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0년부터 35년간의 일제식민지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민족주의에 기초한 역사인식과 자유주의에 기초한 역사인식에 따라 크게 나눌 수 있다. 다시 말해 민족주의 관점에서는 ‘식민지 수탈론’, 자유주의 관점에서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로 채택하는데, 기존 교과서가 ‘식민지 수탈론’ 위주로 가르치고 있다면, 대안교과서에서는 ‘식민지 근대화론’ 위주로 서술돼 있다.


대안교과서는 일제의 식민지기를 ‘시장경제의 기반을 형성하고, 경제개발을 도모한 시대’라고 말한다. 또한 ‘식민통치의 역사는 노예의 역사가 아닌 자기 성취의 역사’였다고 평가한다. 대안교과서를 주도적으로 집필한 이영훈(서울대 한국경제사 전공) 교수는 “우리 조상들은 신문화를 축적하고 배워나가며 자기 성취의 노력을 했다.”며 “그들이 억압받긴 했지만 노예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지금과 같은 경제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던 데는 그 시절 체득한 자기 성취의 잠재력이 폭발하면서부터였다는 설명이다. 민족주의 관점에서 서술된 기존 교과서는 일제가 대한제국의 국권을 침탈하고 조선의 토지ㆍ식량ㆍ자원ㆍ노동력 등을 수탈함으로써 우리 민족의 생존권을 부정하고, 우리 민족의 정상적 발전의 길을 왜곡했다고 가르쳐왔다. 때문에 기존의 교과서와 비교해 대안교과서의 식민지기 서술은 일제의 식민 지배를 미화시켰다는 비난도 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식민지 지배란 정치적 자유를 억압한 행위다. 이러한 억압에 대해 한국 민중이 저항했지만, 시련과 억압, 수탈의 역사만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대안교과서가 식민지기의 근대문화를 이해하고 축적했던 노력을 강조했다고 이를 식민지 지배 미화론이라고 단정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독립과 건국과정에 대한 대안교과서의 시각도 기존교과서와 다르다. 특히 독립과 건국과정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기존 교과서와 상당한 차이를 드러낸다. 대안교과서는 이승만 대통령을 ‘건국과 이념’의 차원에서 높게 평가하며 자유민주주의ㆍ반공주의ㆍ반일정책ㆍ북진통일을 추구한 인물로 서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이제까지의 교과서가 이승만을 부정부패ㆍ장기집권을 해온 독재자라고 평가해왔기에 의도적으로 그의 공을 강조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대안교과서는 이승만대통령에 대해 “공산주의를 기피하는 국내외 여러 정치 세력으로부터 헌신적이며 일관된 지지를 확보했다.”며 “공산주의 국제세력의 공세로부터 대한민국을 방어하고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의 기틀을 잡는 데 어느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커다란 공훈을 세웠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김구에 대한 평가에는 인색했다. 대안교과서에는 김구와 김규식이 1948년 4월 단독 선거를 막고 통일정부 수립을 위한 교섭을 위해 평양을 방문했지만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서술한다. 또한 교섭 실패 이후에는 “대한민국의 건국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교과서는 이승만이 남한만의 단독 정부 수립을 주장해 분단 고착화를 가져왔다고 평가하는 반면 통일정부 수립에 앞장 선 김구의 노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김구 김규식 등 민족주의자들과 중도적 입장을 취하던 정치 세력들이 북한과 협상을 통해 남북 분단을 막으려 했다는 것이다.


독립 후 발발한 몇 가지 사건들에 대한 입장도 갈린다. 기존 교과서에서 6.25는 작은 무력충돌이 큰 무력충돌로 확대 된 것이라고 쓰여 있지만, 대안교과서에는 북한이 공산세력 확대를 위해 소련ㆍ중국을 등에 업고 남한을 침략한 전쟁으로 기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안교과서에서는 자유당 정부의 부패와 부정선거가 4ㆍ19를 촉발한 것은 맞지만, 권력을 붕괴시킨 학생운동 조직이 등장해 사회적 무질서가 초래됐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는 기존 교과서에서 학생운동 조직이 독재와 부패로 얼룩진 이승만 정권을 무너뜨리고 민주주의를 확립했다고 기술하는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한편 올해는 건국 60주년인 동시에 ‘제주 4.3사건’의 60주년이기도 하다. 제주 4.3사건이란 제주도에서 1948년 4월에 발생한 소요사태부터 1954년 9월까지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을 이르는데 당시 많은 사람이 희생됐다. 이에 대해 기존교과서는 ‘제주 4.3사건은 민간인 학살 사건’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대안교과서는 ‘공산주의자들의 반란’으로 규정한다. “남로당을 중심으로 한 좌파 정치 세력이 대한민국의 성립에 저항했으며 이들이 1948년 4월3일에 제주도에서 무장반란을 일으켰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처럼 기존의 관점과는 다른 관점으로 서술된 교과서인 만큼 학계의 의견 역시 다양하다. 아직 교과서가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아 평가하기에는 이르다는 의견도 있고, 식민지배와 독재를 찬양한 우익교과서라는 비판도 나왔다. 박정신(숭실대 기독교사 전공) 교수는 교과서포럼이 우파적 시각에서 역사를 서술한 것은 사실이지만, 기존 역사교과서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라며 “대안교과서를 이념 투쟁의 산물로만 보지 말고, 역사를 보는 또 하나의 시각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 정도로 생각하면 한국사학 자체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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