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그랬듯이 이번 4월에도 졸업생 취업현황 조사가 있었다. 대학의 역할은 이제 과거처럼 연구와 학생 교육에 집중돼있지 않다. 사회가 요구하는 실력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배출함으로써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것이 대학의 중요한 의무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졸업생의 취업률은 곧 한 대학의 역량을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의 하나가 됐다. 이번에도 전공마다 2007학년도 8월과 2008학년도 2월 졸업자들의 취업현황을 파악하고, 아직 취업을 하지 못한 ‘취업준비자들’에게는 적당한 일자리를 알선하느라 분주한 나날을 보냈다. 그런 과정에서 여러 번 확인하게 되는 사실은 일부 졸업생들이 직장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각자의 개성과 장래 계획에 따라 희망하는 일자리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청년실업, 고학력 미취업자의 문제가 점점 커지는 현실을 고려할 때,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일류기업, 일류직장이란 극히 제한된 수의 인원만을 받아들일 뿐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하며 현재 나의 상황에서 얻을 수 있는 기회들을 놓치지 않도록 해야겠다. 졸업 후에도 몇 년간을 취업준비로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는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직장이라 하더라도 내가 원하는 방향의 일이라면 자리를 잡고 실무를 경험하는 것이 직업의 미래를 위해선 더 중요하다. 간혹 좋은 직장에 취직을 했지만 신입사원이면 거쳐가지 않을 수 없는 기본적인 일들에 실망하거나 직장의 고되고 반복적인 일상을 견디지 못하고 그만두는 경우를 보게 된다. 한 분야의 전문가는 결코 하루아침에 길러지지 않는데 초기 훈련과정에서 포기하고 만다면 이는 일종의 시행착오로 봐야겠지만 이런 일로써 젊은 날의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게 되고, 또한 경쟁력 약화 내지는 상실이라는 마이너스 요인들을 초래한다.


졸업 후의 취업에 대해서 우리는 좀 더 잘 대비할 필요가 있다. 진로를 선택하는 과정에서도 보다 치열한 자기성찰을 바탕으로 인생전반에 관한 계획과 비전을 중심에 두고 일을 고려해야 한다. 리더십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우리 대학의 취업경력개발원에서는 멘토프로그램, 산학협력프로그램, 기업탐방 등 다양한 취업지원사업을 통해서 숙명인의 진로선택과 희망분야로의 진출에 유익한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정말 내게 적합한 일이 어떤 것일지 고민하고 모색하는 과정이 전제돼야 졸업 후에 자신에게 알맞은 직장을 구하고, 또 그 일이 앞으로 나의 삶을 행복하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평생직장의 개념은 사라졌다 하더라도 내게 맞는 적합한 일이라는 의미에서의 직업 개념은 아직도 유효하며 우리의 삶에서 너무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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