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나노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각종 전자제품은 물론 화장품, 샴푸와 같은 미용제품에도 나노기술이 접목되고 있으며, 제품이름에 ‘나노’가 쓰인 ‘나노브랜딩’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나노’라는 한 단어가 소비자에게 멋지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의 ‘은나노 세탁기’와 애플의 ‘아이팟 나노’는 세계적 히트상품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만일 내가 미래의 과학 및 공학에서 대변혁을 가져올 분야에 대해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나노과학 및 공학을 꼽겠다.” 이는 1998년 4월 클린턴 대통령의 과학기술 자문위원이었던 Neal Lane 박사가 행한 연설의 일부이다. 그리고 2007년, 레인박사의 예언이 틀리지 않았음이 입증됐다. 바야흐로 나노의 시대가 온 것이다.

 
나노는 난쟁이를 뜻하는 그리스어 나노스(nanos)에서 유래됐다. 나노의 단위는 나노미터(nm)이며 이는 10의 -9제곱미터이다. 쉽게 말하면 머리카락 굵기 10만분의 1이고, 원자 3~4개의 크기를 가리킨다. 지난 수십 년간은 단위가 10의 -6제곱미터인 마이크론의 시대였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이름에 ‘마이크론’이 있는 것만 봐도 그 중요성을 추측할 수 있다. 그러나 나노는 마이크론의 아성을 무너뜨리며 새로운 소형화의 시대를 열었다.


이렇게 작은 크기의 물질을 개발하는 것이 나노기술이다. 나노기술은 지금까지 알 수 없었던 극미세 세계에 대한 탐구와 새로운 물질제조를 가능하게 했다. 원리는 입자의 크기가 극도로 작아지면서 물질의 성질을 변화시키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노란색을 띄던 금이 20nm가 되면 빨간색을 띄게 되는 것이 그 예이다. 또한 나노 크기에서는 표면적당 발생하는 에너지가 더 커진다. 표면을 구성하는 원자들이 내부의 원자들보다 높은 에너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타일이나 거울 제조 시에는 이산화티탄 입자크기가 20nm 이하가 되면 살균세척력의 효과가 높아지는 것을 이용해 나노기술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처럼 나노 크기의 물질들은 무한히 새로운 물질을 창출한다. 고도의 나노기술이 상용화되면 과학ㆍ의료ㆍ국방 등의 분야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추정도 있다. 나노를 이용한 극소반도체는 우리 학교 도서관의 모든 정보를 손톱만한 칩에 저장할 수 있을 정도로 컴퓨터 저장능력을 혁신적으로 증대시킨다. 의학계는 입자가 커 흡수력이 낮았던 의약품을 작게 만들어 체내흡수를 도울 수 있으며 한 톨의 쌀에 100만개 정도 들어가는 탄소분자를 인체에 넣어 암과 에이즈 등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게 된다. 파리나 벌만한 스마트 비행기가 국방업무를 대신하는 모습도 기대되는 것 중 하나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나노기술은 얼마나 발전해 있을까. 미국의 전문컨설팅회사 Lux Research가 작년과 올해 평가한 세계 주요 14개국의 나노기술 수준평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 독일과 함께 4대 나노강국에 속한다. 국가나노정보실 김경호 실장은 “우리나라의 나노 관련 중요논문발표 건수(SCI 논문)는 세계 6위이며, 특허 건수도 세계 5, 6위 수준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미 앞선 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우리나라의 나노기술발전 위한 노력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과학기술부는 현재 나노기술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나노기술 국가 로드맵’을 작성하고 있으며 삼성, LG 등 대기업을 포함한 270여개의 기업도 나노기술에 투자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실장은 “우리나라의 선진적 IT기술과 나노기술이 접목돼 더욱 적극적인 연구가 이뤄질 것이다.”라며 나노기술발전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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