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초 백(bag)’ ‘5초 백’ ‘7초 백’. 지하철, 버스, 거리 곳곳에서 특정 명품 브랜드들의 가방을 3초, 5초, 7초마다 마주친다고 해서 생긴 유행어이다. 이는 최근의 극심한 경기 불황 속에서도 명품 시장 그리고 ‘짝퉁’으로 불리는 이미테이션 시장만큼은 매일이 호황인 세태를 반영하는 말이다. 명품 구입 비용 마련을 위해 범죄를 저질렀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상황 역시 우리나라 여성들의 꾸준한 명품 선호 경향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사치로 몸을 휘감는 ‘명품족’, 혹은 정체성 없이 허영에 젖어 명품만을 좇는 ‘된장녀’ 가 대한민국을 뒤흔든 사이 새로운 패션 경향을 창출하려는 사람들도 차츰 주목받고 있다. 그들은 바로 ‘프라브(PRAV)’족이다. 프라브족이란 Proud Realisers of Added Value의 합성어로, ‘부가가치를 자랑스럽게 깨달은 사람들’을 말한다. 프라브족은 고가 브랜드에 대한 맹목적 추종 대신 비싸지 않더라도 품질이 우수하고 희귀한 디자인의 아이템을 얻는다거나, 유행이 지난 중고품을 활용해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해 내는 것에 더 큰 가치를 둔다. 다른 사람들이 인정하는 명성보다는 자신의 안목을 중시하고, 그 안목으로부터 탄생한 자신만의 스타일에 자부심을 느끼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합리적으로 소비하는 가운데 고급스러움, 우아함 등 자신만의 가치를 중시하는 ‘실속파’라고 할 수 있다.


이들 프라브족은 유럽에서 구찌 버버리, 프라다, 샤넬 등 화려한 상표에만 매달려 사치스럽게 꾸미는 ‘블링 블링(bling bling)’과 같은 부류나, 무조건 싸구려를 걸쳐 입는 저급한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 ‘차브(chav)’족들의 문화에 대한 반발로 등장했다. 사실 프라브족이 여성만을 지칭하는 말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프라브족들의 경우 ‘된장녀’의 비교대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여성 ‘프라브족’의 행보는 눈여겨볼만하다.


미래연구소 크리스 샌더슨 소장은 "프라브족과 같은 ‘신 검소족’은 과소비가 더 이상 성공의 상징이 아니며 절제가 가장 현명한 소비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의 말대로, 우리에게는 무조건 비싼 물건이 좋다는 편견에서 벗어나 비교적 싼 물건으로 개성을 찾아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쇼핑 시장에서도 명품족, 된장녀가 아닌 프라브족이 주도적인 역할을 함으로써 바람직한 소비풍조를 만들어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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