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 남: 전공이 뭐예요?
나: 교육심리학이에요.
소개팅 남: 교육심리학이요? 그게 어떤 전공이죠?
질문을 받은 나의 머릿속은 지난 4년간 명신관 304호에서 들었던 수많은 학자들의 이름과 이론들로 가득차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냥 적당히 대답하고 넘어가도 되는 것을 ‘어떻게 말해야 좀 더 잘 이해시킬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쉽사리 대답하지 못하는 나를 발견한다. 타인에게 정보를 전달함에 있어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 속에서 교육심리학을 배운 티가 약간은 나타나는 것 같기에 피식 웃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교육학이나 심리학은 많이 들어본 반면 그 익숙한 단어 두 개를 묶은 ‘교육심리학’이란 단어는 낯설게 여긴다. 학문적으로 접근했을 때 교육심리학은 교육에 심리학을 접목시킨 응용학문으로서 심리학의 기본적인 이론과 원리를 습득, 교육 현실의 문제 해결에 적극 반영하도록 하는 학문이다. 교육학이 이상적인 인간의 도야를 지향하는 인간학적인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면, 교육심리학은 학생들의 심리와 행동에 관한 지식을 습득하고 교육의 다양한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을 배우는 것까지를 포함한다. 객관적이고 관찰 가능한 사실들을 기반으로 하는 심리학적 요소가 있기에 교육심리학도 많은 실험과 측정을 바탕으로 한다. 어찌 보면 딱딱하고 외울 것이 많아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지난 4년간 만나온 교육심리학은 상당히 인간적이고 따뜻했다. 내가 교육심리학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것이 그 어떤 학문보다도 타인에 대한 관심과 애정에서 비롯되었으며 또 그 안에서 보다 풍부한 열매를 맺을 수 있는 분야라는 점 때문이었다.

교육심리학에서는 인간의 본성, 생각, 사고, 행동에 관심을 가지고 그것을 탐구해 교육이란 활동에 적용시킨다. 단순히 이론과 문제제기에서 끝나지 않고 그것을 현실세계에 활용시키는 실제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같은 교실, 같은 교과서, 같은 선생님으로부터 배우는데 왜 아이들의 학습엔 차이가 있을까?’, ‘열심히 공부한다고 했는데 왜 성적이 오르지 않을까?’등의 질문들을 생각해보자. 이러한 문제들은 생활에 위협을 가할 정도로 심각성을 띠고 있지는 않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은 고민해 봤을 문제들이다. 교육심리학에서는 이렇게 학습과 관련돼 파생되는 문제점들을 인간이 가진 고유한 특성에 맞춰 원인을 찾고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한다. 이런 점은 교육심리학이 나 자신뿐 아니라 타인에게도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준다.

며칠 전 인터넷에서 ‘행복해지려면 자신보다 남을 위해 돈을 쓰라’는 연구 결과를 접했다. 이는 개인의 수입과 소비 행태가 행복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것이었는데 그 결과는 수입에 상관없이 자기를 위해 돈을 쓸 때보다 타인을 위해 돈을 쓸 때 사람들은 더 큰 행복감을 느낀다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생각했을 때 조금 의외인 결과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아이러니하면서도 평범한 진리를 공부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이번엔 꼭 장학금타서 그 돈으로 여행가야지.’라고 생각하는 것보다 ‘지금 내가 배우는 지식이 필요할 누군가를 위해서 열심히 공부해야지.’라고 생각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학습에 있어 더 긍정적이고 큰 효과를 가지고 올 수 있다.

내가 가진 능력과 지식으로 타인에게 도움을 주는 삶을 살고 싶은 나에게 타인을 향한 활동에서 그 가치와 보람을 더욱 발견할 수 있는 교육심리학은 단순히 전공을 넘어 삶의 한 부분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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