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다닌 여행은 견문을 넓힌다.” 많이 들어봤을 법한 말이다. 21살의 필자도 마찬가지였다. 재수를 마친 뒤 주변에서 쏟아지는 말에 한 달짜리 유럽 여행을 계획하기 시작했다. 여행에 특별한 마음이 없었던 필자는 여행 계획에 쏟을 시간이 없었다. 결국 비행기 표 두 장과 가고 싶은 도시만 정한 뒤 언니와 독일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때까지 가고 싶은 곳은 단 하나, 파리 디즈니월드(Walt Disney World)가 전부였다. 2주 정도 묵을 수 있는 호텔만 예약해 둔 채 이동 수단조차 준비하지 않았다. 정보 하나 없이 독일 프
지난해 7월 꿈꿔왔던 5주간의 유럽 여행을 떠났다. 늘 여행을 가고 싶었지만 일상에 쫓겨 엄두를 내지 못했다. 지난여름엔 큰 용기를 내어 친구와 유럽 여행을 계획했다. 여행에선 총 8개국, 12개 도시를 찾았다. 여행 시작은 영국 런던, 끝맺음은 그리스 아테네였다. 여행을 위해 많은 관광지와 숙소를 예약하다 보니 문득 불안감이 드는 날도 있었다. 그래도 준비 기간 동안 두근거리는 감정이 제일 컸다. 다시 돌아보니 이번 여행은 한여름 밤의 꿈처럼 빛나는 순간이었다.영국,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체코를 여행한 뒤 마지
여행의 시작은 마일리지였다. 수개월 동안 이어진 항공사와의 서류 싸움 끝에 환불은커녕 마일리지만을 겨우 받아냈다. 마일리지를 보면 필자의 자산 같아 뿌듯하면서도 2년 안에 써야 한단 생각에 괜스레 불안해졌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당장 갈까?” 그렇게 토요일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목요일부터 찾아봤다.조건은 꽤 까다로웠다. 동행자와 필자의 일정에 모두 맞아야 하며 필자가 마일리지를 보유하고 있는 항공사의 항공편이 존재해야 했다. 또한 출발과 도착 시간이 여유 있어야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건 싼 티켓. 그 조
우연한 기회로 본교에서 주관하는 ‘쇼와여대 언어교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프로그램에선 일본 쇼와여대 학생과 8주 동안 온라인으로 서로의 언어를 배울 수 있었다. 막연한 동경은 어떠한 계기로 구체화되며 실행을 통해 현실화된다. 필자의 일본 여행은 이렇게 시작됐다.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간사이 국제공항까진 2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지난 5월 21일(일), 낯선 공항에서 익숙한 얼굴의 친구를 마주했다. 친구는 필자와의 여행을 위해 이른 아침부터 지바현에서 신칸센을 타고 달려왔다고 말했다.오사카 도톤보리에서 저녁을 먹으며 여행을 시작
우울한 사람은 과거에 살고, 불안한 사람은 미래에 살고, 평안한 사람은 현재에 산다. 필자는 돌이킬 수 없는 사건들로 우울했고 알 수 없는 미래에 불안했다. 현재를 살아갈 수 있는 쉼표가 필요해 언니와 이탈리아로 떠났다.13시간 비행 후 이탈리아에 도착했다. 무엇이 그리 설렜는지 아니면 두려웠던 것인지. 비행하는 동안 한숨도 자지 못했다. 타지에서 보내는 한 달 반이란 시간이 필자에게 어떻게 남을지 생각하며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에 도착했다. 로마 일정은 유럽의 살벌한 소매치기를 경계하다 막을 내렸다.이탈리아에 도착한 지 6일째 되
지난 7월 유럽으로 여행을 떠났다. 2년 전부터 혼자 하는 여행을 좋아하기 시작해 올해는 길게 혼자만의 여정을 보내기로 다짐했다. 지난해 겨울 북유럽에 다녀오고 나선 마음이 오랫동안 반짝거렸다. 일상에 돌아와서도 여행했던 기억만 떠올리면 마음이 충만해졌다. 비행기가 목적지에 착륙할 때의 두근거림과 인천공항을 향할 때의 아쉬움을 다시 경험하고 싶었다. 이런 감정을 느끼며 사람들이 그토록 여행을 가고자 하는지 깨달았다.이번 여행은 스페인에서 일주일, 남프랑스와 이탈리아 북부에서 일주일, 그리고 남은 기간엔 동유럽에서 지내는 일정이었다.
