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MP3로 책 좀 읽어볼까?
종이책과 같은 느낌으로 읽을 수 있다면!


바야흐로 독서의 계절, 가을이 돌아왔다. 어느새 후덥지근하던 열기가 사라지고 아침, 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어 책 읽기엔 그만인 날씨이다. 그런데 독서 중이라는 사람들의 손엔 책이 아닌 다른 물건들이 들려있다. 지하철이나 버스 안, 사람들은 하드커버가 씌워진 묵직한 종이책 대신 휴대전화 또는 MP3플레이어로 독서를 즐긴다.
디지털 인프라의 구축으로 전 지구가 인터넷화 되고 IT기기의 보급이 확대되면서 이러한 기기들은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됐다. 그리고 이 같은 추세는 출판계에도 영향을 미쳐 이른바 전자책(electronic book)을 탄생시켰다. 아날로그의 상징이었던 책마저도 디지털화로 새롭게 태어나게 된 것이다.

서울 목동에 사는 중학생 김하나(16ㆍ여) 씨는 휴대전화에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팬픽을 넣어 읽는다. PC에 있는 문서를 휴대전화의 e북으로 옮기기만 하면 휴대전화로도 책을 읽을 수 있고, 블루투스 기능을 사용해 다른 친구들과 공유할 수도 있다. 김 씨는 “주로 등하교 길이나 쉬는 시간에 e북을 읽는다”며 “읽고 싶을 때마다 휴대전화만 열어서 보면 되므로 매우 편리하다”고 말했다.

앞선 사례에서 언급한 e북은 전자기기의 화면을 통해서 종이가 아닌 텍스트 파일 형태로 보는 책이다. e북은 예전부터 전자사전 등에 포함돼 있던 기능이었으나 그 영향력은 적은 편이었다. 그러나 최근 개인용 IT기기의 보급이 확산되고 디지털 컨텐츠 개발 사업이 출판계로도 진출하면서 휴대전화, PMP, 디지털카메라 등 다양한 전자기기에 이러한 e북 기능이 포함돼 사용자가 늘고 있다.
휴대전화로 이용하는 e북은 ‘모바일 북’으로도 불리는데, KTF를 비롯한 이동통신 3사 모두 이 기능을 제공한다. 김 씨처럼 PC에 있는 책을 휴대전화로 옮길 수도 있지만 휴대전화에서 직접 다운로드 받을 수도 있다. 디지털교보문고(http://www.dkyobobook.co.kr)와 북토피아(http://www.booktopia.com)에서는 이러한 모바일 북을 비롯한 각종 e북 다운로드 파일을 일반 종이책의 반에 못 미치는 저렴한 가격에 판매해 2,30대 젊은 층이 주로 애용하고 있다.
PMP 또한 e북을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기기이다. 최근 전자책을 선호하는 젊은 세대들이 많아짐에 따라 PMP회사 빌립은 e북 기능을 강화한 모델을 출시하기도 했다. PDF 전자책 뷰어 기능이 지원되면서 업그레이드된 e북 서비스는 모니터에서 책 안의 디자인과 서체, 사진 등을 종이책과 거의 똑같은 형태를 볼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세로보기 기능이 추가돼 책의 비율에 근접해지면서 기존 PMP e북의 단점이었던 가독률이 보완되기도 했다. 이처럼 e북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자 e북 기능을 보완하는 기업들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오디오 북은 모바일 북과 마찬가지로 디지털 도서 컨텐츠이지만 조금 다른 개념에서 이해할 수 있다. 오디오 북은 말 그대로 ‘듣는 책’으로, 우리가 즐겨 사용하는 MP3플레이어에 다운로드 받아 음악 감상하듯이 독서할 수 있다. 오디오 북 전문 사이트 오디언(http://www.audien.com)에서는 성우가 녹음한 책을 각 도서 당 700원이라는 매우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원서를 녹음한 오디오 북을 들으면 따로 시간을 내지 않고도 어학 공부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학생이나 직장인들에게 특히 더 유익하다.
그러나 이러한 디지털 도서 컨텐츠는 아직까지 보완돼야할 부분이 많다. 교보문고 독서홍보팀 김영균 씨는 “출판 시장에서 e북, 오디오 북과 같은 디지털 도서들은 2004년부터 약 25%씩 꾸준히 성장세를 보여 왔으나, 일반 종이책에 비해 아직까지 매우 작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라며 “그러나 앞으로 이러한 디지털 도서 사업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므로 일반 책의 느낌이 재현될 수 있도록 IT기기들이 e북 기능을 보완한다면 향후 전망은 밝다”고 말했다. 디지털 도서가 젊은 세대들로 구성된 마니아층 외에도 전 대중들에게 읽히기 위해서는 가독률의 문제를 비롯해 보완돼야할 점들이 여전히 많이 남아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기업들의 디지털 도서 컨텐츠들을 개발하고 대중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계속 된다면, 전자책도 종이책과 똑같은 감동으로 독자들 곁에 다가설 날도 멀지 않을 것이다.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말은 이제 더 이상 핑계에 불과하게 됐다. 도서관에 책 빌리러 갈 시간이 없다면, 공원에 앉아 낙엽을 책갈피 삼아 독서할 여유가 없다면 이동하는 차 안 가방 속에서 PMP와 MP3를 꺼내 독서해 보는 것은 어떨까. 어느새 말은 살쪄 있고, 내 머리는 알짜배기 지식과 상식들로 가득 채워져 있을 것이다.

남궁가람 기자 smpnkgr75@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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