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를 길게 자르자. 그리고 한 번 꼬아 그 끝을 붙이자. 그리고 펜으로 면을 따라서 줄을 그으면 신기하게도 모든 면에 그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겉과 속을 구분할 수도 없고, 입체이긴 하나 면이 하나인 이 띠는 독일의 수학자 뫼비우스가 만들어 ‘뫼비우스의 띠’라고 부른다.


요즘은 그야말로 나라가, 아니 전 세계가 뒤숭숭하다고 밖에 할 수가 없다. 환율폭등ㆍ증시폭락ㆍ물가상승 등의 경제대란이 일어나고 실물경제에 타격을 입은 많은 기업들이 파산에 이르렀다. 직장에 몸담고 있던 많은 사람들이 갈 곳을 잃은 것은 물론이거니와 이제까지 누적되고 있었던 수많은 청년실업자와 구직자들은 취업을 기대할 만한 곳도 없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악순환의 뫼비우스의 띠를 한 바퀴 돌았다.


누구를 탓하랴. 지금 한국에 외환위기는 없다는 말은 개인적으로 공감하기 힘들지만 지난달 27일, 국회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10년 전에는 한국을 위시한 아시아의 금융위기였지만, 지금은 미국과 유럽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파급되고 있는 것이다”라고 했다. 그래, 그래, 우리 탓은 아니라고 하지만, 착잡하고 우울한 심정은 어찌할 도리가 없는 듯하다. 급증하는 자살률, 연일 계속되는 묻지마 살인 등 극단적인 행동들 또한 무너지는 경제속에서는 ‘쯧쯧……. 얼마나 살기 힘들었으면’이라는 생각이 들게하기도 한다.
악순환의 뫼비우스의 띠를 또 한 바퀴 돌았다.


물가가 폭등하니 대학 등록금은 더 높이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고, 경제악화로 줄어버린 가계수입에 서민들의 등허리가 휘는 소리가 들린다. 자식들 뒷바라지를 열심히 해서 소위 명문대라는 곳에 입학시키고, 천만 원이 넘는 등록금을 대가면서 겨우 졸업시켰더니 취업을 못한단다. 실정이 이러하니 요즘 젊은 부부들은 아이낳기를 무서워하고 있다고 한다.
악순환의 뫼비우스의 띠를 또 한 바퀴, 또 한 바퀴 돌았다.


이 짧은 원고는 물론이고 책이 한권이라도 다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커져버린, 그리고 길어져버린 뫼비우스의 띠. 이 끊을 수 없는 악순환이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도 모르는 지금의 88만원 세대들은 청년들은 입에 풀칠하며 사는 것조차도 팍팍해져버린다. 뫼비우스의 띠 두개를 나란히 놓은 모습이다. 악몽이다. 아니, 차라리 꿈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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