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누구나 한번쯤은 해봤을, 혹은 지금도 가끔 끄적이는 낙서. 그 낙서가 예술이 된다?! 장 미셸 바스키아가 그린 낙서는 예술이 됐다. 그래피티 아트라고도 불리는 낙서 예술계의 검은 피카소 장 미셸 비스키아, 그의 낙서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검은 피부를 가진 천재 아티스트=바스키아는 회계사인 아버지와 미술에 조예가 깊었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많은 그림을 접하며 예술에 대한 안목을 높일 수 있었다. 비교적 평범했던 그의 삶은 1978년, 바스키아가 학교를 자퇴하면서 변화하기 시작했다. 학교의 불필요하다고 느꼈던 그는 자퇴 후 노숙생활을 하며 맨하튼 건물 벽에 낙서를 했다. 그러던 중 그의 작품들은 당대 유명 미술 평론가 르네 리차드(Rene Richard)의 호평을 받게 된다. 이를 발판삼아 첫 개인전까지 열게 된 바스키아는 이 후, ‘흑인으로서 최초로 성공한 천재 아티스트’라는 칭송을 받으며 당당히 예술가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고 했던가. 바스키아는 수많은 작품만을 남긴 채, 27살이 되던 해인 1988년 코카인 중독으로 생을 마감했다.
◆선생님이자, 친구였던 앤디 워홀과의 우정=바스키아의 삶을 이야기 할 때에는 팝 아티스트 앤디 워홀(Andrew Warhola)을 빼놓을 수 없다. 어느 레스토랑에서 바스키아가 앤디 워홀에게 자신의 그림이 그려진 엽서를 판 것을 계기로 서로를 알게 된 그들은 그 후, 서로의 예술 활동에 많은 영향을 주고받았다. 공동으로 작품을 제작하기도 하고, 어느 화랑의 홍보를 위해 함께 전시 홍보 포스터(사진①)를 찍는 등의 활동을 통해 앤디 워홀은 신예 바스키아에게 신선한 영감을 받고, 바스키아 역시 앤디 워홀과 예술적 교감을 나누며 자신의 예술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 때로는 선생님으로서 서로의 작품에 대해 진솔하게 이야기하고, 때로는 친구로서 서로의 인생을 논하기도 한 바스키아와 앤디 워홀의 우정은 많은 예술가들 사이에서 큰 귀감이 되고 있다.
◆왕관 쓴 흑인을 그리다=바스키아의 작품들은 거친 선, 이해할 수 없는 형상, 강렬한 원색 등으로 가득 차 있다. 이를 통해 바스키아가 표현하고자 했던 주제는 바로 ‘흑인’이다. 그는 백인 중심 사회에서 무시당하는 흑인의 모습을 생각하며 작품 속 흑인의 머리 위에 왕관을 씌우기도 하고, 미국 사회에서 성공한 흑인들의 정보를 이미지, 기호, 단어를 사용해 작품에 표현하기도 했다. 그리고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기도 했는데, 그것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무제』(사진②)를 들 수 있다. 바스키아의 자화상으로도 알려져 있는 이 작품 은 검은색 얼굴, 붉은색 머리, 흰색 이목구비의 형상을 통해 미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흑인의 불안정한 내면을 표현하고 있다고 한다.
낙서를 소재로 흑인의 삶을 표현한 장 미셸 바스키아. 그는 비록 27년의 짧은 인생, 그리고 그것보다 더 짧은 약 10여 년의 예술 인생을 살다갔지만, 그가 남긴 작품들은 지금도, 앞으로도 우리에게 긴 여운을 주지 않을까.
이은규 기자
smplek71@s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