⑦ 서거 40주기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 1887~1968)
“이것도 미술 작품이야?” 미술관에 가면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기이하고 추상적인 현대미술 작품들이 전시돼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 작품들을 함축적 의미를 내포한 예술로써 승화시킨 이는 바로 현대미술의 아버지, 마르셀 뒤샹이었다.
뒤샹은 전시회를 통해 뉴욕에서 주목받는 예술가로 떠오르게 된다. 그리고 그는 아예 프랑스에서 미국으로 본거지를 옮겨 예술가로서의 제2의 인생을 펼쳐나갔다. 그는 평생토록 기존 예술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부수는 반 예술주의 작품들을 발표했다. 그 중 20세기 현대미술에서 가장 많은 호평과 혹평을 받은 작품으로 꼽히는 《샘》(그림②)은 그의 반 예술적 예술 세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남성용 소변기에 변기제조업자인 리처드 머트의 이름을 새겨 ‘샘’이라는 제목으로 출품한 이 작품은 당시 미술계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그는 기존에 변기가 갖고 있었던 실용적 의미를 없애고 예술작품으로써의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다. 이는 아름다운 스케치와 채색으로 창조된 미술품뿐 아니라 일반 생활용품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 기존 예술의 개념을 완전히 뒤집었다.
이와 같이 전통미학에 도전하는 뒤샹의 반 예술 운동은 천재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비켜갈 수 없었다. 《L.H.O.O.Q》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걸작 ≪모나리자≫의 모조품에 콧수염을 그려 넣은 작품으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상징하는 모나리자를 모독하며 기존 예술의 미적기준을 비판하고자 했다. 그가 붙인 ‘L.H.O.O.Q’라는 제목은 아무 의미 없는 알파벳들의 나열로 보이지만 불어로 발음했을 때 엘라쇼오뀌(Elle a Chaud au Cul)로 ‘그 여자는 뜨거운 엉덩이를 가지고 있다’라는 뜻이 된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당시의 위선적이었던 사회와 예술을 조롱하고자 했다.
뒤샹은 뉴욕에서의 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홀연히 미술계를 떠난 뒤 체스에만 전념했다. 프랑스와 미국을 오가며 체스선수로 활동했던 그는 초현실주의 예술가들의 미술작품을 도왔던 것 외에는 죽는 날까지 예술 활동을 거의 중단한 채 81세의 나이로 조용히 삶을 마감했다.
뒤샹은 현대미술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예술가였던 동시에 평생 예술에 대한 조롱을 일삼았던 반 예술 운동가이기도 했다. 이처럼 예술가 아닌 예술가의 삶을 살았던 그는 기존 예술의 개념에 대한 패러다임을 완전히 전환시켰고, 현대인들에게 있어 마르셀 뒤샹이라는 인물을 20세기의 가장 ‘특별한’ 예술가로서 기억되게 했다.
남궁가람 기자 smpnkgr75@s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