중학교 친구 유민이와 오래전부터 기차 여행을 가자고 약속했다. 얼마 전 친구와 급작스럽게 여행을 계획해 나흘 뒤 떠났다. 추석 덕분에 넉넉해진 주머니 속 용돈을 기왕이면 필자에게 의미 있는 일에 쓰고 싶었다. 경험과 우정을 쌓고 시야도 넓힐 수 있는 여행이 바로 ‘의미 있는 일’이었다. 학기 중이라 시간이 넉넉지 않아 우리의 목적지는 비교적 가깝고 교통이 편리한 강원도 춘천이었다.누군가의 인솔 없이 가는 여행은 어색했다. 기차를 제대로 타는 것부터 난관이었다. ITX 청춘 열차를 예매했지만 열차 번호를 보고도 도무지 타는 곳을 찾을
필자는 인도네시아(Indonesia)에 방문할 계획이 전혀 없었다. 우연히 ‘2023 한-인도네시아 국가 간 청소년 교류’ 대표단으로 참여하며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Jakarta)와 반텐(Banten)주에서 열흘을 보냈다. 이 여행은 단순한 휴식이나 관광이 아니었다. 인도네시아를 익히고 현지인의 삶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였다. 또한 윤리 관광과 공정여행, 여행에서 만난 사람과의 대화에서 느낀 즐거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가장 인상 깊었던 일정은 유적지 반텐 라마(Banten Lama)의 궁전 카이본 크라톤(Kaibon Kra
부산 여행은 현실로부터의 도피였다. 그래도 바다는 답답한 서울과 다르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떠났다. 도망일 뿐이었던 여행은 부산이란 도시와 사랑에 빠지기 충분했다. 부산에 고작 이틀 있었지만 서울로 돌아간단 게 믿기지 않았다. 돌아가는 기차에선 마치 평생 바다와 함께 살아온 사람인 듯 굴었다. 바다를 오래 바라본 것도 아니었고 특별한 감상을 얻은 것도 아니었다. 그저 근처에 머물렀단 이유만으로 부산에 정이 붙어버린 모양이다. 바다가 감상적인 이유는 인간과 닮아서가 아닐까. 이 기억은 금방 잊힐 수도 있다. 한 달 혹은 일주일, 어
충분할 줄 알았던 여름방학도 어느새 끝나고 긴 방학을 돌아볼 시간이 왔다. 창대한 계획을 세웠지만 흐지부지 보내버린 시간에 우울감이 찾아오기도 했다. 이럴 때 힘을 주는 것은 즐거웠던 여행의 추억이다. 난생처음 친구들과 떠난 여행의 목적지는 일본 오사카였다. 6박 7일의 긴 시간이었지만 세세하게 준비하지 않았다. 이틀 전에야 짐을 쌌고, 전날에야 숙소 예약이 하루 빠졌단 사실을 알아차렸다. 출발 당일엔 일행이 비행기 시간을 잘못 예약한 걸 모른 채 탑승하려다 삐삐 소리와 함께 탑승이 거절되기도 했다. 매일 새벽이 돼서야 다음날 일정
작년, 번아웃으로 신청한 1년의 휴학 기간이 거의 마무리되던 시점이었다. 당시 필자는 무료하고 불안한 마음을 달래고자 해외여행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때, 한 나라를 발견하고 멈칫했다. 노르웨이(Norway). 몇 번 들어보지 못한 나라에, 여행 상품은 이제 막 기획됐는지 후기도 없었다. 필자는 며칠 지나지 않아 여권을 새로 발급받았다. 오로라가 어떤 현상인지, 연어가 얼마나 맛있을지, 그곳의 크리스마스 마켓이 어떻고 북극권의 겨울은 어떤지에 대해선 찾아보지 않았다. 그저 잠시라도 현실에서 눈 돌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기대와 상상
마음이 어지러울 때가 있다. 순간을 잘 살아가다가도 문득 과거와 불안한 미래로 오락가락할 때. 그럴 때면 꼭 없는 맥박이 뛰는 기분이 든다. 급소가 하나 늘어난 것처럼, 꼭 사랑이라도 빠진 것처럼. 어지러운 마음은 약하다.마음이 혼란해도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친구들과 지난가을부터 계획했던 여행 날짜가 다가오고 있었다. 지금에야 말하지만 그맘때쯤 여행을 포기할까 생각했다. 하지만 머릿속에서 설원이, 일본에서 만날 친구들이, 그 다정한 풍경이 자꾸만 아른거렸다. 어차피 흔들릴 거라면 아예 일상을 떠나보기로 결심했다. 눈밭이 끝없
지금도 한여름의 뜨거운 열기에 숨이 막힐 때면 처음 아랍에미리트 두바이(Dubai)에 도착했을 때가 생각난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지구 반대편의 그곳은 한국과 많이 달랐다. 이국적인 냄새와 12월임에도 숨을 쉬기 힘든 습한 열기는 그렇게 필자의 집이 됐다.아버지의 일로 갑작스럽게 가게 된 두바이는 한국과 모든 것이 다른 세상이었다. 살면서 외국인이라곤 TV에서만 봤던 필자에게 두바이는 평온하기만 했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버린 모래바람과 같았다. 중동의 거대한 모래바람을 버티는 건 힘들었다. 전혀 다른 사람들과
