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지난 28일(목) 경매에서 낙찰된 박수근의 '나무가 있는 언덕'이다. 과연 얼마에 낙찰됐을까? 
                                
7억 5천만원. 지난 6월 빈센트 반고흐의 ‘lying cow'가 29억 5천만원에 팔린 것에 비하면 놀랄 일도 아니다. 억!소리나는 미술품의 수요ㆍ공급 현장을 보면 일반 서민들이 설 자리가 없는 듯하다. 그러나 재작년부터 경매, 펀드와 같은 아트재테크가 급부상하면서 대중들은 미술시장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예술과 경제가 만난 지금, 과연 미술계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아트재테크' 대한민국에 다가서다


아트재테크란 간단히 말해 예술품이 재테크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을 의미한다. 하루라도 빨리 싼 가격에 산 뒤, 나중에 더 비싸게 팔아 이윤을 창출하는 과정의 중심에 예술품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아트재테크가 본격적으로 성행한 것은 미국시장에서 팝아트라는 새로운 장르가 미술의 대중화를 선도하면서 부터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5년 전부터 미술시장이 사적거래 장소에서 공적거래 장소로 개방되면서 미술시장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급증했다.


소위 ‘예술품 소장’에 대해 떠올려보면 귀부인들이 화랑에서 작품을 고르는 모습이 머릿속에 스친다. 이처럼 경제적 관념이 더해진 예술은 곧 소수 부유층의 전유물로 여겨지곤 한다. 과연 미술품 소장에서 경제력은 얼마나 중요할까? 이엠아트갤러리 김수진 팀장은 “일반적으로 미술품 구매에는 경제성의 개념이 부여되기 때문에 기본적인 자금과 미술품에 대한 관심은 필수”라며 “그러나 미술품의 가격은 천차만별이므로 자금력이 미술품 구매의 기준이 될 순 없다”고 말했다.


또한 과거에는 화랑이나 비공개 경매시장에서 사적으로 고가의 미술품 매매가 이뤄졌으나, 최근에는 경매결과가 공개되고 미술 시장에 대한 정보가 유통되면서 미술품에 대한 관심만 있다면 자신의 능력 범위 내에서 알맞은 미술품을 구입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게다가 2005년부터 국내에서도 미술시장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수많은 화랑과 경매사들은 일부 부유층을 대상으로 하던 아트펀드ㆍ아트페어 등을 대중에게 선보이며 아트재테크 열풍에 일조했다. 이로써 아트재테크가 대중들에게 보편적으로 다가가면서 미술시장은 성장가도를 달렸다.



미술시장의 확대, 그 이면의 그림자


한편, 미술시장의 확대가 미술의 발전을 저해시키는 아이러니한 현상도 일고 있다. 시장에 인기작품이 떴다하면 수많은 작가들은 너도나도 아류를 생산했고 작품들은 편향돼 갔다. 김달진미술연구소 김달진 소장은 “미술작품을 예술품으로 감상의 대상이 아닌 투자 혹은 투기의 대상으로 생각한다”며 “이는 시장에서 잘 팔리는 작가에게 집중돼 일부 젊은 작가의 작품만 가격이 지나치게 올라버렸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최대 옥션의 실적 분석 결과 일 년 총 매출의 70% 정도가 주요 인기작가 10여명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발표가 있었다. 미술시장의 가파른 상승세와 확대되는 규모를 보면, 10여명으로 돌아가는 미술시장의 모습은 의문을 남긴다. 이러한 현상은 ‘값나가는 작품을 그리는 작가가 곧 훌륭한 작가’라는 인식을 형성하면서 곧 작가들의 창작 의욕을 저하시켰다.
게다가 2008년에 들어서면서 작년 8~90%를 육박했던 경매 낙찰률이 5~60%로 급락하면서 미술시장은 부진함을 면치 못하고 있다. 김 소장은 “삼성 비자금 일부가 미술품 구입에 이용됐다는 보도에 따른 부정적인 시각이 많아졌고 전체적인 경기가 하향국면에 들어서면서 미술시장의 성장세도 주춤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 학교 김세준(문화관광 전공) 교수는 “우리나라 미술 시장의 구조가 시장 내부의 변수보다는 외생적인 변수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내실은 다지지 못한 채 양적으로만 비대해졌던 미술시장이 경제침체로 인한 직격타를 맞은 것이다.


제 2의 황금기를 바라며


너무 가파르게 성장했기 때문일까. 현재 미술시장은 보다 완화된 상승세를 보이며 숨을 고르고 있다. 이러한 외부적 환경에 개의치 않고 안정적인 미술시장의 성장을 위해 김 교수는 “우리나라 미술시장은 국제적으로 봤을 때 신규 미술 시장으로 내부적 기반을 다진다면 지속적인 성장이 이뤄질 것”이라며 “소비와 문화생산이 순환될 때 그 파급효과로 더 많은 작가를 양성하고 문화 활동 또한 활성화 될 것이다”고 말했다.
현재 미술 시장은 진정한 성장을 위해 성장통을 앓고 있다. 이번 성장통을 넘기면 어느새 미술시장은 부쩍 성장해있을 것이다. 그때야 말로 티끌 하나 없는 제 2의 황금기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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