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도 제2회 숙명 詩 축제 詩 창작부문 동상 입상)

숲은 너를 사랑하였다

김정은(인문 05)

온기 묻은 금가루 가득하였지
거기 우거진 숲속 밤나무아래서
네 온 몸 구석구석까지 도는 붉디붉음을 보았지
따스하였구나 축복받은 존재야

청량(淸凉) 묻은 옥가루 가득하였지
거기 만년설 녹아 이룬 커다란 호숫가에서
네 앞에야 푸른 생명의 냄새로 요동칠 수 있는
너머의 입구를 보았지
살가웠구나 축복받은 존재야

살아 숨 쉬는 너로 하여금
실은 기꺼웠던 나의 시간들이 선명해지었고
내가 가지었고 내가 만지었고
내가 항시 움직이었던 나의 공간이
힘찬 바람을 뿜어내기 시작하였다
생명을 약동하여보기 시작하였다
너로 하여금 변화함을 내가 깨달았을 때에



지켜보았다 인간아
순수하였던 작은 아이 호기로운 청년이 되기까지
아끼었다 인간아
하얀 실 머리에 내려 섞인 잿빛 수줍음을
등허리에 굽어진 무지갯빛 아늑함을
그 여덟 개의 빛과 네 아흔두 번의 시간에 익숙하기까지

삶의 문턱을 밟고서도 행복하였던 인간아
나의 문턱을 밟고서도 따사로웠던 인간아
아름다움 영원할 축복받은 존재야

이미 오래 전부터
나는 너를 사랑하였다

 

 

숲은 오묘하고도 광대하다. 깊은 숲에는 우리들이 모르는 신비가 있다. 그러한 숲은 살아있다. 하여 만남과 헤어짐을 알고, 그리움과 슬픔을 느끼고, 꿈꾸듯 지난날을 추억한다. 사람을 사랑하였노라고 말하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음을 깨달은 순간이다. 그의 고백은 한 순간의 감상이 아니라 실은 오랜 세월 지나오면서 쌓인 진실이라, 지금 이 순간, 우리 모두를 가리켜 이르는 귀한 단어를 곱씹으며 숲의 지로를 걸어 나간다면 머지않아 만날 수 있으리라. 햇빛 반짝이는 밤나무와 빛나는 호수. 그리고 손을 뻗어 나의 뺨을 어루만지는 숲의 고요한 애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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