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허수경의 출산 과정이 지난 2월 TV 프로그램 <인간극장>을 통해 전파를 탔다. 방송의 초점은 방송인 허수경이 아닌, 결혼을 하지 않고 시험관 시술을 받아 아이를 낳는 ‘비(非)혼모’ 허수경에 맞춰있었다. 자발적 비혼모, 그것은 두 번의 결혼과 이혼, 그리고 두 번의 유산을 겪고 난 허씨의 선택이었다. 방송 시작부터 일주일분이 모두 끝난 후까지 해당 프로그램의 시청자게시판에는 이런 허씨의 선택에 대한 지지, 혹은 질타의 의견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이제는 허씨의 또 다른 이름이 돼버린 ‘자발적 비혼모(Single Mothers by Choice)’는 정자은행을 통해 아이만 낳아 기르는 독신 여성을 가리킨다. 본인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해 싱글맘이 된 여성을 이르는 미혼모와는 달리, 비혼모는 이를 자처했다는 점에서 독특하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비혼모들의 수에 대한 공식적인 자료는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인터넷의 비혼모를 위한 카페나 클럽에서 확인되는 가입자 수는 4~5천명에 달한다. 실제로는 그 이상임을 생각한다면, 결코 적지 않은 수다.
이처럼 비혼모들이 대거 등장한 이유는 일단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늘어나며 여성 혼자 사는 것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정자은행을 통해 우수한 유전자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일반화되면서 결혼은 하지 않되 엄마가 되려는 여성들이 비교적 손쉽게 ‘비혼모’가 될 수 있었다.


‘싱글맘’을 자처한 이들이 직면해야할 사회의 벽은 매우 높다. ‘자기 멋대로 아버지 없는 자식으로 만들려한다’는 사회의 부정적인 시선과도 끊임없이 부딪혀야하며, 혼자서 양육을 책임지기 때문에 처음에는 경제적인 기반이 갖춰져 있었더라도 후에는 생활고에 허덕일 수도 있다. 그러나 비혼모들이 겪을 수 있는 문제의 심각성이나, 점점 늘어나는 수에 비해 비혼모의 존재는 우리 사회의 표면으로는 드러나지는 못하고 감춰져있는 실정이다.


허씨의 선택에 대한 상반된 네티즌들의 의견처럼 비혼모 문제는 ‘여성의 출산 자유’냐, ‘자녀에 대한 권리 침해’냐, 이 두 가지 의견으로 귀결된다. 따라서 비혼모의 존재는 마냥 비난할 것도, 그렇다고 해서 미화할 것도 아니다. 다만, 국가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비혼모 가정에 대한 정확한 파악과 함께 이들을 구호할 실질적인 복지 정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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