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셋바람에 떨지마라 창살아래 내가 묶인 곳 살아서 만나리라'

1980년대의 민중가요 속에는 독재정권에 저항하는 소박한 마음이 잘 나타난다. 그 당시는 독재정권의 탄압 속에 거친 몸싸움과 아우성이 난무하고 앞뒤로 자욱한 최루탄이 터지던 아비규환의 시대였다.


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전인 1986년, 경기 부천시 소재 제조업체에 위장취업을 했던 여대생 권인숙은 주민등록증을 위조한 혐의로 부천경찰서에 연행됐다. 조사계 형사 문귀동은 그에게 5ㆍ3 인천사태 관련자의 행방을 추궁하면서 자신의 성기를 고문의 도구로 사용했고, 저항 불능의 여성을 협박했다. 수치심과 절망으로 가득 찼던 권인숙은 추악한 공권력을 향해 중대한 결심을 하게 됐다.


소위 ‘권인숙 사건’이라 불리는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은 정권의 부도덕과 인권 유린의 실상을 고발하는 촉발제가 됐다. 게다가 성적인 억압을 받던 여성의 부당함을 피해여성 자신이 용기있게 폭로하면서 여성운동의 지평을 열었다.


당시의 힘을 이어받아 과거에 비해 여성의 활약은 눈부시게 돋보이고 있다. 법조계를 비롯한 사회 곳곳에 여성들이 눈에 띄게 증가했고, 성희롱ㆍ저임금ㆍ차별 등에 시달리는 여성의 노동권을 해소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다소 느리지만 강한 여성의 힘이 여성의 권익을 위한 사회운동으로 탄력받아 수면 위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던가. 20년 전에 누가 성고문 피해여성이 여성학 교수가 돼 대학 강단에 서있을 것이라고 상상을 했을까. 요즘 현실에서는 감히 상상 조차 할 수 없었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20년 전의 어두운 사회상을 뒤로하고 억압과 차별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회를 맞이하려는 오늘날의 도약처럼 부당한 이들이 그대로 방치되지 않을 사회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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