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아버지 ‘바흐’, 음악의 어머니 ‘헨델’. 두 사람을 통틀어 ‘음악의 부모님’이라고 부르려는 찰나, 이들을 지칭하는 좋은 단어를 찾았다. 그것은 바로 고음악계의 거장이다. 이런 고음악 거장들의 곡들이 세계 클래식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요즘, 우리나라에도 고음악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고음악이란 그리스 시대부터 바로크 시대까지의 음악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 시대의 음악은 크게 교회예배 때 부르는 미사곡, 성가곡 오라토리오, 종교 성악 모음 ‘칸타타’ 등의 종교적인 것과 고대 그리스 독창, 르네상스 시대의 프랑스 샹송, 바로크 시대의 궁정 아리아 등의 세속적인 것으로 나뉜다. 현재 우리가 흔히 만나볼 수 있는 고음악은 두 종류의 음악을 모두 지칭한다.


고음악은 현대인들의 입맛에 맞게 재구성돼 현대 악기로 연주되는가 하면, 당대 작곡가의 입장에서 음악이 해석돼 연주되기도 한다. 현재 고음악 거장들은 대부분 후자의 연주 방식을 따르고 있다. 고음악계의 거장 아르농쿠르는 ‘당대의 음악 양식에 대한 이해 없이 격식이 결여된 연주는 음악의 본질을 드러낼 수 없다.’며 ‘음악은 단지 아름다운 소리 외에도 그 시대의 사회와 문화를 반영하는 당대의 또 다른 언어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고음악 아카데미의 음악감독을 역임했던 크리스토퍼 호그우드 또한 고음악은 당시의 연주법에 기인해 연주할 것을 고수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최근에는 당대 연주법과 당대 악기로 연주하는 것이 대두되고 있다.


잊혀진 옛 악기, 다시 태어나다


아르농쿠르는 제대로 된 고음악 연주를 하기 위해 작곡가가 작곡 당시 사용됐던 ‘원전 악기’로 연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스부터 바로크 시대의 악기들은 소수 귀족들 앞에서 연주되기 때문에 현재에 비해 작은 음향과 좁은 음역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당대 작곡가는 이러한 악기의 특성을 고려해 곡을 썼기 때문에 다채롭고 조화로운 음색을 낼 수 있었다. 훗날 프랑스 혁명을 계기로 시민사회가 팽창하면서 원전 악기는 대규모 극장과 청중에 맞춰 개량ㆍ쇠퇴됐다. 그것을 시작으로 점점 자취를 감췄던 원전 악기들이 최근 현대인들이 다시 고음악을 찾으면서 되살아나고 있다.


그중 한 예로 ‘류트(Lute)’(사진1)를 들 수 있다. 류트는 얇고 작은 나무토막을 모아 붙여 만든 것으로 그 생김새와 소리가 기타와 흡사하다. 현악기의 청명하고 깊은 음색으로 16세기 유럽의 대표적 악기였던 류트는 18세기부터 대중들의 관심이 피아노에 집중되면서 퇴로의 길을 걷게 됐다. 또한 ‘무릎의 비올’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비올라 다 감바(Viola da gamba)'(사진2)도 있다. 현대의 첼로와 비슷한 이 악기는 첼로와 마찬가지로 의자에 앉아서 연주되나, 받침대가 없기 때문에 악기를 양다리에 껴서 받친다는 점이 다르다. 비올라 다 감바가 처음 사용될 때는 단순히 화음을 맞추는 악기였으나 바로크 시대에 이르러 현악기 중 비중있는 악기가 됐다. 이 외에도 저음이 매력적인 바로크 시대 악기 ‘오보에다모레(Oboed'Amore)’와 현재의 플룻과 비슷한 ‘트라베르소(Traverso)’ 등이 다시금 연주되고 있다.


메마른 클래식에 활력을 불어넣다


올해 1월 국내 고음악 활성화에 기여한 바로크 오케스트라 ‘카메라타 안티콰 서울’이 텔레만의 ‘돈키호테 모음곡’을, 2월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음악 연주단체인 ‘라이프치히 게반트 하우스 오케스트라’가 바흐의 ‘마태수난곡’을 대중에게 선보였다. 이처럼 최근 해외 유명 연주자들 및 국내 단체들의 고음악 공연이 많아지면서 고음악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근래에 고음악 열풍이 분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학교 이재용(작곡 전공) 강사는 “고음악은 단순히 옛날 음악이라는 의미뿐만 아니라 새로이 발굴된 음악이라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며 “새로움과 다양함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이 잘 알려지지 않은 고음악을 찾아 발굴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전까지 현대인들이 주로 접했던 음악은 모차르트, 베토벤이 활동했던 고전주의와 낭만주의 이후의 음악이었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음악 양식에 대해 사람들이 싫증을 느끼면서 고음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또한 연주자들의 고음악 연주 참여도 고음악 열풍에 한 몫을 했다. 이 강사는 “점점 더 많은 연주자들이 고음악 연주에 참여하고 있다.”며 “질 높은 수준의 고음악 연주는 청중들에게 큰 감동을 주고, 더 나아가 고음악 열풍을 이어나가는 촉진제가 됐다.”라고 말했다.


앞으로 국내에는 다양한 고음악 연주회로 풍성한 클래식 성찬이 이어질 예정이다. 고전주의와 낭만주의에 국한돼있던 기존의 클래식 레퍼토리에 고음악이라는 새로운 레퍼토리가 추가되면서 서양음악의 범위는 더욱 확대됐다. 이에 이 강사는 “그동안 들어왔던 일률적인 레퍼토리의 클래식이 고음악을 통해 새로운 생명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너무 깊이 묻혀있어 잊혀졌던 클래식의 뿌리 고음악. 음지 속에 가려져있던 고음악이 빛을 발하면서 앞으로 클래식계의 미래 또한 밝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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