열차의 침대칸은 1층과 2층으로 나뉘어 있었고, 침대 옆 작은 창문으로만 시간과 바깥의 분위기를 가늠할 수 있었다. 깊은 잠이 들기에 좋은 환경은 아니지만 낯선 곳으로 간단 설렘 때문인지 철길을 통과하며 생기는 크고 작은 소음과 진동이 불편하지만은 않았다. 그렇게 12시간을 달려 마주한 풍경은 설원의 기차역이었다. 굽이굽이 철길을 달리고, 여러 이름 모를 지명을 지나 핀란드 북부 로바니에미(Rovaniemi)에 도착했다.오로라를 보지 않는 로바니에미 여행은 지루할지도 모른다. 낯선 나라, 처음 온 도시임에도 필자는 생생하게 살아있단
그동안의 해외여행은 어릴 적 한 번 다녀온 베트남뿐이었다. 그때를 회상하면 그저 어른을 따라 쫓아다니며 단순히 먹고 구경했던 기억만 떠오른다. 그리고 8년이 넘게 지난 올해, 친구와 두 번째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누구의 뒤가 아닌 스스로가 앞장서는 여행길이었다.2월, 점점 날씨가 풀리는 시기에 여행을 하기 수월해 보이는 일본 오사카로 떠났다. 숙소까지 가는데 길을 헤매고, 걷기도 많이 걸었다. 짧은 언어로 타코야끼를 주문하고 길가에 앉아 허기를 채웠다. 힘들었던 만큼 더욱 맛있는 첫 끼였다.하루 이틀이 지나니 화폐 사용과 교통 이용
2022년 7월, 새벽 5시. 몸만 한 캐리어를 두 개나 끌고 인천공항행 택시를 잡았다. 어스름한 하늘, 아무도 없는 거리, 기사님이 틀어두신 락. 어딜 가냐는 물음에 짧게 런던이라고 대답했다.4년을 내리 학교에 다녔다. 초중고까지 합치면 자그마치 16년이다. 휴학계를 내고는 쭉 회사에 다녔다. 분명 힘든데, 멈출 수가 없었다. 잠시라도 쉬었다간 낙오될 것 같았다. 어디로 갈진 모르겠지만 남들처럼 움직여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진짜 원하는 게 뭐였는지 헷갈렸다. 그래서 여행을 떠났다. ‘나다움’을 찾기 위해.택시에서 내리니 캐
지난 2022년에서 2023년은 내게도, 그리고 세상에도 전환의 시기였다. 그러나 빠른 변화 앞에서 때론 머뭇거리기도 했다. 퇴사 후 멀리 떠나고 싶었지만 왠지 우리나라 밖으로 나가는 게 두려웠다. 그러다 복학 신청을 앞두고 문득 더 나아가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필자와 같이 필자는 친구에게 대만 여행을 제안했다. 새로운 시작을 앞둔 친구와 추억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처음 함께 떠나는 해외여행에 준비할 게 많았다. 시간이 촉박해 긴급여권을 발급하기도 했다. 변압기를 빌리거나 유심을 사는 것 어느 하나 쉽지 않았다.2월 초의 대만은
지난 2019년 친구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Vladivostok)로 생애 첫 배낭여행을 떠났다. 횡단 열차에서 일몰을 보고 있을 때였다. 중간역에서 자리 주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탑승했다. 차려입었지만 어쩐지 추레한 차림이었다. 자세히 보니 김일성 배지를 차고 있었다. 우리가 한국말로 자리 주인이냐 여쭤보니 “어떻게 조선어를 할 줄 아냐, 남쪽 사람이냐”고 되물었다. 아저씨는 함께 자리에 앉을 것을 권하며 “이틀을 더 가야 하는데 말동무가 있었으면 좋겠어”라고 말했다.60년 분단의 세월은 대화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아저씨는 우리에게
대학교 2학년을 마치자 쉼 없이 달려왔던 일상이 한없이 무겁게 느껴졌다. 무거운 것들을 버리고 맑은 바람과 기억으로 다시 채우기 위해 지난 2월, 바람의 섬으로 떠났다. 약 한 달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바닷가의 조그만 게스트하우스에서 스태프로 일을 하며 여행을 다녔다. 그 어느 때보다 푸른 공기가 필요한 시기에, 소중하게 담아온 제주의 기록 중 한 편이 학우들 마음에 위안이 되길 바란다.밤의 바다를 오랫동안 걸었다. 한 치 앞도 모르는 깊은 어둠 속에서 희끗희끗한 파도만이 바다와 검은 현무암의 경계를 나누고 있었다. 더 가까이 다
SCI Q1 국제 저널에 등재돼 숙명의 이름을 빛낸 학우들이 있다. 바로 김수연(응용물리 17) 학우와 정다정(응용물리 15) 학우다. 두 학우의 공동연구로 규명한 2차원 전자 재료의 ‘역단채널 효과’는 차세대 반도체소자 소자로서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공동연구를 성공적으로 마친 두 학우의 이야기를 들어봤다.SCI Q1 국제 학술지에 연구 결과를 실은 소감은.-김수연: 1년이 넘는 연구 과정에서 막막함을 느끼기도 했다. 등재가 결정되고 많은 감정이 교차했다. 그 순간 느꼈던 보람과 행복감을 추후 목표를 위한 원동