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로 접어들면서 완연한 봄이 됐다. 울긋불긋 활짝 핀 꽃들이 교정 곳곳을 물들이고, 따뜻한 햇볕이 강의실 안까지 머물러 있다. 향기로운 봄기운을 따라 어디론가 떠나고픈 요즘, 가까운 남산으로 봄나들이 가보는 것은 어떨까? 남산은 우리 학교에서 위치상으로도 가깝고, 도심 한가운데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특히 4월 초부터 갖가지 꽃들이 만개해 최고의 봄나들이 장소로 꼽힌다. 케이블카로 유명한 남산이지만 이번엔 걸어서 올라가 보자. 천천히 걷다 보면 곳곳에 숨어있는 남산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남산은 지역적으로 중구와 용산구에 걸쳐 있어 서울의 중심부에 있다. 조선조 태조가 1394년 풍수지리에 의해 도읍지를 개성에서 서울로 옮겨 온 뒤 남쪽에 있는 산이라 하여 ‘남산’이라고 이름 붙여졌다. 남산 꼭대기로 오르는 길은 회현지구, 한남지구, 예장지구, 장충지구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지난 1일 남산을 찾은 기자는 회현지구에 있는 남산 분수대 뒤의 계단 길을 등산로로 택했다.


이 계단 길로 가려면 명동역 3번 출구로 나와 퍼시픽 호텔 옆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가야 한다. 약 10분 정도 걷다 보면 케이블카 타는 곳과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의 배경으로 유명한 일명 ‘삼순이 계단’이 보이고, 그 뒤로 남산 분수대가 서 있다. 기자가 그곳에 도착한 오후 4시경에는 분수대가 가동되지 않았다. 이곳 분수대는 4월부터 10월까지 아침 출근시간, 점심시간, 오후 퇴근시간 무렵 각 1~2시간씩만 가동되기 때문이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분수대 뒤의 계단 길을 따라 본격적인 등반을 시작했다.


N서울타워가 있는 정상까지 가려면 약 630개의 계단을 올라야 한다. 한 발짝 한 발짝 계단을 따라 오르며 느긋하게 남산의 봄을 만끽했다. 계단 옆길에는 노란 개나리와 진분홍의 진달래가 가장 먼저 봄이 왔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약 15분쯤 지나 남산 중턱에 이르니 통나무로 만들어진 중간 전망대가 나왔다. 중간 전망대에 서자 명동 시내가 한눈에 들어왔다. 이 전망대에서는 케이블카가 오르내리는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운이 좋았는지 상ㆍ하행 케이블카가 교차하는 보기 드문 장면을 볼 수 있었다. 그곳에서 숨을 고르고 나서 다시 계단을 올랐다. 남산 중턱부터는 계단 옆으로 낮은 성곽이 뻗어 있다. 이 성곽은 1395년 태조가 수도를 보호할 목적으로 축조한 석조 건축물이다. 성곽 뒤로는 빼곡히 자리 잡은 나무들이 숲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약 5분쯤 오르자 작은 정자와 벤치들이 있는 평지가 나왔다. 그곳에서 시민들은 휴식을 취하고 간식과 도시락을 먹으며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었다. 10분 정도 계단을 더 오르니 마침내 N서울타워가 있는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에는 N서울타워 외에도 팔각정 및 벤치를 비롯한 휴식처가 마련돼 있다. N서울타워는 1975년 동양ㆍ동아ㆍ문화방송이 공동으로 투자해 만든 전파 탑 전망대이다. 이후 YTN이 인수하고 2005년 전면 개설공사를 해 현재의 N서울타워로 개장했다. 이 탑에서는 서울 전역은 물론 멀리 송악산과 인천항까지 한눈에 보인다. 전망대 앞 의자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아름다운 서울 시내 전경의 매력에 푹 빠진 듯했다. 타워를 나오면 왼쪽에 ‘팔각정’이라는 이름의 큰 정자가 보인다. 이 정자는 1959년 이승만 대통령을 기리고자 ‘우남정’이라는 이름으로 지었다가 1960년 4.19의거 때 철폐된 후 1968년에 ‘팔각정’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건립된 것이다. 산 정상에 의젓이 서 있는 팔각정을 보니 역사적 의미를 갖는 문화재와 아름다운 자연이 잘 융화돼 서로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 같았다. 팔각정의 오른쪽에 있는 나무 계단에 올라서자 최근 ‘사랑의 자물쇠’라는 이름으로 연인들의 명소가 된 철조망이 보였다. 철조망에는 연인들의 이름이나 고백이 적힌 다양한 모양의 자물쇠들이 빽빽이 걸려있다. 대체 얼마나 많은 연인들이 이곳 철조망에 자물쇠를 채우고 열쇠를 나눠 갖으며 사랑을 맹세한 것일까…….


평일 낮이라 사람도 드물고 대체로 조용한 산 정상의 모습이지만 매일 저녁 이곳에서는 8시부터 11시까지 한 시간 간격으로 화려한 조명 쇼가 펼쳐진다. 이때 N서울타워에는 기둥 전면에 대형 빔프로젝터가 쏘아 올려져 다양한 이미지를 만들어내 마치 타워 전체가 불타는 듯 보인다고 한다. 또한, 팔각정 앞에서 매주 토요일 오후 2~4시에 사물놀이, 현악합주, 탈춤 등의 ‘음악의 장’이 열린다. 이처럼 남산에서는 자연뿐만 아니라 문화와 예술의 낭만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정상에서 여유를 즐기고 나서 남산골 한옥마을로 가고자 올라왔던 길 반대 방향으로 내려갔다. 버스정류장을 지나 5분 정도 걸어가고서 두 갈래 길에서 표지판을 따라 왼쪽 계단 길로 내려갔다. 넓은 계단과 평지가 섞여 있는 이 길에서는 올라왔던 길보다 훨씬 더 울창한 숲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길이 깨끗하게 다듬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오히려 자연스러운 느낌이 들어 주변 환경과 잘 어울리는 듯했다. 15분 정도의 계단길이 끝나자 남산 북측순환로가 나왔다. 그곳에서는 운동복을 입고 조깅하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탄성 포장으로 돼 있는 그 길은 아름다운 자연을 즐기며 운동을 할 수 있어 남산의 또 다른 매력을 느끼게 한다. 남산골 한옥마을이 350m 남았다는 표지판을 따라 오른쪽 골목으로 내려가니 차도가 보였다. 퀴퀴한 매연을 흩날리며 달리는 차들을 보니 새삼 남산이 도심 한가운데 있는 자연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오랜만에 2시간이 넘는 시간을 걸었더니 금세 온몸이 노곤해졌다. 그러나 기자의 가슴에는 오직 걸으면서 만 볼 수 있었던 싱그러운 4월 남산 봄 풍경의 향긋한 향기가 남아있었다.


◎ 걸어서 남산 갈 때 준비하세요!
1. 화장실은 올라가는 계단 길 앞, 내려가는 길 버스정류장 앞에 있는 곳을 미리 이용하세요.
2. 편안한 옷차림과 가벼운 운동화를 신고 가는 것이 좋아요.
3. 장시간 걸었을 때의 허기를 달래줄 간단한 도시락을 준비해 가는 것이 좋아요.



저작권자 © 숙대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