실 누적으로 신용등급 강등 위기에 내몰렸다. 이로써 월가는 1930년대 세계 대공황 이후 최대의 충격에 휩싸이고 말았다. 미국은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따라 금융계의 ‘도미노 파산’이 불가피 했다.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분쟁조정실 신은철 실장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때문에 많은 대출회사, 투자회사(IB) 등이 파산했다”며 “이 때문에 금융의 유동성 위기가 촉발됐다”고 말했다.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사회는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총회 등 국제 공조 논의를 했지만, 세계의 증시는 어느 나라가 먼저랄 것도 없이 추락하기 시작했다.



얽히고설킨 금융경제, 바람 잘 날 없다
미국의 일부 회사가 흔들릴 뿐인데, 전 세계의 금융이 흔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신 실장은 “파산한 미국 회사의 자산이 부실해지면서, 각국에 투자했던 원금을 수거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국가의 증시가 추락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미국에는 전 세계 자산의 1/3이 이상이 집중돼 있기 때문에, 미국의 대형은행과 회사들의 파산이 전세계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그러나 세계의 금융시장 가운데서도 유독 우리나라의 금융시장이 더 악화됐다. 올 한해의 미국의 증시하락은 40%인데 반해 우리나라의 하락은 53%에 달한 것이다. 신 실장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외국인 투자 비율은 40%정도며, 그 대부분은 미국이라고 한다. 신 실장은 “투자자들이 회수를 요청해도, 품목을 사려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때문에 펀드 등은 유동성이 큰 시장에서 주로 거래된다”고 설명하며 우리나라의 투자자들은 우르르 몰리는 ‘쏠림 현상’이 심하고, 품목을 쉽게 구입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미국인 사이에서 우리나라가 유동성이 좋은 시장으로 인식돼 한국에서 많은 거래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에 투자금 회수를 요청했고, 그것으로 달러를 회수해 간 것이다. 이는 증시의 폭락과 환율의 급등을 야기 시켰다.


결국 정부는 국내 기업의 흑자도산을 막기위해 원-달러 통화 스와프 협정을 체결했다. 이 협정의 발표로 인해 증시는 더 이상의 추락을 멈춘 듯 했다. 그러나 신 실장은 “통화 스와프라는 것은 달러가 필요할 때 공급 받을 수 있고, 미국은 우리의 원화를 세계에 유통시키게 되기 때문에 원화가 전 세계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원화의 자산가치가 높아진다”고 말했지만, “이번 협정에서는 미국이 원화 예치 없이 달러를 빌려주겠다고 해서 원화의 세계 유통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불안감이 세계 시장을 엄습한다
지난 5일에는 세계의 이목을 끈 이벤트가 있었다. 바로 미국 대통령 선거다. 투표결과는 버락 오바마의 승리였다. 오바마 당선으로 경제위기 해결 기대감이 형성되며 증시는 잠시 회복세를 타는 듯 했다. 신 실장은 “새 대통령은 미국경제를 살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며 “미국 경제가 좋아지면 우리나라도 따라서 좋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경제에 위기가 도래하면서, 2차적으로 실물경제의 침체가 뒤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실물경제의 불안은 다시 세계를 엄습했고, 오바마 효과마저도 눌러 버렸다. 미국 대통령 선거 당일, 오바마가 당선되면서 반짝 반등했던 증시와 하락했던 환율은 단 하루 만에 증시 폭락과 환율 폭등을 거듭해 장중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당분간 변동성이 큰 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돌고도는 시장, 연쇄타격 피할수는 없다
그렇다면 실물경제와 금융경제는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 걸까. 신 실장은 통화 스와프는 유동성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기 때문에 실물 경제의 침체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실물경제의 침체를 해결하려면 국내 정책으로 금리를 낮춰 은행 대출 등을 원활하게 해 기업에 자본을 조달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신 실장은 “우리나라의 실물경제는 건실하게 운영되고 있고, 세계 5대 전략 종목 중 항공을 제외한 선박ㆍ반도체ㆍ자동차ㆍ철강은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에 속한다”며 “이 순간만 지나가면 국내 경기가 곧 회복될 것이라 전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제 자체는 돈을 투자하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고, 다시 부를 창출하며 돌고 돌기 때문에 한쪽이 막히게 되면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제조분야 등의 실물경제가 장기적으로는 위축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심각한 금융위기에서 대학생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이번의 미국발 금융위기는 전세계인 규모로 동시에 경제가 침체된 특이한 경우로, 국가규모의 금융위기의 이전의 사례들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신 실장은 “살면서 이런 경제상황을 경험한다는 것은 큰 재산이 될 수 있다”며 지금의 금융위기에 대해 스크랩을 하면서 현상들에 대해 스스로 이해하고 있는 것을 메모해두라고 조언한다. 만약 훗날 이 같은 상황이 닥쳐도 후견지명(後見智明)으로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반사회인으로서의 대학생이라는 신분은 금융위기를 피부로 느끼기엔 무리가 있다. 그러나 지금의 사태를 지켜보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공부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는 노력을 한다면, 세계경제가 흔들려도 우리나라는 중심을 지킬 수 있는 버팀목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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