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15일, 학우들이 축제의 흥겨운 열기 속에서 젊음을 즐기고 있을 무렵, 학생회관 2층 복도는 천장으로부터 소나기처럼 쏟아진 물로 흥건했다. 학우들이 축제를 준비하던 중 음식물 찌꺼기나 각종 쓰레기들을 3층 여자화장실 변기에 넣고 물을 내려버린 것이 원인이었다. 그 전날에는 학우들이 더럽힌 화장실을 치우기 위해 청소하시는 아주머니들께서 밤이 늦도록 남아 계셨다는 말을 듣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기자는 이 안타까운 마음을 지난 1159호 보도면에 ‘주인의식 부재가 부른 화장실 대공사’라는 기사에 담았다.

이것은 올해에만 어쩌다가 벌어진 문제가 아니다. ‘매년 축제 때마다 학우들이 학내 시설물을 함부로 다루는 바람에 피해가 극심하다’며 학교 측은 목소리를 높였다. 쓰레기를 변기에 마구 버리고 물을 내린 우리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우리가 너나 할 것 없이 ‘이 정도쯤이야’라는 생각으로 양심을 버린 결과, 청소하시는 아주머니들께서 이를 치우느라 고생하셨고, 우리 스스로도 화장실이 막혀 불편함을 느껴야 했으며, 멀쩡했던 시설물들을 영락없이 교체해야 했다. 여기에 들어가는 돈은 전부 ‘다른 누군가’의 것이 아니다. 바로 우리의 귀한 등록금이다. 쓰레기가 쌓이는 것을 보며 우리는 무얼 하고 있었나. 관망은 주인의식 부재의 또 다른 이름이다.

오늘날 대학생이 지닌 주인의식에 의문을 갖게 하는 이유는 이 뿐만이 아니다. 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 촛불문화제도 처음 10대로부터 비롯됐다. 무고한 여중생이 15시간 넘게 구금당하는 동안 우리네 대학생들은 강의실에 옹기종기 모여 시위를 주도하는 오늘날의 10대와 그 사회 현상에 대해 탁상공론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몸을 사리던 대학생들은 이제야 조금씩 거리로 나서고 있다. 운동권과 비운동권 가릴 것 없이 나라의 위기 앞에서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학교 홈페이지의 게시판에는 자성을 촉구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올바른 화장실 사용법’과 같은 선진 시민으로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주인의식부터 나라를 향한 주인의식까지…. 자성하고, 행동하고, 찾아야 할 우리네 의식은 너무나 많다.

“친구들이 화장실 더럽게 쓰거나 하지는 않니?” 집에 돌아가 초등학교 5학년짜리 기자의 동생에게 슬쩍 물었다. 동생이 말했다. “아니, 잘 안 그래. 우리는 우리가 다 청소하잖아.” 아, 10대는 역시 다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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