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미디어가 속속 사회에 유입되면서 사람들의 매체이용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으며 그로 인한 사회적 함의는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 커뮤니케이션학의 흥미로운 주제로 떠오르고 있다.


나는 이를 알아보기 위해 학생들에게 가끔 미디어 일기(Media Diary) 쓰기를 과제로 내곤 한다. 미디어 일기란 어떤 매체를 이용했고, 그 매체를 통해 어떤 내용을 보았는지를 시간대별로 소상히 적는 것이다. 학생들이 쓴 미디어 일기를 분석해보면, 그들의 매체 이용이 공통적인 패턴을 파악하기 어려울 만큼 톡톡 튀는 개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일부는 멀티태스킹(Multi-tasking)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한다. 즉, 인터넷을 통해 게임을 하면서 상대방과 휴대폰으로 통화를 하는 동시에 컴퓨터화면에는 몇 개의 윈도우창을 띄워놓고 여러 가지 일들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것이다.


한편 TV나 라디오와 같은 특정 매체에만 애착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 어떤 때는 학생들에게 스스로 가장 의존하는 매체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채 이틀을 보낸 뒤 그때의 느낌을 적어내도록 과제를 내기도 한다. 그럴 때 학생들이 선택한 매체는 대부분 휴대폰과 인터넷이다. 나는 그들이 적어낸 보고서를 읽고 적잖이 놀란다. 불과 이틀이지만, 그들은 정신적 방황과 불안감, 허전함, 걱정, 그리고 외톨이가 되어 사회에서 도태된다는 느낌 등을 경험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하루 중 얼마나 많은 시간을 미디어 소비에 할애하고 있는지를 의식하지 못한다. 그들은 매체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이 사라져 매체 자체를 자신의 일부로까지 여기기도 한다. 이런 관점에서 커뮤니케이션학에서는 최근 ‘미디어 식단’(Media Diet)이란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제인 브라운(Jane Brown) 교수 등은 최근 젊은 층의 미디어 소비와 태도, 인생관 그리고 다양한 사고방식 간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미디어 식단이란 개념을 제시했다. 미디어 식단이란 음식메뉴처럼 다양한 오늘날 미디어환경을 비유한 말이다. 즉, 인터넷, 텔레비전, 휴대폰, PDA, 잡지 등 수많은 미디어 콘텐츠가 마치 식단처럼 매일 같이 우리 앞에 펼쳐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 중 무엇을 먹을 것인가는 바로 개개인의 선택에 달려있다. 과거처럼 매체수와 콘텐츠가 제한적일 때는 서로가 비슷하게 선택하고 비슷한 양을 소비했다. 하지만 오늘날 젊은 층은 보다 능동적으로 자신의 기호에 맞는 식단을 스스로 만들고 구성한다. 그 결과 미디어 이용으로 인한 효과가 개인마다 천차만별로 달라지리라는 예측이 가능해진다.


미디어 식단을 통해 사람들은 자신들만의 세계관을 구축한다. 물론 이를 잘 이용하여 자아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영양가 있는 미디어 식단을 구성해보자.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미디어를 통해 소비한 콘텐츠는 그 이용자들의 사회 규범 및 도덕에 대한 불감증을 높이고, 폭력과 성, 오락적 내용에 과도하게 몰입하게 하여 자칫 사회문제를 야기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한다. 또한 미디어 식단에 소비하는 시간이 많아 학업과 일과에 지장을 받는 경우도 왕왕 존재한다는 것이다.


과연 내 식단은 어떠한가? 특정 매체의 특정 콘텐츠를 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여러 매체를 이것저것 폭식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 번쯤 생각해볼 일이다. 커뮤니케이션 연구에서 밝혀 왔듯이, 어떤 콘텐츠를 어떻게 섭취하는가는 개인과 사회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현명한 미디어 식단을 짜기 위한 현명한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보방송학전공 심재웅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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