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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마음 보듬으며 저도 성장합니다”아동가족상담가 이보연(아동복지 88졸) 동문
이승현 기자  |  smplsh73@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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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8.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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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하기위해 찾아간 일산 백석동 이보연 동문 연구소에는 포근한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아담한 사무실 한 쪽 벽장에는 어린이용 동화책들이 빼곡히 꽂혀있었고, 방 한 켠에는 아이들의 소꿉놀이용 장난감들이 가득했다. 연구소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기자에게 조근조근한 목소리로 이보연 동문이 인사를 건넸다. “어서와요. 숙대에서 오신 기자분이시죠?” 상냥한 말투에 부드러운 인상이지만 그는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불량아빠클럽’ 등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우리 가정을 날카롭게 진단하는 아동가정상담가이다. 은은한 미소 속에 남을 꿰뚫어보는 눈을 가진 이 동문에게 그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이들을 알고 싶어 시작한 아동심리

이 동문에게 우리 학교는 상담가로서 첫 발을 내딛게 한 곳이라고 한다. “우리 학교에 입학했던 건 행운이에요. 부모님은 제가 다른 전공을 했으면 하셨지만 만일 누군가에게 이끌려 다른 길을 갔다면 이 분야에 대해서도 몰랐을테고, 지금처럼 행복하지 못 했을꺼에요.” 이 동문이 학교에 다닐 무렵 우리 학교 아동복지학과는 아동상담분야에 선구적이었고, 그는 타 학교 학생들보다 이 분야를 빨리 접하고 관심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동문이 대학생 때부터 아동가족상담가가 되겠다는 뚜렷한 목표를 가진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는 아동 상담 분야를 공부하는 것이 누구보다 즐거웠다고 회상했다.


이 동문에게 상담가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이 동문이 대학 졸업 후 유치원 교사로 일할 때에 찾아왔다. 그는 20명 정도의 유치원생 가운데 유독 말을 듣지 않는 두 명의 아이를 만났다. 그의 회상에 따르면 한 명은 굉장히 산만해 위험한 짓만 했고, 또 다른 한 명은 똑똑해보였지만 모든 일에 무기력했다고 한다. “저는 아이들과 최선을 다해 즐겁게 어울리려고 했는데 두 명의 아이들을 도무지 통제할 수 없었어요. 그 때 처음으로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패배감을 느꼈죠.” 이 동문은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행동하는 아이들이 내심 밉기도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의 행동이 그의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들이 왜 그러한 행동을 하는지 그 심리를 잘 안다면 아이들에게 더 잘해줄 수 있을텐데…….” 이런 생각이 계기가 돼 그는 아이들의 심리에 대한 공부를 다시하게 됐다.


이후 이 동문은 일여 년간 하던 유치원 교사를 그만두고 우리 학교 아동복지학 대학원에 들어갔다. “당시에는 대학원 가는 친구들이 드물었어요. 제 동기 중 대학원 과정을 끝까지 마친 사람이 저밖에 없을 정도였죠.” 그가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주저 없이 선택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자신의 적성에 대한 확신 때문이다. “한 때 일반회사에서 일해보기도 했지만 역시 저는 사람과 관련된 일을 해야 즐겁게 일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특히 아동상담은 매번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며 새로운 마음으로 즐겁게 일 할 수 있죠.”


치유되는 사람들, 성장하는 상담가

이 동문이 본격적으로 상담가의 길을 걷게 된 것은 1991년, 올해로 18년째를 맞이했다. 그는 오랜 시간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과 상담하면서 그만의 상담 방법을 깨달았다. “상담은 이래라저래라 지시하는 것이 아니에요. 상담가는 거울이 돼서 상담 받는 사람의 본 모습을 비춰줘야 한답니다.” 특히 아이들을 대상으로 상담할 때는 왜곡 없는 거울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감정이 이입돼선 안되기 때문이다. 이 동문은 “저는 항상 중립적이어야 해요. 어떨 때는 아이가 미울 때도 있고, 너무 불쌍해서 감싸주고 싶을 때도 있지만 상담가는 아이를 미워해서도, 감싸줘서도 안되죠.”라며 단호한 모습으로 말했다. 감정적 동조와 이성적 판단이 모두 필요한 직업이 바로 상담가인 것이다.


상담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는 사람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는 것이다. 그 역시 상처받은 아이들이 자신으로 인해 치유되고 변화하는 것이 일을 넘어 커다란 기쁨이라고 말했다. “아이가 변화된 것을 느낄 때 아이와 가족뿐만 아니라 저 자신도 너무 행복해져요. 아이를 도와주는 그 자리에 내가 있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뿌듯해지거든요. 게다가 변화한 아이의 모습을 보며 내 일에 대한 성취감도 높아지고 자존감도 생긴답니다.”


이 동문은 또한 상담을 하면서 상담하는 자신도 성장하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타인을 보며 자신에 대해 되돌아보고 더욱 스스로에게 솔직해졌기 때문이다. “상담을 하다보면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 상처 하나 쯤을 갖고 있더라구요. 결국 사람은 모두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부족한 자신을 표현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는 상담을 하면서 도움을 받은 것은 오히려 자신이라며 웃었다. 이렇게 그는 누군가를 이해하고 감싸주면서 어느새 자기 자신까지 되돌아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 행복을 향한 첫 걸음

이 동문에게는 한 가지 굳은 신념이 자리 잡고 있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자.’는 것이 그것이다. 그는 스스로를 사랑했기 때문에 아동가정상담가라는 자신의 길을 찾았다고 말한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결국 타인의 손에 이끌려 불행한 삶을 살게 되요. 그러나 자신을 사랑한다면 자신에게 더 좋은 일, 더 행복한 일을 하려고 하죠. 직업을 선택하는 것도 마찬가지에요.” 그의 말을 듣고 나니 자신을 사랑하려 노력하지 않고,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 동문은 요즘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 불평하는 학생들이 많다며, 원치 않는 일임에도 근사해보여서 선택한다면 결국 후회하게 된다고 말했다. “상담을 하면서 부와 명예를 가지고도 불행한 사람을 많이 만났어요. 그 사람들이 불행한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자신에게 솔직하지도, 충실하지도 못했다는 것이에요.” 이어 그는 “인생이 갈림길에 놓이는 상황이 있잖아요. 그럴 때일수록 스스로에게 귀를 기울여야해요.”라며 학생들에게 자신을 돌아보고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택하라고 조언했다.


또한 그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기 위해서 대학생에게 ‘방황’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원래 청소년기 발달 과정 중 자아정체감을 찾는 단계에서 방황을 경험해야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학생들이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해볼 나이에 대학 입시에 몰두해있기 때문에 그럴 기회가 없다고 말했다. 때문에 이 동문은 대학생인 지금부터라도 자신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내가 무엇을 할 때 가장 자신 있고 행복할까’라는 고민을 해야 명확한 목표가 드러나죠. 그 목표가 보일 때까지 수많은 과정을 거치면서 마음껏 방황하세요.” 평소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른 채 쉬운 길만 찾으려는 요즘의 청년들을 떠올리니 ‘방황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이 동문의 말이 더욱 와 닿았다.



이 동문은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하고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줄 알았다. 때문에 그는 타인 역시 포용할 수 있었으며 그들의 상처까지 어루만져 줄 수 있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 동문은 더 많은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유아스쿨을 만들어 앞으로도 아이들과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자신에게 벅찬 꿈이라고 하지만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구호를 마음에 품고 있으면 언젠간 이뤄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 꿈을 향해 전진하는 그는 오늘도 상처받은 누군가에게 작은 희망을 심어주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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