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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골목 풍경유리문이 거칠게 열리며 차임벨 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 거하게 취한 손님의 술 냄새와 옆집 식당의 음식물 쓰레기 냄새가 아직은 서늘한 밤바람을 타고 지독하게 내 코를 찌른다. 코를 막고 싶지만 참아야 한다. 손님에게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면 안 되기 때문이다. 점장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웃어야 한다고 했다. 어서 오세요. 이 어둡고 더러운 뒷골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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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대신보사
2014.02.04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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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책 읽기떨리는 심장을 움켜쥐며 종이 끝자락을 손끝으로 밀어 넘겼다. 경쾌하게 넘겨지는 종이의 소리와 함께 마지막 문장이 머릿속을 맴돈다. 헤일즈는 손가락 끝으로 범인을 가리켰다. 그리고….그리고 발행일 1992년 5월 11일, 순간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를 뻔했다. 실수로 두 장을 넘겨버린 거라 생각하고 앞장으로 돌아가도 결말은 적혀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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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대신보사
2014.02.04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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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골목 풍경“이야, 오늘 아저씨 얼굴 활짝 폈네! 애인이라도 생겼나?”최씨가 타다 만 돼지껍데기 한 점을 입에 넣고 킬킬거렸다. 썰어 온 염통을 테이블에 올려놓던 은서아빠가 최씨의 뒤통수를 콱 쥐어박았다. 은서아빠는 이곳, 뒷고깃집 ‘찌끄레기들’의 사장이다. “내일 아줌마 기일이라고 미국서 민석이 온댔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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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04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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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책은 할아버지였고 도서관은 할아버지의 품 안이었다.내가 아주 어릴 적부터 외할아버지는 어린 손녀의 손을 잡고 할아버지 댁의 뒷동산에 위치한 도서관을 찾아 다니셨다. 놀이터에서 놀고 싶은데 라는 투정을 입 밖으로 꺼낼 때면 할아버지는 “도서관만큼 재미있는 놀이터는 없을 거야. 오늘은 할아버지가 그림이 예쁜 걸로 읽어줄게.”라고 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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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대신보사
2014.02.04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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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 당장이라도 익어버릴 것 같은 더위였다. TV에서, 책에서, 학교에서 무수히 외쳐대도 잘 모르겠던 ‘지구 온난화’가 무엇인지 끝없이 흘러내리는 땀방울로 이해했다. 손부채질에 속도를 더했지만 그다지 나아지는 건 없었다. 아, 에어컨이 그리웠다. 냉동실에서 제 몸을 얼리며 나를 기다리고 있을 아이스크림이 자꾸 눈에 아른거렸다.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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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04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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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황혼이 저물지 않는 대원의 노인학교한데 모여앉은 할머니들의 입이 늦봄의 발음을 틔워낼 때면입밖으로 발아를 끝낸 말의 씨앗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합니다갓 태어난 말의 입자는 희고 단단해요서투른 첫을 발음해보는 계절마른 입은 지난 세월동안 이완의 순간만을 기다려 왔을까요팽팽해진 혀를 굴리며 쟁기질 하듯싹틔운 대문자와 소문자를 골라내는황홀의 입은 스프링의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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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04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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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그늘 흔든 탄산음료를 열면 쏟아지는 거품처럼 가지마다 흰 벚꽃잎들 부풀어오른 나무에 비에 젖은 현수막이 고개 숙인 채 매달려있어요 백 여든 하나의 계단 곳곳에 숨어사는 이들에게 벚꽃나무 위의 흰 꽃잎들은 유일한 빛, 어두운 마을을 밝혀주는 가로등이죠 빛이 있는 곳에는 그늘이 지기 마련, 나무 그늘은 마을 전체를 감싸 안을 만큼 커서 어느 짐승의 보호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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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04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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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 식당에 딸린 작은 놀이방 안 아이들이 트램펄린을 뛴다. 퉁, 무릎을 굽혔다 펴면서 천장을 향해 뛰어오르는 아이들 즐거운 얼굴로 깔깔거린다 천장이 부딪힐 것 같아 발바닥 아래에서 연신 구부러졌다 펴지며 아이들을 퉁겨 올리는 스프링의 거대한 힘 더 높은 곳을 향해 뛰어오를 때 아이들은 스프링의 속성을 가진다 끝없이 돌고 도는 스프링의 속성 어쩌면 그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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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대신보사
2014.02.04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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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제 : 사이버 세상의 질투 “네? 신상정보를 지워줄 수 있느냐고요?”나는 엉겁결에 반문했다. 여자의 말이 황당했기 때문이다. 재빨리 여자를 훑어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혹시 지워야 할 과거가 있으신가요?”여자는 태연하게 아니라고 대답했다. 여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여자는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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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대신보사
