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모인 가족들로 조용할 날 없던 추석연휴, 음식을 한가득 먹고 나른해진 몸으로 시골 책장에서 오랜만에 나츠메 소세키의『마음』을 집었다. 고등학생 때 처음 접했으나 난해했던 내용 때문에 다 읽지도 않고 도서관에 반납했던 책이었다. 인간의 약한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그 책을 다시금 펼쳐보니 빨간 펜으로 줄 쳐진 한 문장이 눈에 띄었다. ‘젊다는 것만큼 외로운 것도 없지’


지난 추석은 풍성했다. 갖가지 음식들을 만들며 친ㆍ인척이 모여 즐거운 대화가 오갔다. 그러나 작년에 대학을 졸업한 사촌에겐 편치 못한 추석이었나 보다. “빨리 좋은데 취직해야지”라며 어른들의 대화에 묵묵히 듣기만 하는 사촌이었다. 명문대 졸업장과 어학연수ㆍ인턴 등 갖가지 경험들은 빛났지만 그의 얼굴에는 그늘이 만연했다. 졸업 후 취직하지 못한 2년 넘는 기간이 부모님께 죄스럽고 부끄러우니 너는 그러지 말라는 것이 그와 나눈 대화였다.


고등학생 때 기자의 목표는 오로지 ‘입시’였다. 대학생이 되고나니 숨 돌릴 틈도 없이 ‘취업’이라는 막연하면서도 거대한 벽이 세워진다. 행동과 결정 하나하나에 미래의 취업과 연관지어 보는 것이 지금의 기자 모습이다. 취업 시 가산점 붙을만한 일에는 혈안이 된다. 가뜩이나 청년실업 300만 시대 속에서 휘청이는 세계 경제에 안달복달하는 우리들이다. 외롭다. 누구하나 도와줄 수 있는 이 없다. 이십대의 진로와 미래는 진정으로 자신과의 싸움인 셈이다. 물론 취업이 싸움의 승패를 결정짓는 잣대일 수는 없지만, 세상이 바라보는 시선은 서글프게도 취업의 성공 아니면 실패다.


나츠메 소세키가 말하는 젊음의 외로움이 이런 의미일까? 대학생인 ‘나’는 매번 ‘선생님’을 찾아가자 어느 날 선생님은 나에게 말한다. “너는 외롭기 때문에 나를 찾아오지만 누구도 너의 외로움을 달랠 힘은 없어. 이제 너는 바깥으로 팔을 벌려야 할 때지.” 그렇다. 더 이상 이 외로움과 투정을 받아줄 이는 없다. 이십대는 바깥세상으로 나가 스스로 부딪히고 다치고 아무는 과정을 거쳐야하는 시기인 것이다. 때문에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미뤄두고 이제는 부딪혀보겠노라고, 이 외로움따윈 잊겠노라고 다짐한다.


아버지께서 기자의 마음을 눈치 챘던 것일까. 끊임없는 귀경 행렬, 평소 즐겨들으시던 김광석의 노래가 차 안에 울려퍼진다. “검은 밤의 가운데 서 있어 한치 앞도 보이질 않아 어디로 가야 하나…… 다시 한 번 해보는 거야 일어나 일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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