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 전, 기자도 모르는 결제 내역이 청구된 고지서를 받은 적이 있었다. 관련 업체에 알아보기에는 너무 적은 금액이어서 그냥 넘어 갔지만 1165호 기획면 ‘정보 유출’ 관련 기사를 쓰면서 비로소 당시의 심각성을 인식할 수 있었다. 기자의 사례 역시 온라인 정보 보완에 대해 그동안 정부차원의 ‘괜찮다’라는 발언만 믿다가 일어난 일이었다.

최근 ‘옥션정보유출사건’ ‘GS칼텍스정보유출사건’ 등 정보유출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났고 그 피해자 또한 일파만파 늘어났다. 각 기업이 회원정보 보완을 철저하게 하지 못한 점은 질타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이와 같이 전 국민적인 사건으로 퍼지기 이전 정부차원에서 아무런 수가 없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반성이 필요하다. 이에 정부는 국민들의 성난 목소리에 급히 대안을 내놓기 시작했다. 주민등록번호의 대체제인 ‘아이핀’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내놓은 ‘개인정보유출 대응체계’가 그 예이다. 그러나 이같은 대안들도 사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난 후에야 급하게 내놓은 미봉책들이었다. ‘아이핀’은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노출되고, 방통위의 개인정보유출 대응체계는 정보 노출 여부를 알 수 없다는 점에서 그 허술함이 드러난 것이다.

‘IT 강국’으로 빛나던 이름, 그러나 그 이면에 예전부터 제기됐던 문제점을 방관하기만 한 결과가 이제서 고스란히 나타났다. 발생한 사건에 대해 신속히 대처하는 자세는 당연하지만 그 이전에 예방할 수는 없었을까. 사후대책은 예방책에 비해 훨씬 큰 손실을 야기한다. 커져버린 사건을 부랴부랴 수습하다보니 허점이 생기고 여기서 똑같은 사건이 반복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멜라민 파동 역시 정부의 늑장대응의 결과를 여실히 보여준다. 멜라민이 함유된 가공식품이 수입될 수 있다는 지적을 무시한 채 국민 안심시키기에만 급급했기 때문이다.

‘미흡한 대책’ ‘뒤늦은 수습’과 같은 제목의 기사가 꾸준하게 보이는 것을 보니 정부의 사전엔 ‘예방’이라는 말은 없는 듯하다. 철저한 대비가 갖춰졌을 때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해도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면 무엇하랴. 뒤늦게 외양간을 고쳐봤자 이미 본 손해는 손 쓸 도리가 없다. 우리는 대책 없는 ‘안심’이 아니라 보다 확실하고 체계적인 예방책을 통한 ‘안전’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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