2012.09.17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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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제 : 사월의 끝 소복이 쌓인 벚꽃잎 때문에 발 밑이 폭신폭신했다. 공장의 먼지가 가득 묻은 운동화가 밟고 지나간 자리는 꽃 잎 위에 검은 발자국이 새겨졌다. 바람이 불자 발자국이 흩어지고 꽃 잎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나무에서 떨어져 길을 잃어버린 꽃잎들은 서서히, 땅으로 내려앉았다. 벚꽃이 막 개화를 시작할 때 아내 모니카에게 편지를 보냈으니 아마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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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대신보사
2012.09.17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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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제 : 사월의 끝 푸르스름한 빛이 어슴푸레 창을 넘어 이불께에 닿았다.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세상은 고요히 가라앉아 있었다. 아침잠이 달아나버린 건, 오래 전 일이다. 힘겹게 일으킨 몸은 촉촉히 젖어 있었다. 헤지기 시작한 모시옷이 등짝에 들어붙은 느낌이 들었지만 불쾌하지 않았다. 솜이불을 덮고 잔 탓이다. 새벽은 중간을 재려는 듯 좀 차다가도 곧 더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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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대신보사
2012.09.17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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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제 : 어른이 된다는 것 어릴 적, 아주 어릴 적 나는 어른과 한 몸이었다. 엄마의 배 속에서 연을 잇는 어른과 한 몸인 아이였다. 세월이 지나 세상의 빛과 마주하게 되었다. 내 손은 태어나기 전부터 세상 그 어느 것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무언가를 다짐한 주먹과 우렁찬 울음소리의 패기. 그것이 내가 세상과 마주한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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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대신보사
2012.09.17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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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제 : 나를 움직이는 힘 저는 미숙아입니다. ‘1.21kg’의 작은 몸무게로, 정상체중의 태아보다 훨씬 미달이었던 작은 아이. 저는 자그마치 칠삭둥이였습니다. 저희 어머니께서는 전치태반으로 생살을 가르고 저를 낳으셨습니다. 물론 마취도 하지 않은 채 말입니다. 그렇게 채 10달도 다 채우지 못하고 저는 남들보다 조금 일찍 세상의 빛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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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대신보사
2012.09.17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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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제 : 눈썹 엄마가 눈썹문신을 했다.굽 낮은 초승달이 숨죽이며 걷는 골목.담벼락에 흘러내린 달빛 몇 장이 이삿짐을 실어나르고문득 밤하늘을 펼쳐보면엄마가 깜빡이는 형광등처럼 서있다.자꾸만 짙어지는 고요가꽃무늬 이불을 펴는 시간,구멍난 라일락 향기가엄마의 눈썹문신 위에서 파르르 떨고 있다.가계부 속엔엄마의 마흔 일곱이 자꾸만 흐릿해진다.그녀의 눈썹문신은누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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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대신보사
2012.09.17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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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제 : 자전거 아빠 나는 두발 자전거를 처음 타던 날을 기억해요막 걸음마를 시작하듯 사정없이 비틀거리는 나를억세게 지탱하던 아빠의 큰 손을 기억해요한 움큼 집어먹은 겁이 내 속을 세차게 치고달아오른 귓가까지 들려오던 거센 심장 박동나는 경쾌한 탄성을 내지르며 페달을 밟아 나갔어요한참을 달리다 돌아온 곳에는살랑이던 노을 사이로 오래된 사진처럼희미하게 바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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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대신보사
2012.09.17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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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제 : 눈썹 미간을 사이에 두고 양 옆에오래 전 내가 잠들어있던 곳그 속에서 한 차례 더운 계절이 뒤바뀌고곡소린지 신음소린지 모를 소음이 스쳐갔다 몇 번의 굴곡이 생겨났던 자리동남아 얼굴이 검은 태아의 눈빛도 아마 그곳에서 시작했을 것이다 언제부터 저곳에 자라기 시작했을까수수억 년 전 수북한 검은 터럭이온 몸을 감싸고 있던 때부터인간은 늘 어딘가를 감추고
숙명여고문학상
숙대신보사
2012.09.17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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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6회 숙명 여고문학상 콩트 부문에는 모두 70여명이 참여했다. ‘우연’, ‘뼈아픈 후회’의 두 가지 글제로 진행된 콩트 부문 심사를 맡은 두 사람의 심사위원은 숙고 끝에 올해에는 1등을 뽑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그래서 올해 숙명 여고문학상 콩트 부문에는 2등, 3등 각기 한 편의 작품과 장려상 네 편의 작
숙명여고문학상
숙대신보
2010.09.01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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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숙명 여고문학상 수필 부문에는 총 116명이 참가하여 저마다의 문학적 감수성을 빛내주었다. ‘자화상’, ‘사라지는 것’ 등, 두 개의 글제로 진행된 이번 수필 부문 백일장 작품들은 오늘날의 여고생들의 생각과 고민의 현 주소를 잘 드러내는 장이기도 했다. 모든 글들이 글쓴이의 내면을 드러내는 일이겠지만, 특히
숙명여고문학상
숙대신보
2010.09.01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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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나는 아주 계획적인 사람이예요.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우연, 지각, 더러움 이 세가지입니다. 때론, 주위에서 넌 너무 깐깐하다며 지적을 하시는 분도 계시긴 하지만, 그건 자신이 지극히 게으른 사람이라는 걸 잘 모르는 분들이나 하시는 말씀이예요. 부지런하고 똑똑한 사람들은 절대 그런 말을 하지 않아요. 하루를 100조각으로 나누어도 모자르는게 시간이라
숙명여고문학상
숙대신보
2010.09.01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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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각과 나의 목소리 숙명 여고문학상 백일장이 16회를 맞았다.매년 미지의 여고생들이 새로 쓰는 작품을 만나는 두려움과 즐거움은 각별하다. 이는 가히 무에서 유를 찾아내는 발견의 기쁨과 그 숙연함이라 할 만하다. 상상력의 신비와 창작의 아름다움을 거듭 절감하게 되는 것이다.1등으로 결정한 <아카시아 필 무렵>은 ‘아카시아 필 무렵에
숙명여고문학상
숙대신보
2010.09.01 1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