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둑어둑한 실내에 유물들만이 환한 조명을 받고 있다. 누구나 한번쯤은 가보았을 박물관의 익숙한 풍경이다. 그러나 여기 조금은 색다른 박물관이 있다. ‘문화예술 시간여행’ 강의는 수업을 듣는 학우들 하나하나를 작은 박물관으로 초대한다.

“이것은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이에요. 송나라에서 유래된 매병 양식이 고구려로 유입되면서 이와 같은 매병들이 만들어졌죠.” 김미라 강사의 설명과 함께 학우들의 눈은 모두 스크린 속 도자기로 향했다. ‘문화예술 시간여행’ 강의는 매 수업 때마다 대형스크린에 그날 공부할 유물작품들을 띄우고, 그 작품이 제작된 연대와 작품의 재질 등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수업은 김미라(박물관), 최혜성(공예과), 홍임실(미술사학과) 세 명의 강사가 5주씩 돌아가며 강의하게 된다. 세 명의 강사는 각각 조선시대의 목공예, 한국의 장신구, 현대미술을 주제로 강의한다. 오늘은 5세기 고구려의 회화 작품들에서 볼 수 있는 가구 양식을 살펴보는 내용으로 수업이 진행됐다.

“남자는 가구 위 높은 곳에 있고, 여자는 그 아래 위치해 있는 것이 보이죠? 이 그림은 그 당시부터 남녀 존비 의식이 존재했다는 것을 보여줘요.” 김 강사가 설명하는 작품의 제목은 ‘삼도호 영지령 장모묘 남녀주인공상’으로 낙랑시대에 그려진 것이다. 이 그림 속 가구들은 당시 낙랑의 높은 가구 제작 수준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의 유물 연구는 일제 때 일본이 했던 역사 연구들에만 의존하는 경향이 있어요. 하지만 우리의 주체적인 연구가 활발히 이뤄져야 우리나라의 역사를 지킬 수 있어요.” 기자를 포함해 수업을 듣는 학우들은 무언의 동의로 고개를 끄덕였다.

박물관을 제대로 둘러보고 오려면, 유물에 대한 사전 공부를 하고 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수업은 동서양의 다양한 유물과 미술 작품들을 접함으로써 역사와 문화예술에 대한 소양을 쌓을 수 있게 한다. 이제 이 수업을 통해 역사에 대한 관심을 고취하고, 예술품에 대한 안목을 길러보는 것은 어떨까.

*‘문화예술 시간여행’ 강의는 일반교양 영역에 속해 있다. 본 수업은 우리 대학 박물관에서 개설한 강좌로 문화예술을 이해하고 감상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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